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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42> 김화춘·김윤덕

오랜 옥살이 끝 사형 받은 복자, 배교 후 다시 찾아가 순교한 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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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자 김화춘


▲ 복녀 김윤덕
 
‘영남의 순교 1번지’ 하면, 역시 관덕정이다. 대구읍성 남문 밖 아미산 자락 신천변 관덕정에서만 17위가 피를 흘렸다. 대구 감영 밖 동ㆍ서옥에서도 7위가 순교했는데, 그 옥터는 현재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경북 청송에서 신앙생활 하던 김화춘(야고보, ?∼1816)과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 ?∼1815)은 1815년 을해박해로 체포돼 관덕정과 대구 감영 옥터에서 각각 순교했다. 이 중 김화춘 복자는 내포 청양 출신으로 보령 청라동(충남 보령 청라면 일대)을 거쳐 청송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체포돼 순교했다. 반면 김윤덕 복녀는 대구대교구에서 시복을 추진해 복자가 된 순교자 20위(울산 병영 순교자 3위 포함) 중 유일하게 경상도 출신 복녀로 기록되고 있다.

을해박해 순교자 중 일부는 부모에게서 교리를 배웠다. 이는 이미 신앙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대물림’을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화춘 복자 역시 아버지에게서 신앙을 배웠는데 1839년 전주에서 순교한 김대권(베드로)이 그의 형이다. 본시 성품이 온순하고 온화하며 인내심이 깊었던 김화춘은 장성한 뒤로 하느님을 섬기고 영혼을 구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교회 가르침을 충실하게 지켰고, 기도 생활과 성경 읽기에 부지런해 교우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중 좀더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하고자 경상도 청송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을해박해가 일어나면서 체포된 그는 경주를 거쳐 동료들과 함께 대구로 압송돼 옥에 갇힌다. 여러 달 옥에 갇혀 지내는 동안 여러 차례 감사 앞으로 끌려나가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아야 했지만 그는 굳게 신앙을 지켰다. 감사도 마침내 그의 신앙에 굴복해 사형을 선고한다. 당시 결안, 곧 사형선고문에는 “죽기를 맹세하고 뉘우치지 않으니 그 요사하고 사악함이 아주 지극하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옥중 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는 임금의 사형 윤허가 내려지면서 1816년 12월 19일 대구 형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참수형을 받고 순교의 화관을 쓴다. 순교 뒤 그의 시신은 형장 인근에 매장됐다가 이듬해 3월 2일 친척과 교우들에 의해 거둬져 안장됐다.

김윤덕 복녀는 내포 교회 출신이 아니라 경상도 상주 은재(현 경북 문경시 가은읍 저음리) 출신이다. 장성한 뒤 고향 인근에 전해진 복음을 듣고 입교한 그는 언제부터인가 청송 노래산 교우촌으로 이주해 신앙생활을 했다. 그 역시 1815년 예수 부활 대축일을 지내던 중 체포돼 경주로 압송됐으며, 여러 차례 문초에도 신앙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문초하던 관헌이 “대관절 무엇 때문에 죽으려 하느냐?”고 물으면, “아무리 비천하고 무식하다고 하더라도 조물주이신 천주님의 은혜를 몰라보고 그분을 배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하며 굳은 신앙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구 감영으로 이송된 뒤 그녀는 배반의 고비를 넘긴다. 형벌을 받던 중 마음이 약해져 신앙을 배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곧바로 석방돼 막 감영 문을 나서던 그녀는 안동에서 이송돼 온 김종한(안드레아)를 만나 신앙적 권면을 받고 마음을 되돌린다. 다시 감영으로 들어선 그녀는 포졸들을 밀치고 서슴없이 관장 앞으로 나아가 배교의 죄를 뉘우치며 죽여줄 것을 요청한다.

화가 난 관장이 그녀를 미치광이로 몰아 내쫓게 했지만, 그녀는 돌아와 배교를 다시 한 번 큰소리로 취소한다. 거듭된 배교 취소에 관장은 그녀에게 심한 매질을 하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 살점이 하나둘 떨어나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뼈가 드러났다고 한다. 이내 의식을 잃고 감옥으로 실려간 그녀는 옥에 들어서자마자 숨을 거뒀다. 이때가 1815년 4월 말, 혹은 5월 초로 추정되고 있다. 그녀의 나이는 50세가량이었다고 전해진다.

유혹을 이겨낸 김윤덕 복녀의 신앙은 야고보 서간의 말씀을 상기시킨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야고 1,12).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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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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