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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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베트남 궁궐 닮은 성당… 가톨릭과 전통문화 결합

[특별기획 - 아시아 교회 복음화 길을 따라서] 베트남 교회 2- 팟 지엠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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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 지엠 대성당 종루에서 바라본 대성전의 전면부. 동양적인 기와지붕과 서양식 건물 구조가 인상적이다. 또 종루와 대성전 건물이 분리된 점도 독특하다.

▲ 팟 지엠대 성당은 동양적인 건축 양식과 가톨릭적인 상징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형태를 띤다.

▲ 팟 지엠대 성당 종탑 아래에 베트남 형식을 따라 ‘최후의 만찬’을 상징하는 넓고 평평한 돌이 있다.



베트남 교회에는 성인상에 자신들의 전구를 글로 적어 봉헌하는 문화가 있다. 독특한 점은 기도 지향을 써두면 다른 신자들이 함께 기도해준다는 것이다. 기도를 함께해준 사람은 그 옆에 자신이 기도했음을 표시한다. 전구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니 웃음이 났다.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부터 대학 합격, 심지어 짝사랑을 이뤄달라는 기도까지 다양했다. 신자들이 가장 많이 호응한 기도는 누군가의 건강 회복을 바라는 내용이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의 탄생이 건강 회복을 바라는 기도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는 이런 문화 배경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 베트남 신자들이 성인에게 전구를 청하는 내용을 적은 종이. 기도를 청한 당사자는 물론 다른 신자들도 함께 기도를 한다. 기도 후에는 ‘X’를 표시해 자신이 함께 했음을 알린다.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팟 지엠 대성당

팟 지엠 대성당은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동ㆍ서양의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성당이라 관광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대성당에 가려면 베트남 북부 닌빈시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 대성당이 위치한 팟 지엠교구는 신자 18만여 명, 성직자 160여 명, 본당 93곳의 교세를 보이고 있다. 제4대 조선대목구장 성 베르뇌 주교가 선교했던 곳이기도 하다.

팟 지엠 대성당의 탄생은 한 신부의 기도에서 출발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당시 이 지역에서 사목하고 있었던 트랑룩 신부가 큰 병을 얻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렀다. 어떤 치료로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랑룩 신부는 자신이 계속 선교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성모 마리아께 전구를 청했다. 그러자 얼마 후 기적처럼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트랑룩 신부는 감사의 뜻으로 성당을 지어 봉헌할 것을 결심한다. 당시 베트남은 오랜 박해로 변변한 성당이 없었다. 성당 건립에 나선 트랑룩 신부는 10여 년에 걸친 공사 끝에 1891년 팟 지엠 대성당 성전을 봉헌했고, 1899년 종탑 공사를 끝으로 완공했다.

팟 지엠 대성당은 매우 독특하다. 멀리서 보면 베트남의 궁궐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성당의 전체적인 구조는 15세기 베트남 궁궐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만큼 베트남의 건축 양식을 충실히 따라 성당을 지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성전이다. 성전은 과거 동양의 왕들이 조회하던 궁궐의 정전(正殿)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성당 건축물과 달리 종탑과 대성당이 분리돼 있는 것도 특이한 구조이다. 건물을 기능에 따라 나눠 짓는 동양식 건축 양식을 따라서 지었기 때문이다. 다만 제단은 서양의 고딕 양식을 따라 꾸몄다. 베트남의 정신과 가톨릭의 정신 모두를 담기 위한 노력이었다.



동양적인 상징 이용해 가톨릭 교리 전달

트랑룩 신부가 이처럼 독특한 성당을 지은 이유는 당시 베트남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가톨릭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사람들은 가톨릭을 서양의 종교라 여기고 배척했다. 트랑룩 신부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톨릭의 가르침이 보편적임을 알리고자 했다.

트랑룩 신부의 노력은 성당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동양적인 상징을 이용해 가톨릭 교리를 베트남인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한 흔적이 눈에 띈다. 성당 입구에는 넓고 평평한 형태의 거대한 돌이 바닥에 불쑥 솟아 있다. 이는 ‘최후의 만찬’을 상징하는 돌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밥상을 차려 밥을 먹는다. 예수님께서 베트남에 오시면 이런 밥상에서 식사를 하셨을 것이란 의미로 베트남 형식을 따라 최후의 만찬을 표현했다.

대성전 옆에 위치한 성모 성심 소성당은 거대한 교리서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상징들로 가득하다. 소성당 네 면의 벽에는 연꽃과 사자, 태극 무늬 등 불교와 도교에서 많이 쓰이는 상징들이 조각돼 있다. 이 조각 하나하나에도 가톨릭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연꽃은 순수의 상징으로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주님’을, 사자는 ‘유다 혈통’을, 불사조는 ‘성령을 통한 성모님의 잉태’를 상징한다. 가톨릭교회가 전하는 복음의 의미를 현지인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트랑룩 신부는 성당의 정체성 또한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대성당 안에 있는 5개의 소성당을 예수 성심, 성모 성심, 성 베드로, 성 요한 사도, 성 요한 세례자께 봉헌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또 종탑 지붕 위에는 네 복음사가의 상징인 사자와 독수리, 사람, 황소의 석상을 세워 놓았다.



종탑 위 네 복음사가 상징 석상 세워

팟 지엠교구 성지 담당 트란 반 딘 신부는 “종탑 위 네 복음사가의 상징은 이곳이 복음을 선포하는 곳임을 알리고자 했던 트랑룩 신부의 뜻을 담고 있다”며 “성당 겉모습은 베트남 전통 양식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을 보면 트랑룩 신부가 주님을 흠숭하는 신자들의 집이라는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팟 지엠교구장 응우옌 낭 주교는 “팟 지엠 대성당은 가톨릭과 베트남 전통문화가 결합해 있는 독특한 성당이자 교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곳곳에 새긴 의미 있는 성당”이라며 “이러한 독특한 매력은 비신자들에게 복음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고 신자들에게는 믿음을 되새기게 해, ‘성지는 복음화의 새로운 문’이라는 성지순례 사목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리고 있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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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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