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어린이 안전학교 대표
▶‘세림이법’은 어떤 법인가.
2013년 청주에서 네 살 세림양이 통학버스에서 내려 지나가다 통학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어린이 통학버스 보호 조항을 대폭 강화한 법이 바로 이른바 ‘세림이법’이다. 이 법을 통해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신고와 교사 동승을 의무화했다. 또 운전자, 시설장, 인솔 교사 교육도 의무화하고, 차량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경광등 설치와 발판 높이 조정 등 여러 가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최근에도 여덟 살 여아가 합기도학원 버스에 외투가 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그런데 이 차량은 ‘세림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들었다.
이게 바로 법 규정의 사각지대다. 태권도 차량은 적용 대상인데 합기도 차량은 아니다. ‘세림이법’ 적용 대상을 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체육시설로 정해져 있다. 체육시설은 태권도ㆍ유도ㆍ검도ㆍ권투ㆍ레슬링ㆍ우슈 등 여섯 가지 종목으로 정해놨다. 하지만 요즘 농구ㆍ야구ㆍ축구 교실 등 체육 관련 시설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운영하는 통학차량은 ‘세림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을 만들 때 제대로 해야 했던 것 아닌가.
제정 당시 계속 주장했지만 안 됐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관계부처에서 법을 개정하겠다고 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진 포함이 안 돼 있다. 이제서야 관계부처에서 실질적으로 어린이를 통학 목적으로 하는 모든 차량은 다 포함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어쨌든 아직은 포함이 안 돼 있다.
▶통학버스 인솔교사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현행법상 2년 동안 3시간 교육받게 돼 있다. 너무나 형식적이다. 현재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 유형은 다섯 가지 정도다. △아이가 차에서 내려 그 앞으로 지나가다 내려준 차에 치이는 사고 △내렸다 닫히는 문에 옷이 끼이는 사고 △차 뒤에서 놀다 후진하는 차에 치이는 사고 △차에서 내린 후 옆에서 오는 차에 치이는 사고 △내리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부딪히는 사고 등이다. 이런 사고 사례를 운전자, 인솔교사, 학부모, 시설장까지 즉시 공유하고 자율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서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근본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어떠한가.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통학버스 자격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통학버스는 아무나 운전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누구나 통학버스를 운전할 수 있고, 교육도 제대로 안 돼 있다. 또 선진국은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법률을 위반하면 범칙금 1000달러(약 115만 원)를 내거나 징역을 살아야 할 정도로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우리도 안전의 중요성을 교육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법적 제재를 뒷받침해서 더는 어린이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