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루카 5,16)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때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여름 휴가. 하지만 바다와 계곡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가지는 언제나 그렇듯 번잡하고, 쉬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일이 허다하다.

올 여름 휴가는 그동안 우리가 잘 찾지 못했던 깊은 산 속에 자리한 피정의 집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에서부터 설악산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깊은 산. 그 속엔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자연과 함께하며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피정의 집들이 많다. 틀에 박힌 피정 프로그램에서도 벗어나 맘껏 쉬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깊은 산속 피정의 집을 소개한다.


■ 강원도 인제 ‘겟세마니 피정의 집’

백두대간의 산들이 끝이 나지 않을 듯 구비구비 이어지는 강원도 인제. 이 산들 사이에는 생명의 물줄기를 감싸고 있는 소양호가 있다. 겟세마니 피정의 집(원장 신호철 신부)은 이렇게 끝없게 이어지는 산과 소양호가 만나는 길목에 서 있다.

피정의 집 곳곳에선 배와 포도, 꽃사과, 보리수 등 온갖 과실수들이 눈길을 끌고, 드넓은 마당에선 커다란 예수상이 피정자를 반긴다. 예수상 아래에는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 마음을 더욱 푸근하게 만든다.

겟세마니 피정의 집에는 호주 출신 선교사 조선희 신부(필립보·Philip Crosbie)의 한국 사랑과 영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 신부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와 6·25 한국전쟁 중 ‘죽음의 행진’을 겪기도 했다. 한국 사목활동 말년인 1990년엔 북한 땅과 가까운 소양호 상류에 겟세마니 피정의 집을 세웠다.

피정의 집에는 소양호를 따라 걸으면서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평화를 구하는 기도의 길’도 마련돼 있다. 피정의 집 왼편에 마련해둔 ‘평화의 종’이 이 길의 시작점이다. 오솔길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평화를 구하는 기도의 길’ 중간 중간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 구절을 적은 푯말을 세워 묵상을 돕는다.

피정은 3개의 개인실과 3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단체방에서 가능하다. 소규모 단체는 1박 피정과 2박 피정을 할 수 있으며 개인이나 가족단위 피정도 가능하다. 개별 피정을 해도 된다. 필요한 경우, 피정의 집 원장 신호철 신부가 각 단체 및 개인의 필요에 맞게 맞춤형 피정도 지도해준다.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 성시간, 면담 고해성사도 가능하다.

특히 해마다 여름에는 말씀과 기도 안에서 지내면서 영적 쉼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2박3일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핸 7월 21~23일, 28~30일, 8월 4~6일 3차례 열린다.

피정의 집 원장 신호철 신부는 “세상의 번잡함을 피해 조용히 편안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놓고 있다”면서 “많은 신자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하느님 안에서 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소: 강원도 인제군 남면 빙어마을길 196
찾아가는 법: 신남터미널에서 뒷재 방면 버스를 타고, 뒷재 정류장에서 내려 겟세마니 피정의 집 표지판 안내에 따라 2㎞ 정도 걸으면 된다.

※문의 033-461-4243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