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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순교자들] (12) 이경호(안셀모) 신부

동기 두 신부, 짧은 사목 기간에도 신자 위해 힘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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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신부가 정치보위부원들에게 체포되고 끌려간 안주본당 사제관. 뒤쪽으로 관서팔경 중 하나인 백상루가 보인다.


수품 동기인 이경호(안셀모) 신부와 석원섭(마르코) 신부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두 사제 모두 숙천본당 출신이지만, 사목적 삶이나 가족 관계나 성장 과정 등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알려진 단편적 사실도 상당 부분 신학교 선ㆍ후배들의 회고에 의존하고 있다. 이경호 신부가 순교 신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면, 석원섭 신부는 성소 계발이나 신학생 양성 쪽에 관심을 뒀다.






라틴어와 미술에 재능 보여
 

이경호 신부는 1918년 생이다. 출생지는 평안남도 강서군 성태면 연곡리, 지금의 평남 대동군 연곡리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숙천본당 유급 전교사로 활동했던 어머니, 남동생과 단출하게 숙천성당 바로 앞집에 살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남으로 월남한 연고자도 없는 데다 출신 본당인 숙천본당 출신 증언자도, 자료도 없어 유감스럽다”고 1984년 박정일(전 마산교구장) 주교가 말한 바 있다.
 

이경호 신부는 1935년 서울로 유학, 1940년 3월 동성상업학교 을조(소신학교)를 졸업했고, 그해 4월 덕원신학교(대신학교)에 들어갔다. 신학교 재학 시절의 이경호 신학생은 조용하고 꼼꼼한 성품이었으며, 라틴어를 즐겨 공부했고 특히 미술에 재능을 보였다는 게 윤공희(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 등의 증언이다. 신학교를 마친 그는 1947년 12월 27일 신축 중이던 평양 관후리 주교좌성당 지하 1층 임시 성전에서 동기 석원섭 부제와 함께 평양대목구장 홍용호 주교 주례로 사제품을 받았다.

 

체포 전까지 신앙 생활 독려해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 신부는 주교관에서 휴양하며 당시 주교 비서 조문국 신부가 사목하던 기림리본당 공동체를 돌봤다. 그러던 중 중국 공산당의 박해로 평양교구에 와있던 연길대목구 사제들이 1948년 9월 서울대목구 관할인 황해도로 가게 되자 당시 안주본당 주임 김충무 신부 후임으로 안주본당에 부임했다. 당시는 이미 공산정권이 노골적으로 교회를 탄압하던 때였다. 이 신부는 새 본당에서 자신의 사목적 소임을 다하기가 어려웠다. 갖은 훼방과 감시 속에서도 그는 침체된 안주교회를 살리려 고심했고, 박해 속에서도 순교 신심을 북돋우는 데 몰두했다.
 

당시 안주본당 소속 신학생 정의채(현 서울대교구) 몬시뇰은 이런 증언을 남기고 있다.
 

“공산 치하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어려워져 갈 때, 이 신부님은 주일 미사 강론 등을 통해 ‘어느 날 갑자기 신부가 체포돼 더는 미사에 참례하거나 고해성사를 받을 수 없게 될 날이 올 것이니 지금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습니다. 그러자 거의 모든 신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신자가 매일 미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순교 신심을 고취했던 이 신부는 1950년 6월 24일 오후 3시께 정치보위부원들에게 체포된 뒤 소식이 끊겼다. 이후 이 신부는 안주구치소에 갇혀있다가 국군과 유엔군의 북진 당시 청천강 백사장에서 정치보위부원들에게 총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안주본당 신자였던 길 아가타씨는 자신의 부친에게 이 신부의 시신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한다. 이 신부의 시신이 너무 부패해 알아볼 길이 없었지만, 주머니에서 나온 묵주와 신고 있던 신발 등으로 미뤄 이 신부의 시신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증언이다.  






이경호 신부는

 

■ 1918년 평안남도 강서군 성태면 연곡리 출생

■ 1940년 서울 동성상업학교 을조(소신학교) 졸업

■  1947년 덕원신학교(대신학교) 졸업

■ 1947년 12월 27일 평양 관후리성당에서 사제 수품(홍용호 주교 주례)

■ 1950년 6월 24일 안주성당에서 정치보위부원들에게 피랍 뒤 행방불명

■ 소임 안주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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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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