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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리더를 만나다] (19) 차희제(토마스)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장

“태아의 심장 소리 들리시나요. 낙태,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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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실한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 성장한 차희제 회장은 아기 울음소리가 좋아 산부인과를 택했고 소중한 태아의 생명을 지키려고 낙태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 2016년 7월 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5회 생명 대행진에서 차희제 회장(붉은 점선 안)과 참가자들이 손을 높이 올려 생명 수호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최근 양평에 문을 연 생명과 치유의 병원. 차 회장은 이 병원을 낙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상담하는 시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길이 되는 사람을 만났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그 길을 가면서 넘어지기도 했고 무너지기도 했다. 생명 수호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살아왔다. 낙태하지 않는 의사로 알려진 프로라이프 의사회 차희제(토마스) 회장이다. 아름다운 노래인 아기 울음소리가 좋아 가족의 만류에도 산부인과 의사를 선택했다. 낙태하지 않는 산부인과를 운영하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따돌림도 당했다. 낙태하지 않고 낙태하는 의사와 동업을 했지만, 신앙심이 깊은 아내는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다시 용기를 얻어 낙태 반대, 생명 수호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에 생명과 치유의 병원(차빛의원)을 열었다. 믿음을 지키며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달렸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신과 비슷하게 생긴 아기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싶다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와 달라고 초대한다.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한동안 병원을 하지 않다가 양평의 작은 마을에 개원하셨어요.

2013년 말에 분당에서 하던 산부인과를 접고 3년을 돌아다니다가 작년 말에 양평군 지평면에 생명과 치유의 병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큰 뜻을 품고 시작했습니다. 인구는 없고 노인은 많은 작은 마을입니다.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기도 중에 뭔가 응답을 받은 적이 있어 결정하게 됐습니다. 아직 분만 병원의 여건은 못 돼 부인과 진료만 하고 있는데 양평에 분만 병원이 부족해서 잘 되면 앞으로 분만 병원도 해볼 생각입니다.



▶생명과 치유의 병원을 개원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불경기에 병원 개원한다고 주변의 만류도 많았는데, 제 평생의 소원이 생명 병원 운영이었고 생명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가졌던 작은 꿈이었어요. 그래서 경비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안 하면 영영하지 못할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병원이 잘 돼서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이곳에 생명 문화원을 만들어서 생명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또 병원 주변 공터에 작은 성당이나 공소를 짓는 꿈도 갖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시청 앞에서 제6회 생명대행진을 하셨죠.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생명 수호 운동인데, 한국은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중심으로 2012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3000명 정도 참여했는데 올해는 인원이 많이 줄었지만 동감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열기는 더 뜨거웠습니다. 급진 여성주의자들과 낙태 옹호론자들의 낙태 합법화 목소리가 커지는 현실에서 올해 생명대행진은 의미가 컸고요. 참여 단체 공동 명의로 낙태 합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모자보건법 14조 폐지와 관련해 지난 40년 동안 저는 정부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데요.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문재인 후보만 낙태에 대한 질의에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되셔서 상황이 조금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낙태 근절 운동 얘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게 여성의 선택권 문제인데요.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라고는 있지만, 배아, 태아라는 존재가 엄마 몸의 일부가 될 수는 없죠.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안에 반대하는 내용입니다. 일부 급진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행동이 마치 첨단 여성의 길인 양 잘못 받아들이는 젊은 여성들이 아주 많거든요. 불과 2~3년 사이로 대학가에서 낙태 반대, 낙태 실태를 강의하면 대자보가 붙습니다. 매우 안타깝고 굉장히 두려운 상황이죠. 미혼모 대책도 아주 미미하고 도움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하고요. 미혼모 책임법과 양육 책임법 등을 제정해서 복지와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낙태 반대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을 좋아해서 산부인과를 선택했습니다. 산부인과는 낙태 병원이라는 인식이 있어 친가와 처가에서 모두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낙태를 하지 않는 산부인과를 운영했는데 경영난으로 4년 만에 문을 닫았죠. 개원 첫날 외래환자 11명 가운데 2명이 낙태를 원하길래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진료 거부냐’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엔 낙태하지 않는 의사라는 소문이 나 임산부들에게 신뢰를 얻어 분당에서 분만 건수가 제일 많은 산부인과였는데요, 그룹으로 하는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 들어오면서 밀렸죠. 낙태하는 의사와 동업할 수는 없었어요.



▶법적으로 낙태는 불법 아닌가요.

모자보건법 14조 낙태 허용 사유가 낙태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유전학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이나 준강간, 혈족 간 임신, 엄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 등 5가지인데요. 태아를 이유로 낙태할 수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태아가 기형인 경우에도 현행법에는 낙태 허용 기준이 안 됩니다. 강간인 경우에도 교회는 출산을 권고합니다. 가톨릭 생명 운동의 일환인 낙태 반대 운동을 종교 활동의 하나로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원칙주의, 이상주의라는 비난인데요. 낙태 옹호론자들은 생명 운동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아 대화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생명운동에 동참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프로라이프 연합회가 됐죠.

처음에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만들어지고 교수회, 변호사회, 청년회, 여성회 등 프로라이프 전문가 단체들이 만들어져 연합회가 결성됐습니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님이 생명 기금을 기부해 주셔서 올해 생명대행진을 할 수 있었는데요. 생명운동에는 ‘리더’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리더’입니다. 내가 ‘리더’이니까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냥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명운동을 하면서 힘을 얻는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생명운동은 저의 운명의 길입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열 배, 백 배 좌절해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는 이유는 주님한테 받은 저의 소명이 생명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생명대행진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고요. 낙태를 줄이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저보다 신앙이 깊은 아내가 낙태 반대 운동을 하도록 이끌어 줬는데요. 저는 낙태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다른 의사들과 동업을 했는데, 아내는 낙태한 수입까지 삼등분한 돈은 받기 싫다고까지 했습니다. 너무 섭섭했는데 아내의 말이 맞기에 결국 제가 지고 말았죠.



▶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시죠.

그렇습니다. 부모님이 독실한 신자여서 산부인과 하는 것을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아내 덕도 있지만, 어머니의 기도 덕분입니다. 결혼해서 8년 만에 낳은 저를 애지중지 키우면서 사랑을 많이 주셨죠. 어렸을 때 주일학교 빠지면 할머니한테 총채(먼지떨이)로 맞기도 했습니다. 새벽이면 할머니의 ‘오! 주 예수여!’ 소리에 잠을 깨곤 했는데, 할머니는 제가 외울 정도로 기도를 많이 하셨습니다.



▶ 생명운동을 하는 원장님께 ‘신앙’은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에는 흉내만 내는 신앙이었는데, 요즘에는 절실한 마음이 듭니다. 다만, 꾸준한 신앙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술을 마신 날도 기도는 반드시 하고 잠자리에 드는데요. 요즘 들어 저 자신을 돌아봤을 때 초심을 잃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생명대행진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죠. 초심으로 돌아가 꾸준히 자료도 모으고 공부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이 병원(차빛의원)이 생명과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해 신앙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참여와 실천,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하는데요, 함께하는 분들이 적어 아쉽습니다.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급진 여성주의자들은 상당히 조직화해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라이프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어서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여성의 참여와 힘이 절실합니다. 교회는 당연히 원칙적인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최일선의 활동가들과 목표가 똑같다면 가는 길이 달라도 교회가 인정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생명대행진의 경우 교회의 도움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낙태 시술은 자연 유산과는 전혀 다릅니다. 자연 유산은 손상 없는 시술인데 반해 낙태 시술은 끝까지 엄마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는 태아를 강제로 굳이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이게 안전합니까? 편안합니까? 여성을 행복하게 합니까? 산부인과 의사는 누구보다 더 잘 압니다. 속으면 안 됩니다. 낙태하면 절대로 후회합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원장님께 예수님은 어떤 분이세요.

참 좋으신 분입니다. 예수님은 저의 후원자이고 후견인으로 저를 보호해 주는 분이십니다. 오른쪽에는 예수님, 왼쪽에는 성모님, 저는 그런 믿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겁나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있는데요.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7) 제가 구원을 받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를 향해 지금도 줄기차게 쉼 없이 달려갈 뿐입니다.



▶생명과 치유의 병원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낙태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산모들과 남자 친구나 남편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시설을 만들고 싶습니다. 낙태든 생명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저한테 오시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왜냐하면, 저는 초음파를 보여 주거든요. 심장 박동이 뛰고 당신이랑 비슷하게 생긴 아기가 여기에서 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생각이 많이 바뀌죠.



TV 방송 시각 : 8월 15일 오후 7시, 16일 오후 11시



4개월 된 태아 모습. 【CNS】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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