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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고운 우리말 두고 막말·줄임말? ‘고운 말 쓰기’ 수련해야

이해인 수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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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한글날이었다. 최근엔 ‘아무 말 대잔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막말과 줄임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로 시를 짓고, 고운 말을 쓰는 데 힘쓰고 있는 이해인 수녀에게 한글의 아름다움과 고운 말쓰기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한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평범하면서도 무궁무진하고 비범한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종대왕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그리움, 기다림, 애틋함’ 등의 표현을 좋아한다. ‘곱다, 어여쁘다, 고즈넉하다, 아담하다’ 등은 외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이 외국어를 배우는 열정에 반해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자신을 ‘고운 말 쓰기 학교 수련생’이라 칭했던데 수도자도 이 수련이 필요한가.

많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만날 사람에게 어떤 덕담을 해줄까’ ‘그분이 내게 말을 할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렇게 나름대로 만날 사람에게 해줄 말을 미리 생각한다.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대화하면 훨씬 실수를 덜하게 되더라. 잘못한 점이 있다면 다시 점검해 보고, 다음에 어떻게 말할지 스스로 수련하는 편이다. 물론 수도자이지만 화나는 일도 있고 힘든 일도 겪기에 고운 말 쓰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일단은 그 상황을 피하거나, 침묵하거나, 성당으로 달려가 성체 앞에 앉아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히려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화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수련한다.

▶‘고운 말 쓰기 수련’이 제일 필요한 사람은 정치인이 아닐까.

품격 있어야 할 정치인들이 막말하고 싸우는 모습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보면 너무 안타깝다. 인신공격 발언까지 하는 걸 보면 ‘온 국민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구나’ 싶어 실망스럽다. 아무리 재능이 많고 학식이 높더라도 비인격적인 말을 하면 그 후부터는 존경심이 사라진다. 이점을 정치인들이 자각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본인이 노력해야지, 누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생선(생일 선물)’ 등 젊은이들의 줄임말은 어떻게 보나.

낯설다. 공부하려고 엄지척, 귀요미, 심쿵, 꿀팁 같은 단어는 귀여워서 메모하며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의 말들은 너무 억세고 엽기적인 부분도 있어 배우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시대에서 이런 점을 즐거워한다면 이해할 마음은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말이나, 남의 외모를 비아냥거리는 말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글날에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소개해준다면.

노래로도 만들어진 ‘나를 키우는 말’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 나도 정말 행복해서 /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걸 / 나는 말하면서 / 다시 알지.”



정리=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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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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