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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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2) 피임약과 행복의 이미지, 그냥 믿어도 될까?

아이돌이 믿어 보라는 ‘환상의 피임약?’… 현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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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성교육 수업을 받았고, 책임질 수 없으면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런 생각이 당연한 것이고 성인이 돼서도 ‘내 몸은 내가 지킨다’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스무 살, 성인이 되고 자유라는 것을 맛본 젊은이들은 성적 자유를 꿈꾸게 된다.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남친(남자친구)과 잠자리를 한다. 나도 혼전 순결에 동의하지 않아서 좋아하니까 성관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정말로 남친이 좋아서 잠자리를 하고 콘돔을 사용한다지만, 여자들의 불안감을 그치지 않는다. 생리 예정일이 하루만 늦어도 전전긍긍하고, 생리주기가 다가오면 할지 안 할지 불안에 떠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봐 왔다. 피임약 광고인 ‘한 줄일까 두 줄일까 수능보다 더 떨린다’라는 카피가 공감 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콘돔의 피임 성공률은 85. 전적으로 여자들은 이 수치에 의존한다. 콘돔만 끼면 임신이라는 걱정은 그 당시 잠깐 사라질 뿐이다. 찰나의 쾌락을 위해서 여자는 남은 기간 전전긍긍한다. 나를 포함해서 다른 친구들도 성관계 후 이런 기분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학교에서 가르쳐 준 피임을 했음에도 불안은 여자들을 괴롭힌다. 나는 여기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나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피임 교육이 말해 주지 않는 것은?

“한 줄일까 두 줄일까, 수능보다 더 떨렸다. 임신일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은 잊어라. 미리미리 ○○○○”



주요 대도시를 운행하는 버스 옆면에 도배된 피임약 광고다. 10대 청소년 타깃 광고이며, 이 피임약만 먹으면 임신의 공포와 불안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거짓 메시지를 청소년들에게 각인시키는 선전 활동이다. 그들은 홍보를 통한 설득이라고 말하지만, 그 내용과 사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 즉 프로파간다(propaganda)일 뿐이다.

피임산업과 유착돼 있는 광고산업이나 성교육 단체는 늘상 콘돔이나 피임약만 사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청소년들에게 정교하게 각인시키는 교육만을 반복한다. 그렇게 피임해도 불안에 시달린다는 분명한 사실과 피임은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임신이 확인되면 십중팔구 낙태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왜 콘돔을 쓰고 피임약을 먹는데도 불안할까? 남녀가 성적으로 결합하면 생명이 잉태된다. 대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이를 막는다는 것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피임은 자연에 역행하는 시도, 즉 안 되는 것을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쳐 준 대로 피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계속 불안한가?’라는 자기 현실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 여학생은 필자의 성교육 수업을 듣고 나서 현실 인식은 물론 그 답까지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100 피임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은 콘돔을 쓰고 피임약을 먹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분명한 사실임에도 피임산업은 주야장천으로 피임 신화를 영상매체를 통해서 확산시킨다.

기만하는 이미지와 은폐되는 현실

“○○○○! 누구를 만날지, 그 사람과 어떤 사랑을 할지, 난 내가 선택해. 사랑도 완벽해야 하니까 ○○○○, 나의 선택은 ○○○○. 99 피임 효과 ○○○○로 실수없이 걱정 없게. 믿어 보라 ○○○○. 내가 선택한 피임약 ○○○○.”

걸그룹 아이돌이 출연한 피임약 광고다. 이전의 피임약 광고는 무명의 여성을 등장시켰는데, 이 광고는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스타를 모델로 내세웠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 아이돌은 매우 당당하고 주체적이며 행복한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정말 실제로도 그럴까? 피임약을 먹으면서 연애를 이어가는 여성은 불안에 떨면서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 뿐 광고 속 아이돌처럼 당당하고 주체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완벽한 100 피임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유명 연예인이 확신에 차서 말하기 때문에 정말 완벽한 피임이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고는 곧바로 ‘99 피임 효과’가 있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그러나 그 하단에는 “사전 피임제는 일반적 사용시 8, 완벽한 사용시 0.3의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하였다” 라는 문구가 잘 보이지도 않는 글씨로 적혀 있다. 복용법대로 매일 제 시간에 꼬박꼬박 먹어도 10 가까운 실패가 발생하는 것이 임상실험 결과라는 뜻이다. 거짓말은 큰 글씨로 선명하게, 진실은 작은 글씨로 보이지 않게 적어 놓은 것이다.

광고에 나오는 여성 아이돌은 휴대폰 알람소리에 맞춰 피임약을 먹고, 도심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통유리로 된 호텔방에서 남친을 기다리는 장면을 아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이 이미지는 ‘피임약을 믿고 안심하고 섹스하라’는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광고 하단부에는 또 보이지 않는 글씨로 “장기 사용할 경우 주기적으로 병의원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두통이나 메스꺼움, 혈전, 질 출혈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큰 고통을 겪는 젊은 여성들이 실제로 수없이 존재한다.

피임약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다수의 여성들이 존재하지만 광고 이미지는 그 사실을 은폐한다. 심지어 의사 처방을 받고 특정 피임약을 복용한 후에 돌연사로 사망한 여성이 우리나라에 두 명이나 있지만, 주류 언론은 이 사실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사망자의 유가족이나 부작용 피해자들은 돈을 모아서 광고를 할 형편도 아니기 때문에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매체는 자금력이 있는 기업의 거짓말만 유통시킬 뿐이다.



피임약 광고 속 아이돌은 마지막에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한 마디를 남긴다. “믿어 보라 ○○○○.”

걸그룹 아이돌을 추종하는 수많은 여학생에게 이 한 마디는 복음처럼 들릴 것이고, 또 그렇게 속을 것이다. 이 정도면 허가받은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광고카피를 진실의 언어로 바꾸고 싶다. “(발등)찍혀 보라 ○○○○”

“기만하는 모든 것은 매혹적이다.”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한 말이다. 피임산업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만든 피임약 광고는 화려하게 포장된 거짓말이다. 이 거짓말은 인간의 욕망을 기민하게 파악해 이를 만족시켜 주기에 식별력이 없는 청소년, 청년들일수록 쉽게 따라가게 된다. 여성 아이돌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는 피임약 광고에 출연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향력이 막강한 유명인이 거짓에 봉사했기 때문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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