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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수난, 영화로 본다] (1) 수난극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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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묵상한다.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강생과 함께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이룬다. 교회는 그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수단들을 통해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적 가르침들을 표현한다. 사순 시기를 맞아 영화가 예수의 일생을, 특히 수난과 부활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함께 묵상해보자.


예수의 수난과 부활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역동적이고 감동적이다. 때문에 영화의 소재로 관심을 모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라는 장르는 1895년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단편 ‘열차의 도착’에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불과 2년만인 1897년, 최초로 예수 이야기를 영상화한 ‘수난’(La Passion)이 만들어졌다. 초기 그리스도교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다룬 ‘수난극’에 집중됐다.

■ 수난극과 수난극 영화

본래 수난극은 성경에 나타나는 예수의 일생 중에서 마지막 한 주간, 예수의 수난부터 부활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다. 처음에는 교회 내부 행사로 조촐하게 치러졌지만 12세기 말부터 유럽 각지에서 마을의 대규모 종교 행사로 열렸다.

14세기와 15세기 초에 걸쳐서는 ‘수난연극조합’이 결성되고 상설극장도 생겨났다. 16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난극이 유럽 전역에서 상연됐다. 종교개혁 이후 중단됐다가 다시 부활됐지만 대체로 쇠퇴하고 지금은 일부만 현존한다. 17세기 이래 10년마다 정기적으로 주민들이 수난극을 상영해오고 있는 독일 남부 소도시 오버라머가우(Oberammergau)가 유명하다.

뮤지컬 형식의 이 수난극들이 초기 그리스도교 수난극 영화들에게 드라마적 기초와 모델을 제공했다. 첫 그리스도교 영화인 ‘수난’(La Passion)은 물론 체코 서부 보헤미아 호리츠(Horitz)에서 만들어진 ‘수난극’(Passion Play, 1897)이나 ‘오버라머가우 수난극’(The Passion Play of Oberammergau, 1898)도 마을 단위로 이뤄지던 전통적 수난극 공연을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특히 ‘호리츠 수난극’은 제작국인 미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1903년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과 승천까지 총 31편에 달하는 예수의 일대기가 영화화되기도 했다.


■ 수난을 넘어 하느님께로

이후 지금까지 그리스도의 생애나 가르침에 바탕을 둔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들은 예수를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 생애를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혹은 예수의 삶의 모범과 가르침을 다양한 형상의 인물들로 재현한다. 그리고 시대와 문화, 지역, 그리고 감독과 제작자의 의도와 시각에 따라 영화에 등장하는 예수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은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한다.

예수의 고통과 수난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로는 단연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가 꼽힌다. 예수의 십자가형 직전 마지막 12시간, 그 혹독한 육체적 고통에 초사실적으로 집중한 이 영화는 찬반의 격렬한 논란을 불러오며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뒀다.

예수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이 겪는 역경의 전 과정을 예수의 수난기와 일치시키는 영화로는 ‘신과 인간’(Des Hommes Et Des Dieux, Of Gods And Men, 2010), ‘잔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 The Passion Of Joan Of Arc, 1928)이 대표적이다.


■ 수난의 다양한 의미들

‘인톨러런스’(Intolerance: Love’s Struggle Throughout The Ages, 1916)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의 원인이 편협함과 불관용이라는 점에 초점을 둔다. ‘왕중왕’(The King of Kings, 1927)은 ‘경건한 치유자’로서의 예수가 부각되기에 그의 수난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혁명가’ 예수를 묘사한 ‘마태복음’(Il Vangelo Secondo Matteo,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 1964)은 예수가 고문을 받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는 과정을 매우 짧게 처리했지만, 일반인들이 구세주로서의 예수 면면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몬트리올 예수’(Jesus Of Montreal, 1989)는 현대 캐나다를 배경으로 ‘수난극’ 배우의 죽음을 통해 부활의 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나자렛 예수’(Jesus of Nazareth, 1977)는 감성적인 인간 예수의 모습을 강조한다. 예수의 정체는 구약에서 예언된 대로 ‘고난받는 종’이고, 그는 자신의 고통과 수난을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과정으로 여긴다.

무력한 절망의 상황을 통해 인간 구원이 가능했다는 것은 엄청난 역설이다. 그 역설은 영화 속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고통을 다양한 각도에서 묵상할 수 있게 해준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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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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