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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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12) K-pop 문화산업과 왜곡된 성교육

쇠고랑 찰 노래에 열광하는 아이들…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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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별력과 비판의 교육 없이 성을 상품화한 문화산업은 청소년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심어줄 위험이 크다. ‘빨개요’ 류의 노래가 전국 초·중·고등학교 축제에 등장하는 것은 올바른 청소년 성교육을 위해 깊게 숙고해야 할 문제다. 삽화=문채현



왜곡의 기술? 감추거나 속이거나

성을 상품화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대중문화산업, 방송산업, 포르노산업, 광고산업, 모텔산업, 피임산업, 성교육산업, 의료산업 등을 필자는 쾌락산업으로 통칭한다. 이 쾌락산업은 침투력 강한 매체를 활용하여 ‘섹스는 게임, 임신만 안 하면 될 뿐’이라는 생각을 문화화해서 성을 왜곡하는 데 거의 성공했다. 이런 왜곡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분명한 사실이지만 전혀 보여주지 않는 것과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쾌락산업이 감추는 성의 진실은 무엇일까? 첫째는 성적 결합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자연법적 사실이다. 둘째는 생명에 대한 책임이다. 셋째는 책임 없이 성관계부터 했을 때 일어나는 고통이다. 이 셋은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이 속이는 내용은 무엇일까? 폭력적인 남녀 관계를 진정한 사랑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가 거의 다 그런 일을 하는데, 뮤직비디오부터 살펴본다.



‘빨개요’, 여자는 남자가 먹는 맛있는 음식인가?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나는 빨개요. 깨물어 주고 싶은 애교가 예술이에요. 밤마다 내가 생각나? like 매콤한 라면, 먼저 들어와 봐. 내가 좋다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 현아는 Yeah.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 현아는 Ah.”

청소년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노래 ‘빨개요’의 일부다. ‘라면 먹고 갈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성관계하자’의 은어다. 그렇다면 “밤마다 내가 생각나? like 라면”은 무슨 뜻일까? “성관계하자”다. 익숙한 동요 ‘원숭이 엉덩이’가 후렴구로 반복되는데, 원곡의 가사는 생략되고 감탄사 ‘Yeah’와 ‘Ah’만 있다. 워낙 익숙한 동요여서 생략된 단어 “맛있어”가 자동 복원된다. “현아는 맛있어.” 그러니까 이 노래는 현아로 대표되는 여자를 맛있는 음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뒤틀린 가치관을 이 노래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이 사석에서나 입에 담는 성관계를 가리키는 저급한 표현이 ‘먹었다’ ‘따먹었다’인데, ‘빨개요’는 이 왜곡된 성 의식을 그대로 품고 있는 것이다. 가사에 ‘먹었다’ ‘따먹었다’를 직접 사용하면, 사회적 비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작사가가 동요를 이용해서 살짝 비틀어놓았다. 이는 더 강한 비난을 받아야 할 행위인데, 부모와 교육자조차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빨개요’가 하는 폭력적 성교육

그런데 이 노래가 공중파와 케이블 TV의 거의 모든 가요 프로그램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기에 이 황당한 노래 ‘빨개요’는 어린이ㆍ청소년의 자연스러운 놀이문화가 된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자주 듣고 따라부르고 춤까지 따라 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자=남자가 먹는 맛있는 음식”, “여자=남자 마음대로 다루어도 되는 물건”이라는 왜곡된 가치관이 무의식 깊게 각인된다. 여성을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여기게 하는 엄청난 폭력성이 이 노래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내면화되는 것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데이트 폭력이나 여성 혐오 폭력의 문화적 뿌리가 무엇일까? 필자는 그 근원 중 하나가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여성을 음식이나 물건으로 취급하게 하는 문화산업이라고 확신한다.

식별력과 비판의 교육 없이 이런 문화상품을 어린이ㆍ청소년들에게 10년 이상 일용할 양식으로 섭취시킨 사회가 한국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성은 여성을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여기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자친구가 행동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지 않고, 권리라고 주장한다. 여성은 사랑과 폭력을 혼동하면서, 이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지는 정도의 폭행을 당해야만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문화산업이 진행시킨 왜곡된 성교육을 식별도 비판도 없이 방치한 결과다.

비상식의 나라 대한민국

한국에서 ‘빨개요’같은 노래는 비판과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국위 선양, 외화벌이, 애국산업이라는 칭송을 받는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연예기획사가 급성장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가수들이 동행하여 K-pop 콘서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선정적인 노래를 정부가 나서서 대한민국의 주력 문화상품으로 수출하려고 했고, 그 외국 공연장에 대통령이 함께한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을 연구하는 필자는 정부와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 참모 중 누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지금은 그 의문이 다 풀렸다. 비선 실세가 미르재단을 만들고 특정인을 내세워서 한 일임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의 축하곡이 ‘강남스타일’이었던 사실은 더 큰 충격이었다. 아무리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라며 ‘원나잇 스탠드(하룻밤 성관계)’를 재미있게 표현한 노래를 한 정부의 출범을 축복하는 자리에서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외교관과 외신 기자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싸이와 한국 국민들이 다 함께 말춤을 추면서 그 노래를 불렀던 것은 우리 스스로가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였다. ‘강남스타일’을 축하곡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와도 그것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그런 상식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비선 실세의 힘이 그 상식을 무력화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빨개요’와 청소년 학교 축제

나라 전체가 이렇게 비상식이기 때문에 ‘빨개요’ 류의 노래가 초ㆍ중ㆍ고 축제에서 열광적으로 공연되는 일이 즐비하다. 대다수 학교의 축제가 걸그룹 섹시댄스 공연이며, 여고 댄스부의 남고 출장댄스는 축제의 핵이다. 20년 전에는 성인 나이트에서 밤 12시쯤 하는 댄스를 지금은 공중파 TV는 물론 중ㆍ고교 축제에서 하는데도, 교육자의 개입과 지도는 극히 드물다. 믿기 어려우면 구글에서 ‘여고 댄스부 남고 공연 빨개요’를 검색해보라. 상의 탈의 댄스부터 의자 댄스까지 남고 강당에서 벌어지는 현란한 영상이 수두룩하다.

이런 춤을 잘 추는 여학생이 인기가 많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이 춤을 배우고 싶어한다. 어디 가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방송 댄스학원이다. 또 거의 모든 학교에 방송 댄스반이 있고, 외부 강사가 와서 아이들에게 온갖 기기묘묘한 섹시 댄스를 가르친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아이들을 망치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국가 예산으로 무상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단체의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난세는 진실과 진리에 대한 정확인 인식과 그 실천으로 극복해야 한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 위원,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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