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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1인 가구 시대’ 사목적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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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현실.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는 사람들, 혹은 어쩔 수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로 인해 고립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성가정’의 모범에서 벗어난 ‘비정상적’ 가정으로만 치부해도 좋을까?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적절한 사목적 대안은 있을지 생각해본다.


김명인(가명·율리아나·37)씨는 경력 15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혼자 생활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10여 명의 대학 동기들 절반 이상이 아직 미혼이다. 결혼하라는 부모님 성화 때문에 독립한 지 7년째, 대출이 끼어 있지만 조그만 아파트도 소유하고 있다. 가끔 외롭긴 하지만 지옥 같은 한국 육아와 교육 현실 속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생각도 하기 싫다.

이우혁(가명·베드로·26)씨는 대학원생이다. 취업이 안 되니 대학원을 다니면서 시간을 버는 중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비좁지만 학교 근처라 월세가 꽤 비싸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지만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취업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신세를 져야 한다. 결혼?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그 ‘비싼’ 결혼을 어떻게 하겠는가?

박진후(가명·시몬·55)씨는 5년 전에 이혼하고 혼자 생활한다. 노모의 도움으로 방 한 칸짜리 연립주택에서 살면서 인근 사우나에서 일한다.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뒤 이혼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 커서 큰 걱정은 없고, 전처와 다시 합치거나 재혼할 생각은 없다. 요새는 편의점 음식도 먹기 괜찮아서 영양실조 걸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가 편하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우리 주변에 혼자 사는 가구는 지천이다. 동네마다 오피스텔과 원룸, 고시원들이 널렸고 비어 있는 방들이 거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함께 살기’에서 ‘혼자 살기’로 변해가고 있다.


■ 1인 가구가 대세?

혼자 살기의 현실은 이미 통계 수치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통계청 집계에 의하면, 1980년 전국 총 796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38만 가구(4.81)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1911만 가구 중 520만 가구로 무려 27.2로 급증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부부로 구성된 2인 가구가 26.1,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3인 가구가 21.5, 4인 가구가 18.8로 나타났다. 2045년에는 1인 가구가 810만 가구로 늘어나, 전체 가구의 36.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되는 핵가족 세대를 넘어 혼자 사는 가구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경제생활을 비롯해 삶의 형태와 구조까지 바꿔 놓고 있다. ‘혼밥’(혼자 밥 먹기)이나 ‘혼술’(혼자 술 마시기)은 일상화된 용어가 됐고, ‘나홀로족’이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 등이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를 함축한다.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혼술남녀’, 독신 남녀의 일상을 관찰하는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의 높은 시청률은 1인 가구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을 반영한다.


■ 1인 가구 증가의 원인

1인 가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서구에서는 대체로 여성의 지위 상승, 잘 보장된 복지체계,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고령화 사회 현상, 개인의 자유 신장 등으로 인해 서서히 점진적으로 1인 가구 증가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의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고령화와 같은 서구사회의 양상과 유사하며 몇 가지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서구사회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도 나타난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은 2008년에 작성한 ‘서울의 1인 가구 증가와 도시정책 수요 연구’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 원인으로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에 따른 비혼과 만혼의 증가 ▲별거 및 이혼의 증가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가족 해체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독신가구 증가 등을 꼽았다.

실제 한국의 1인 가구 중에는 경제력을 상실한 빈곤 노인 가구와 비자발적 청년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1인 가구 전체에서 30대가 18.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이 17.5를 차지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혼인 적령기의 젊은이들과 노년층이 1인 가구 급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 사목적 도전

일상화된 혼자 살기의 라이프 스타일과 이미 보편화된 1인 가구 현상은, 세상 안에 위치한 교회에 새로운 사목적 과제를 던진다. 가정사목, 청년사목, 노인사목뿐만 아니라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 전반에 걸쳐 1인 가구에 대한 돌봄과 지원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정사목의 경우, 상당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가정사목을 포함한 교회의 사목활동은 요셉과 마리아, 예수로 구성된 ‘성가정’의 모범을 전제로 이어져왔다. 즉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 형태를 바람직한 가정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가정들은 한부모 가족, 조부모 가족, 입양 가족, 재혼 가족, 자녀 유학 등으로 인해 생겨난 기러기 가족, 자녀 없는 맞벌이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 가족, 다문화 가족, 탈북자 가족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1인 가구 역시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여러 가족 형태들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현실 속에서, 교회는 1인 가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들을 사목의 대상으로 돌볼 것인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과제는 특히 청년사목과 직결된다. 자발적 비혼 청년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서 고통스럽게 고립된 비자발적 청년 1인 가구를 어떻게 교회로 이끌어 들이고 돌볼 것인지의 문제다.

고령화된 1인 가구에 대한 돌봄은 이미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교회적으로도 중대한 사목적 과제가 됐다. 특히 지방 교구와 대도시 외곽 지역 본당에서는 사목 자체가 노인사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동시에 이혼, 기러기 가족 등 가족 해체로 인해 형성된 40대와 50대의 중년층 1인 가구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역시 심각한 고민이다.


■ 혼자 사는 공동체?

사랑으로 결합한 남녀, 그리고 그 결실인 자녀로 구성되는 ‘성가정’을 교회는 가정, 생명과 관련해서 가장 소중한 요소로 강조한다. 하지만 1인 가구를 단순히 ‘비정상적’이라고만 규정한다면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적절한 사목적 대처는 불가능해 보인다. 혼인과 ‘성가정’의 가치를 일깨우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1인 가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사목적 도전이다.

사실상 자발적 1인 가구도 여전히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 김명인씨는 “혼자 살지만 고립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모임, 동호회 활동, 온라인 네트워크 등에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을 통해, 혼인과 출산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혼자 살거나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동거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교황은 “교리적, 생명윤리적, 도덕적 주제들을 고집”(37항)하는 태도는 경계하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가정 현실을 고려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길 권고했다.(3항 참조)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여전히 공동체성은 삶의 중요한 요소다. 이젠 혼자 사는 삶의 형태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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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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