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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사무엘- 주님께 청을 드려 얻은 아이’ / 노중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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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미사를 하며 강론 시간에 여러 번 말씀드린 것을 다시 여쭈어봅니다. 그러면 꿀 잡수신(?) 벙어리가 되십니다. “왜 기억 못 하십니까?”라고 말씀드리기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다시 말씀드리면 함박웃음을 지으십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약속이 담긴 구약성경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의 새로운 약속이 담긴 신약성경의 전체적인 내용은 ‘기억하여라. 잊지 말아라’의 의미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신지 잊게 되면 쉽게 생명의 길이 아니라 죽음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시간을 회상하며 꺼내 보려 합니다. 사제로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웃고 우는 것입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인데 가장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착한 목자이시고 사목의 대가이셨던 예수님께서 왜 ‘먹보요 술꾼’이라는 별명이 있으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울 때 가슴 아파하시며 통곡하셨고, 웃을 때는 누구보다도 크게 기뻐하시며 웃을 줄 아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셨던 스승님을 따라갑니다.

베이스 기타는 밴드에서 일렉 기타나 피아노나 드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리듬과 박자에 가장 기본이 되는 악기입니다. 장준형 사무엘. 사무엘은 전혀 악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복사단 친구가 “사나이로 태어나서 악기 하나는 해야 하지 않겠냐?” 그 말을 듣고 그날부터 ‘둥땅~ 둥둥~’ 홀로 악기를 시작해 주일학교 미사 때 학생회 밴드에 함께 했습니다. 미사 성가, 그 거룩한 노래 기도를 연주했습니다.

2014년 성주간 시작부터 파스카까지 복사단장으로서 분향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벚꽃과 개나리는 4번 피고 졌는데 미사성제에서 분향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생에게 영정사진은 준비되어있지 않아 학생증 사진으로 준비하였던 그 모습 사무엘에게 인사 전합니다. 아파하는 이들을 위로해 주려 했던 따뜻한 멋진 간호사, 예수님을 사랑했던 예비 신학생, 어쩌면 동료 사제가 되었을 꿈 많은 천사 사무엘에게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닮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있어서는 복음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우리들이었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이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낮은 자리에 평형수가 채워지지 않아 세월호, 그 큰 배는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짐을 돈을 욕심을 더 많이 실어야 했던 우리의 교만의 십자가를 아이들이 대신 짊어지고 갔습니다.

사무엘과 아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이셨음을 겸손되이 고백하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 노래 기도를 가장 좋아했고 그 가르침을 준 사무엘에게 하늘을 향해 오늘 노래를 부릅니다.

고마워 준형아! 주일학교 동생들 잘 챙기고 멋지고 듬직한 복사단장, 주일 아침 이른 시간, 너의 웃음이 넘치는 인사를 받으면 행복한 미사를 시작할 수 있었단다. 화랑유원지에서 농구하고, 배드민턴하고, 간식 먹고, 모든 순간 행복했어. 이제 하느님 나라의 예수님 복사 대장이겠구나. 신부님 다리 다쳐서 걷지도 못할 때, 너는 휠체어 밀어주고, 목발 집어 주었는데 신부님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함만 가득이다. 사무치게 그리운 오늘, 이 편지가 하늘에 올려지기를….


노중호 신부 (성남대리구 서부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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