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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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20) 교육자 양성,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의 최우선 과제

‘생명 살리는 성교육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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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성교육 직무연수는 큰 변화가 발생하는 전향(轉向)의 공간이다. “강의를 들으니, 제 이전 남자친구들이 제게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완벽하게 이해됩니다. 엄마가 알면 기절초풍할 이야기예요”라고 말하는 젊은 보건교사를 종종 만난다. 이런 교육자는 연수를 통해 얻은 깊은 깨달음을 고백의 글로 정리한 후,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에 전심전력을 다 하며 청소년을 돌본다. 다음은 그 깨어남과 결심의 글이다.



시대적 요청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

“청소년들이 넘치는 견해들, 통제를 벗어난 포르노, 성을 훼손할 수 있는 지나친 자극들에 맞서 비판적 사고를 키워 나가도록 해주지 못하면서 넘치는 정보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식별하고 추구하며 사랑에 대한 그들의 능력에 손상을 주는 것들은 피할 수 있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성을 알려주는 데에 새롭고 더욱 적절한 언어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사랑의 기쁨」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하신 말씀이다.

교사들은 고백의 글을 쓰면서 영적인 힘을 얻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책임의 성교육을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과 영상문화를 공유하는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만을 택하고 손상을 주는 것들을 피하게 하는 식별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워주고, ‘청소년들에게 성을 알려주는 새롭고 적절한 언어’를 개발하라는 교황님의 당부를 실천하려면, 우리 사회가 교육자 양성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사랑과 기쁨 연구소 소장>



나는 간호사이며 보건교사다. 성교육을 담당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간호대에서는 생식기 해부학과 생식기 계통의 질병을 위주로 배워서 성의 사회문화적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내가 교사인데도 성교육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 연수를 받으면서 청소년 성교육의 올바른 길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되었고, 교육자로서 성교육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처음 교육을 받던 날 ‘나는 그동안 눈뜬장님이었구나! 보고도 알지 못했으니 장님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 따라 하고 동경했던 대중가요와 그 뮤직비디오에 저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나는 왜 몰랐을까? 소장님은 어떻게 저런 성적 코드들을 신기할 정도로 파악하신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하는 대중문화를 통해서 자기도 모르게 ‘섹스=게임’이라는 성 의식이 형성된다는 명쾌한 해석은 강의가 거듭될수록 현장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실 나도 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섹스=게임’이라는 가치관을 품은 문화상품을 일용할 양식으로 퍼먹고 성장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래서 강의 중에 하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를 두고 하시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었고 양심에 찔림이 오기도 했다. 자신을 돌이켜보면 중학생 때 박지윤의 ‘성인식’을 통해 처음으로 ‘섹시’라는 말을 인식하고, 야한 춤과 선정적인 가요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는 어려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뭔가 성행위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한 나나 지금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청소년이나 성 의식이 비슷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먼저 바라보았고, 체계적인 연수 과정에서 알게 된 무서운 현실을 올바로 식별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가슴속에서 불타올랐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해야만 했던 일이 성과 관련된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점검하고 반성하는 것이었다. 교육자가 자신의 성 의식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성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성교육 책임 교사에게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는 자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대학생과 20대 시절, 성관계가 포함된 연애를 했다. 남자친구와 쾌락만 즐기려 했지 생명과 책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사후피임약을 먹은 적도 몇 번 있었다. ‘나는 임신 안 해!’라고 생각하며 어리석게만 살았던 것이다. 당시 내 친구들도 남자친구와 거의 성관계를 했고, 그 친구들이 속칭 날라리가 아니고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라고만 여기고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살아온 나였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 연수를 받으면서, 가치관의 충돌이 굉장히 심했다. ‘성은 개인의 취향이니까 나는 잘못 산 게 아니야. 내가 옳아!’라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강하게 올라왔다.

그러나 연수 중반부터는 내가 한참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사귀었던 남자친구들과는 모두 상처만 가득 주고받고 헤어졌기 때문이다. 내 성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사회 전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심각성도 가슴 깊이 느꼈다. 생명을 경시하면서 살아왔다는 죄책감과 함께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졌다. 세상이 한 번에 바뀔 수는 없지만, 성을 정확히 인식시켜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작은 움직임이 될 수 있고, 나도 그 나비가 되어야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이 교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면, 나처럼 큰 변화를 체험하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 연수를 듣기 전까지 나는 현실적으로 성교육의 왕도는 피임 교육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성기 모형까지 사서 콘돔 교육을 할 계획이었다. 10대 임신과 낙태의 증가 등의 사회 문제가 피임을 올바로 실천하지 못하고 쉬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성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은 피임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지극히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다. 성과 사랑, 생명과 책임의 큰 그림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성교육을 해야 하는 현장의 보건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눈뜬장님과 같이 누군가 옆에서 거짓말을 해도 그냥 따라가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과 생명, 책임, 인격의 성교육을 모르는 교육자들과 잘못된 성 문화에 젖어 있는 아이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성교육을 하루빨리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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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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