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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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3. 청년들에게 신앙을 불어넣으려면 (하)

교회와 청년, 서로의 외침에 응답할 때 신앙 열정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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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3월 세계 각지의 가톨릭 청년 300명을 로마로 불러모아 직접 목소리를 듣고 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1, 30)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세계 젊은이의 날(World Youth Day)을 맞아 전 세계 청년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교황은 담화에서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혼자 남겨질까 봐,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할까 봐,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무한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의 상황에 깊은 공감을 전했다. 교황은 청년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믿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신앙적 회의를 이겨내라”고 호소한다. 마리아가 ‘이미 하느님의 총애를 발견했기 때문에’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에 두려워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2018년 교회의 관심은 청년을 향하고 있다. 10월 바티칸에서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주교들을 불러 모아 불안과 고민에 빠진 오늘날 청년들과 교회가 ‘함께 걷는’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무한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과 함께 걷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청년들을 위로하고 나선 청년 사목의 현장을 소개한다.


▲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되는 늘푸른청년미사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관계를 맺는 기회는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한 신앙 체험을 선사한다. 제4회 한국청년대회(Korea Youth Day, 이하 KYD)가 8월 11~15일 서울 전역에서 펼쳐진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 20)’를 주제로 열리는 KYD는 한국 가톨릭 청년이 한곳에 모여 신앙을 체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된다. ‘이웃 체험 행사’ ‘교구장과 함께하는 교리 교육 및 미사, 전례 체험’, ‘청년 콘서트, 밤샘 기도’ 등이 계획돼 있다. KYD에서 나눈 정신은 2019년 파나마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로 이어진다.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창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되는 폐쇄된 골방에서 젊음의 불꽃이 스러지게 하지 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청년 신앙인들은 대회를 통해 삶의 문을 활짝 열어 구체적 체험을 공유하며 공동체 속에서 관계를 맺고 세상 속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일주일 중 단 하루, 주일 성당에서만 신앙인’이라고 고백하는 청년들을 위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신앙 공동체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대교구 14지구에서는 5개 본당 청년들이 함께하는 동아리 청년연합회를 만들었다. 연극영화, 자전거, 볼링, 뜨개질 등 기존의 본당 내 단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취미 활동으로 꾸며졌는데 청년들 반응이 뜨겁다. 본당 안에서 청년부 활동으로 만남이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은 신앙을 가진 동네 친구를 사귀고 취미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서 호응이 좋다. 주일에 성당으로 가야만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평일에도 자유롭게 만나 가벼운 활동에서 신앙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의 공동체로 이어진다.

▲ ‘사교뭉치’가 부산가톨릭센터에서 ‘영화로운 극장’을 준비하는 모습.




특별히 청년을 위해 성당을 내어주며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는 곳도 있다. 대구대교구는 2008년 젊은이들의 거리 동성로 한복판에 있는 삼덕성당 이름을 삼덕젊은이성당으로 바꾸고 청년거점본당으로 지정했다. 교구 청년국 담당 사제가 본당 주임을 겸하면서 각종 청년 행사를 활발히 개최하며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청년성당으로 알려지면서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자연스럽게 미사에 오는 청년들도 늘어 주일 미사에 평균 1200명이 함께하고 있다. 주일 청년미사도 연령층과 직업의 특수성에 맞춰 3대가 봉헌된다. 1부(오후 4시) 미사는 20대, 2부(오후 6시) 미사는 30대, 3부(오후 9시) 미사는 일이 늦게 끝나는 주변 상인 신자들을 위해 마련돼 있다.

교회가 늘 청년들을 생각하며 초대한다는 의미에서 전례 시기별 교구 청년 행사도 마련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은 12월 성탄 전 ‘젊은이를 위한 고해성사’, 3월 사순시기 ‘교구장과 젊은이가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5월 ‘청년 미사’, 9월에는 ‘젊은이를 위한 영성 피정’ 등을 통해 청년들을 불러모은다.



‘성당에 청년이 없다면, 청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라’

대학생 신자들을 만나기 위한 ‘캠퍼스 통합 사목’도 돋보인다. 서울대교구 대학교사목부는 ‘가톨릭학생회’, ‘청년성서모임’과 같은 학생 중심의 활동에서 더 나아가 교수와 교직원까지 함께하는 신앙 공동체를 이루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교 인근의 본당 사제를 교내 사목 담당 사제로 임명해 본당-학교가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교내 사목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청년사목 활성화의 열쇠를 30~40대 ‘나이 든(?) 청년’에서 찾기도 한다.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청년 시기가 길어지는 사회 현상에 따라 3545세대 청년에 특화된 사목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대성당은 매주 토요일 늘푸른청년 미사를 봉헌하며 사목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년부는 35세 미만 청년으로 한정했던 ‘선택’ 프로그램을 지난해 36~39세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교회의 응답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행동에 나서는 적극적인 가톨릭 청년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회교리 실천네트워크에서 결성된 또래 청년 ‘사교뭉치(사회교리로 뭉친 청년들)’는 직접 청년들의 인터뷰를 담은 ‘가톨릭 청년 보고서’를 펴내는가 하면 작은 영화제를 기획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왜 성당에서 청년들이 사라지는지,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교회에 전했다. 또 영화제 ‘영화로운 극장’을 기획해 청년들의 고민, 꿈, 가족관계, 인권 등 큰 주제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고 본당이나 심신 단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톨릭 청년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교회 안에서, 청년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의 힘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무엇이 필요할까.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지난 3월 바티칸에 모인 전 세계 청년 300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한 보고서를 잠시 살펴보자.

“오늘날 젊은이들은 ‘진짜’ 교회를 갈망합니다. 투명한, 환대가 넘치는, 정직한, 흥미로운, 말이 통하는, 닿을 수 있는, 즐거운, 상호작용하는 교회를!”

청년들의 외침 속에 교회의 미래가 담겼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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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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