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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발자취를 따라 - 이스라엘 성지를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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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내 동굴 앞 제대가 성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제대 앞에 라틴어로 ‘이곳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Verbum Caro Hic Factum est)’라고 씌어 있다.

▲ 이스라엘 지도

▲ 나자렛 마을 모습. 과거에 비해 도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상단 중앙이 주님 탄생 예고 성당 뒷모습.

▲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정면 모습.

▲ 나자렛의 국제마리아센터 지하에 그대로 보존된 예수님 시대 이전의 가옥 모습.



믿음의 선조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후손들이 사는 ‘약속의 땅’. 하느님이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성지 중의 성지’. 4000년 역사 안에 이민족의 숱한 침략과 유배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구원의 기쁜 소식이 처음 울려 퍼진 땅. 이스라엘이다. 7월 24일~8월 1일 일주일간 타임머신을 타고 성경 속을 거닐듯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이스라엘 관광청과 공동 기획으로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간 이스라엘 순례기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스라엘=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이스라엘 북부 갈릴래아 지방의 작은 마을 나자렛. 성모 마리아가 천사를 만나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듣고, 이후 예수님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공관복음은 이 시기 예수님 이야기를 풍부히 다루고 있진 않지만, 예수님이 어린 시절 믿음을 다지며 생활하고, 공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혜를 쌓던 고향이다.

2000년 전 이 작은 마을은 겨우 150명 남짓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가난한 동네였다. 믿음의 성지 예루살렘과는 150㎞ 떨어져 있고, 갈릴래아 호수에서 서남쪽으로 약 25㎞ 지점에 있다.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화가 데이비드 로버트가 1830년쯤 이곳을 방문한 뒤 그린 나자렛 마을 전경 작품만 들여다봐도 당시 나직나직한 전통 가옥 몇 채만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 나자렛은 아랍인들이 주를 이루는 인구 8만 명의 제법 큰 도시로 성장했다.

나자렛 마을은 해발 600m 언덕 분지 안에 집들이 빙 둘러 자리한 모습을 띠고 있다. 3~4층 높이의 제법 큰 건물들도 곳곳에 자리한 동네가 됐다.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은 나자렛 마을 가장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만한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한 대형 첨탑이 드리운 성당에 다다른다. 성모 마리아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며 성령으로 아기 예수를 잉태하리라는 하느님 말씀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위대한 신앙 고백의 현장이다. 작고 가난한 유다인 마을에 주님의 천사가 찾아왔고, 마리아의 태중은 이내 찬란하게 빛날 분이 모셔진 성스러운 지성소가 된다. 하느님의 총애 속에 마리아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을 곧 잉태하게 됨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은 ‘성모님의 집터’로 추정되는 동굴 위에 세워져 있다. 1969년 봉헌된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마당은 전 세계 각국이 봉헌한 성모 성화로 둘러싸여 있다. 육중한 문을 열고 대성전에 들어가면 주님 탄생 예고 동굴 앞 제대가 성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Verbum Caro Hic Factum est)’. 제대 정면에는 말씀이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가 라틴어로 쓰여 있다. 2층 본 성전을 따라 눈길을 올려다보니 첨탑 꼭대기에 성모 마리아의 순결함을 상징하는 백합과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뜻하는 무수히 많은 ‘A’와 ‘M’이 수놓아져 있다.

그런데 마리아의 집이 동굴이라니. 의아할 법도 하지만, 이는 헤로데 대왕 시대의 전형적인 가정집 형태였다. 석회암으로 만든 작은 방과 부엌, 물 저장소, 곡식 창고 등이 1~2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작고 가난한 집에서 성가정을 이뤘을 2000년 전 소박한 예수님 가족이 눈앞에 그려진다.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바로 옆에는 요셉의 집터 위에 세워진 ‘요셉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요셉과 마리아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살았던 모양이다. 어린 예수는 부모의 손을 잡고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회당을 찾았을까. 또 어린 예수는 목수였던 아버지 요셉이 일하는 것을 얼마나 유심히 지켜봤을까. 물을 길어오는 어머니 마리아의 정성스러운 손길, 철없이 뛰어다니다 이따금 넘어지기도 했던 자신을 일으켜 세워 줬을 요셉과 마리아의 따스함은 얼마나 컸을까. 인근에는 예수님이 드나들었던 유다인 회당 자리의 성당과 마리아가 매일 우물을 길었다고 전해지는 곳에 세워진 가브리엘 성당이 있다.

2010년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바로 옆에서 예수님 시대 집터가 새롭게 발견됐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잘 보존된 주거지가 발굴된 것은 이 지역에서 드문 일이다. 새로 발굴된 주거지에서는 기원전 1000년 솔로몬 시대 때 가옥의 벽면과 지하 3층 깊이 저수시설, 점토 항아리 등이 발견됐다.

구약성경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나자렛 마을이 이미 신약의 예수님 시기 이전부터 촌락을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 문화재청은 이 집터에 국제마리아센터를 건립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예수님 시대와 그 이전의 집터를 생생히 감상하도록 돕고 있다. 예수님 관련 영상 감상실과 전시실, 나자렛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경당 등을 갖추고 있다.

가장 가난하고 작은 마을 나자렛. 나타나엘이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1)하고 필립보에게 보인 시큰둥한 반응이 그럴 법하게도 다가올 만큼 보잘것없는 이곳에 주님의 천사가 찾아왔다. 그리고 성가정은 파스카 축제 때마다 머나먼 예루살렘을 다녀오는 신심 깊은 가족이었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2,40)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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