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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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36) 사랑! 피임의 문이 아니라 책임의 문으로

쾌락 좇는 자의 손과 사랑 좇는 이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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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관계 과연 사랑일까?

“사귄 지 3년 된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문제는 여자 친구가 걱정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여자 친구는 항상 완벽한 피임법은 없다며 이중피임을 원합니다. 피임약을 먹고 있을 때도 가임기에는 콘돔을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부작용으로 약을 중단한 후에는 비가임기에도 콘돔 없이 관계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실수한 달에는 온종일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저도 같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임신 증상을 검색하고 생리하기 전까지 임신테스트기를 매일 하면서 걱정해서 저까지 임신 초기 증상을 달달 외울 정도입니다. 가뜩이나 만족도가 많이 떨어져서 여자 친구가 수술을 받겠다고 했는데, 결혼하지 않아 수술은 불가능하고, 삽입장치는 부작용 때문에 했다가 다시 제거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왜 이리 걱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걱정되는 건 알지만 제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너무 본인 의견만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설득이 안 돼서 참 답답합니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한 대학교 페이스북 계정 글이다. 여성은 피임약 부작용을 크게 겪은 후, 불임수술을 요구할 정도로 임신 공포에 짓눌리며 살고 있다. 피임용 약물저장장치를 자궁에 시술했지만 이마저도 부작용 때문에 제거했다. 이 장치의 약효가 지속하는 5년 동안은 생리하지 않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여성처럼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제거 후 생리패턴을 회복하기 어려울 뿐더러 난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문명이 제공하는 편리함에는 그 대가가 반드시 따르는 것이다.

남성은 자신의 성적 쾌감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여자 친구에 대한 배려나 존중, 동반자로서 아껴주는 마음이 전혀 없다. 여자 친구를 욕망 충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 이 관계는 쾌락은 있지만 사랑은 없다.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피임약이나 삽입장치의 효과를 믿고, 콘돔 없는 성관계를 허락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자기 중심성에 완전히 갇혀서 책임질 마음은 없으면서 여자 친구에게 피임을 강요하는 남성의 존재 자체가 책임 교육이 부재한 이 시대의 답답함으로 느껴진다.



되풀이되는 고통을 통한 깨달음

“어릴 적부터 내 소원은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빨리 어른이 돼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학생으로 살며 느꼈던 불만을 벗어버리고, 내 맘대로 살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접했던 음란물은 내 삶의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외로움을 가중시켰다. 특히 영화가 문제였다. 작품성 있다는 영화를 보며, 그 영화의 메시지를 숭배했으며, 영화 속 삶을 멋지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삶이 내 삶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 전 남녀 간의 성관계를 아름답고 멋지게 비추는 장면들이 이미 어릴 적 내 삶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버린 것이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멋져 보이는 장면을 삶의 탈출구로 선택했다.

대학생 때는 성관계를 통해 내가 생각했던 멋짐을 추구했었지만, 마음속 깊게 나는 이미 생명을 거부하고 있었고, 그 마음이 나의 존재도 불안하게 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남자 친구에게 임신테스트기를 사와 달라고, 생리 기간이 늦어지니 불안하다고 했다. 3번의 검사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나는 그래도 불안해서 내 배를 때리며 ‘절대 안 돼!’라고 외쳤다.

나는 생명을 거부했고, 이미 마음엔 살의가 있었다. 그 행동이 배를 때리며 ‘절대 안 돼!’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힘들었다. 이런 삶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고, 부모님께 계속 거짓말하고, 친구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숨기면서, 나를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멋진 여자라고 포장하는 게 힘들었다. 결국 거짓된 멋짐을 이어가는 게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아차리게 됐다.”



‘내가 생각했던 옳은 것들’이란 대체로 매체가 이미지 형태로 주입해준 생각이다. ‘연애하면 성관계는 자유롭게 하고, 피임으로 임신만 안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환상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성관계를 자유롭게 해도 임신으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고 늘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그 이미지가 무의식에 자리를 잡으면 모방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문제는 성관계 이후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임신과 책임이라는 실제가 내 삶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성관계를 지속하는 내내 ‘살의(殺意)’를 가지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임신이 확인되면 낙태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랑은 신뢰와 책임의 바탕에서

남성이 여성과 생명을 책임진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여성을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게 된다. 이런 관계에서는 상호 간의 신뢰가 생기지 않기에 성관계가 반복될수록 여성은 상처만 깊어지고 배신감이 커질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은 책임의 문으로 들어가서 상호신뢰를 키울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나를 향한 상대방의 유일한 목적이 쾌락이라는 사실을 알거나 느끼면서도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 자신이 다른 인격에서 쾌락을 주된 목적으로 삼을 때도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녀는 서로에게 자연적인 성적 쾌락을 줄 수 있고, 다양한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쾌락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확히 통찰한 것처럼 사람들을 오랫동안 묶어주고 일치시켜주는 선이 아니다. 남녀의 상호 사랑이 쾌락이나 자기 관심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그들은 오로지 서로가 쾌락이나 이득의 원천이 되는 동안만 결합해 있을 것이다. 오로지 욕구나 소비자의 태도만이 존재할 때에는 진정한 상호성이 존재할 수 없다.”(「사랑과 책임」 123~124쪽)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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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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