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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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우간다 선교활동 펼치는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여혜화 수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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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병원 진료 대기자가 200~300명을 넘어서자 여혜화(베네딕다) 수녀는 숫자 헤아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곤 곧바로 환자 대기소 공사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로마 총원 직속 우간다 분원이 운영하는 성 베네딕도 헬스센터(이하 병원) 앞에는 매일 아침, 문을 열기 전부터 환자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이 앉아있는 복도가 너무 좁아 지난달부터 진료소 앞 화단을 대기실로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다. 인근 마을에서는 물론 이동 시간만 하루 이틀 걸리는 지역에서 온 환자들을 위해 편안히 앉을 공간이라도 확보하는 일이 시급했다.


# 누구나 평등한 병원

간호사이기도 한 여 수녀는 병원 내 에이즈센터에서 툭하면 다른 간호사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서로 자신이 에이즈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겠다고 우겼기 때문이었다. 여 수녀는 간호사들에게 “나는 수녀로서 언제든 하느님 곁에 가도 된다”면서 “하지만 선생님들은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데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쩌냐”고 고집을 피웠다. “죽기를 각오하고 온 선교였기에 위험한 일은 내 몫”이라는 여 수녀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1993년, 우간다 분원 수녀들은 베네딕도회 수사들이 내 준 셋방에서 지내며 병원과 학교 운영 준비를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 신자들이 모아준 후원금이 도착하면 벽돌 한 장을 사고, 또 후원금이 오면 벽돌 한 장을 쌓고 하는 식이었다.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3명 수녀들의 힘만으로 병원 문을 열었지만 어느 틈엔가 기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게 됐다. 그래서 2년쯤 후부터 의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빠른 성장에 정부도 진자교구도 놀랄 따름이었다고 한다.

현재 병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운영하는 것은 산과와 에이즈센터, 그리고 치과다.

생활 및 위생, 의료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출산이 그 어떤 질병보다 위험하다. 영아 사망률도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여 수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판단, 산과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데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산과 운영을 위해선 현재 미국교회 후원자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다. 평생 한 번도 치과 진료를 받아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5년 전엔 치과도 마련했다.
병원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에이즈센터는 정부에서 우수 기관으로 평가하는 곳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겪는 질병이라고 하면 흔히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를 꼽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짐작과 달리 우간다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최근 환자 비율이 10로 뚝 떨어졌다. 우간다 가톨릭교회도 각 교구 산하에 에이즈 클리닉 혹은 전담 사무실을 두고 예방 및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치료약과 예방약은 미국 등의 도움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여 수녀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에이즈를 많이 앓게 된 대표적인 이유는 성적으로 문란한 생활을 해서라기보다, 영양 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병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치료약을 잘 먹고 관리를 잘 하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기에 여 수녀는 늘 이들을 돌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특히 이곳 병원에서 절대 하지 않는 일은 바로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다. 여 수녀는 “예수님께서 환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는데 치료비나 약값을 낼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한다. 1실링이든 10실링이든 환자들이 성심껏 치료비를 내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아직 이동 진료 지원은 여 수녀의 바람으로만 남아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오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는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다. 하지만 아직은 장비나 차량 등을 갖추지 못해 속만 끓이고 있다.


# 초라한 건물이지만 교육 수준만큼은 최고

휴식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학교 앞 널찍한 마당에 세워진 축구 골대 근처로 몰려들었다. 이 골대엔 그물망이 없었다. 그물망까지 달 비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한국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축구공 2개가 생겼다며 신나서 내달린다.

성 베네딕도 초등학교는 ‘기도하라 그리고 평화를 위해 일하라’를 모토로 2001년 문을 열었다. 수업을 시작한 이듬해에 작지만 별도의 건물을 갖추고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증축을 이어갔다. 현재 이곳에선 유치원 원생들부터 초등학교 1~7학년 학생들 700여 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 교실이 부족해 수업하는 모습을 보면 글자 그대로 콩나물시루 같다. 200여 명이 머무르는 학생 기숙사도 공간이 부족해 2평도 채 되지 않는 방에 1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지적 교육뿐 아니라 인성 교육 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무슬림 학생들뿐 아니라 멀리 수도 캄팔라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몰려드는 곳이다.

하루종일 학교에 머물러도 한 명의 학생이 먹을 수 있는 건 고작 우유 반 컵이다. 여 수녀는 온종일 공부하고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넉넉히 주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기숙사생들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텃밭도 열심히 일궈야 한다. 다행히 학생들이 사용하는 연필 등의 학용품은 미국인 후원자가 조금씩이지만 매월 정기적으로 보내주고 있지만, 학교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간다 분원 수녀들은 주일이면 빈민가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주일 오후면 진료소 대기실에 모여드는 동네 아이들에게 조금씩 교리를 가르치는 시간도 호응을 얻고 있다. 종교에 관계없이 모여든 아이들은 이 시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당에 다니며 세례를 받고 첫영성체를 하기도 한다.


#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선교의 뿌리이자 열매

선교지에서 사도직을 펼치기 위해 수녀들은 사실 ‘물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다. 궁여지책으로 올해 초엔 조금이라도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물고기를 키워 팔 수 있는 양어장을 만들었다. 한국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최근 치어를 사서 넣긴 했지만 사료비용이 만만찮아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여 수녀는 후배 수녀들이 정성껏 물고기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 자립의 희망을 품게 된다고 말한다.

여 수녀를 만나는 이들은 왜 우간다까지 갔느냐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우간다로 파견되기 전, 여 수녀는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권 파견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 수녀는 25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멀게 느껴졌던 미지의 땅 아프리카로 향했다. 돌아올 예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여 수녀는 “그저 예수님만 따라다니는 삶에서 저의 계획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후 지금까지 여 수녀의 하루 여정은 감사기도로 마무리된다. 오늘도 한 산모가 건강히 출산을 했고, 예방주사약이 모자라지 않았고, 청소를 할 수 있는 수녀원도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물이 풍부해 수도복도 깨끗이 빨아 입을 수 있고…. 여 수녀에겐 매 순간 모든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고된 일과에 지쳐 한 자리에 모인 수녀들, 이들은 한국에서 보내준 커피믹스 한 잔, 짜장라면 한 봉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잔치를 즐기는 듯 기뻐한다.


※선교 후원 계좌 : 대구은행 092-12-000551 (재단법인대구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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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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