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성모님을 닮아가는 하루’ 말씀의 성모영보수녀회 박용금 수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겸손한 생활을 했던 나자렛의 마리아처럼 기도와 노동으로 복음을 실천하는 수도회. 말씀의 성모영보수녀회(총원장 박미숙 수녀)는 ‘기도하고 일하며 가난을 살아가는 봉헌된 이들’로 구성된 수도회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하느님 은총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고 겸손하게 고백하는 말씀의 성모영보수녀회(이하 수녀회)여든 살 박용금 수녀의 하루를 소개한다.


■ “주여 나를 지켜주소서. 당신께 피신하는 이 몸 이오다.”

8월 2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성체조배 시간. 촛불 6개가 조용히 수녀원 성당의 제대를 밝게 비춘다. 사제가 성체에 분향하고 성체강복을 하자 사제와 수녀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이윽고 침묵 속에 성체조배가 시작된다.

수녀원에서는 매주 목요일이면 하루 동안 성체조배를 한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나를 내려놓고,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이다. 성당 안은 고요한 채 선풍기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오후 9시까지 자리를 지킨 박용금 수녀는 침묵 속에 성소자들과 세계 평화를 위해 묵상했다. 박 수녀는 “우리는 성소자들과 성직자들, 세계 평화 등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성당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자는 순명해야 자유롭고 완전하게 살 수 있다”면서 “겸손함이 있어야 순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겸손하신 성모님을 따르며,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수녀원 창설자 고(故) 선종완 신부와 함께 생활했던 박 수녀는 ‘순명은 곧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이고 그분을 따르는 것’이라는 그의 가르침을 몸소 살아내고 있었다.

“선종완 신부님은 수녀이기 전에 가톨릭신자가 먼저 되라고 하셨습니다. 수녀로 사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다를 게 없어요. 더 많이 감사하면서 수녀들이 수도자로서 온전하게 잘 살아야 하는데 항상 부족하지요.”


■ “주여, 제 입시울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당신 찬미를 전하오리다.”

8월 3일 금요일 새벽 5시20분, 새벽 기도와 성경통독 그리고 미사.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깜깜한 새벽. 고요한 성당에서 수녀들은 맑은 목소리로 기도를 시작한다. 이어 오르간 음에 맞춰 염경(念經)기도를 바친다. 염경기도는 마음속으로 기도의 뜻을 헤아리며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시편 등을 낭송하는 기도다. 하느님께 기도하는 성모님의 목소리가 이러했을까. 박 수녀는 “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 참 행복이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수녀원에서는 매일 오전 7시에 미사를 봉헌한다. 1966년도에 입회한 박 수녀는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성체를 모시고 싶어 수녀가 됐다. 그가 처음 가톨릭을 접한 것은 선교사를 통해서다. 당시 한국은 6·25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굶주림과 가난으로 허덕였다. 그는 가난해서 얻어먹기 위해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성당에서 봉헌하는 미사가 아름다워 보였고 영성체가 너무 좋았다. 박 수녀는 “성당에서 수녀님을 처음 보고 천사인줄 알았다”면서 “성당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밝혔다.

“성모님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교회의 어머니, 인류의 어머니이십니다. 저희를 항상 지켜주시고, 돌봐주시지요. 성모님 안에는 하느님의 가르침인 믿음, 소망, 사랑이 모두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묵묵히 그 사랑을 살아 내며, 하느님 말씀에 따라 사람 냄새나게 살고 싶습니다.”

미사가 끝나자 박 수녀는 아침을 거른 채 수녀원 뒤뜰로 나가 다함께 십자가의 길을 시작한다. 수녀원에서는 대축일과 부활시기를 제외하곤, 매주 금요일 한 끼를 단식하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길은 매주 금요일 봉헌한다.


■ 낮은 이의 겸손한 마음으로

오전 11시30분, 묵주기도와 낮기도. 기도를 하던 박 수녀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성당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낮은 이의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라고 수줍게 설명했다.

이어 지하 식당에서 다함께 점심을 먹는다. 수녀원에서 직접 기른 고추와 깻잎, 직접 담근 된장 등이 반찬으로 오른다. 점심을 먹고 나자 박 수녀는 곧바로 주방에 들어 앉아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잘 영근 옥수수를 한 솥 찌고, 보리빵을 만든다. 더위에 좋은 차 한 잔과 함께 옥수수 그리고 보리빵을 푸짐하게 내준다. 현재 공부 중인 그는 방학 기간이라, 별도로 맡은 소임이 없다. 하지만 부지런히 수녀원 일을 돕고 있다.

‘가난’은 수녀회가 가장 철저히 지켜야 할 덕목인 만큼, 수녀원에는 성당과 피정의 집을 제외하고는 에어컨이 없다. 수녀원 1층 로비는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하고자 불도 켜지 않은 상태였다. 로비는 캄캄하고 한 여름의 더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수녀원은 영적으로 풍요로웠으며, 수도정신으로 생기가 넘쳤다.

이후 오후 2시부터는 개인 사도직 활동을 하며, 오후 5시 저녁 기도와 묵상, 오후 7시30분 끝기도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곁에서 박 수녀를 지켜보는 인충한 수녀는 “닮고 싶은 수녀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모님은 믿음의 어머니이자 기쁨의 어머니”라며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처럼, 수녀님은 성모 마리아의 거룩한 딸로서 성모님을 닮은 향기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박 수녀에게 공동체는 수도생활의 전부다. 그는 “공동체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서로 어려움을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의 아름다움은 살아본 사람들만이 안다”면서 “같이 먹고 자고 기도하며 하나가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8-08-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다니 3장 42절
주님, 주님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시고, 주님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희를 대해 주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