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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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주일 특집 - 공군 교육사령부 비성대성당 탐방

초코파이 못 받고 걸그룹 없어도 ‘평화’ 찾아 성당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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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 비성대본당 주임 사승환 신부와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훈련병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당에 청년이 없어서 울상이다? 이곳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2017년 기준 1만 8444명이 이곳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이 가운데 88인 1만 6274명이 20대 청년이다. 군종교구 이야기다. ‘간식으로 선교했겠지’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병장 월급은 40만 원이 넘는다. 2022년엔 67만 원까지 오른다. 초코파이 하나에 20분 이상 걸음을 재촉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 이들을 주님의 집으로 향하게 하는 걸까. 공군 양성의 요람, 공군 교육사령부 비성대성당에 다녀왔다.



세례식 현장

9월 16일, 공군 교육사령부 비성대성당에 훈련병들이 모여든다. 왼쪽 가슴에는 이름과 세례명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다. “천지의 창조주 전능하신 천주 성부를 믿습니까”라는 주임 사제(사승환 신부)의 질문에 “네. 믿습니다”라고 답하는 훈련병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세례수가 훈련병들의 머리를 타고 흐른다. 사제는 훈련병들의 이마에 성유를 발라준다. 공군교육사령부 훈련병들이 새롭게 주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고스란히 모은 두 손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훈련병들은 정성을 다해 기도를 바친다. 사승환(공군 대위) 신부는 강론에서 “하느님이 당장 눈에 보이고 옆에 계시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늘 우리 주위에서 응원해주신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입소 1주차였을 때보다 지금 더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며 “앞으로 신앙생활을 통해 여러분이 늘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이 성당을 찾은 이유는?

매년 약 2천 명의 훈련병과 교육생이 비성대본당에서 주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날도 137명이 세례를 받았다. 공군 교육사령부에 들어오는 훈련병과 교육생이 연간 5만여 명에 달하는 것을 보면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군에서의 종교 생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초코파이’였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훈련병들이 미사를 마치고 복귀를 위해 성당 앞에 줄을 선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 공군에는 일명 ‘초코파이 병사’가 없다.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병사들에게 간식 제공을 하지 않는 건 이미 하나의 제도로 보편화했다.

과거 군 선교 활동의 성공(?) 조건은 매우 간단했다. 간식을 주거나 걸그룹을 초대하거나,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했다.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이 탄산음료를 먹고 싶으면 성당에, 걸그룹을 보고 싶으면 교회에 가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게 주일을 보내면 다가오는 일주일이 과연 행복할까? 공군 교육사령부에 입대한 박주용(스테파노, 수원교구 하늘의문본당) 이병은 간식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당시를 “절망적”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럼에도 박 이병은 “입소 1주차 적응조차 힘들던 때 성당에 와서 기도하다가 눈물을 흘렸는데 후련하고 힘이 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민철(베네딕도) 이병도 “훈련병 생활이 스트레스도 많고, 육체적으로 힘든데 성당에 오면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성당을 찾은 훈련병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돌아간다. 어떤 간식보다 소중한 선물이다. 성당이 치유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사승환 신부는 “훈련병들에게 하느님의 존재가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늘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로 인해서 내 삶의 가치가 더욱 높다는 것을 새기고 지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본당 누리방을 통해 들어오는 가족과 애인의 편지를 전해주는 것은 덤이다. 한 주간의 사회 소식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건 사 신부의 애정일 뿐이다. 새롭게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훈련병들과 더불어 그동안 냉담하던 이들에게도 손을 뻗는다. 매달 40~60여 명의 훈련병이 냉담을 풀겠다며 고해성사를 청한다. 사 신부는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늘 기다리고 있는 곳이라고 어루만져 주고 있다”고 했다.



충분하지 못한 교리교육은 아쉬워

훈련병들은 3주 동안 집중 교리교육을 받고, 주님의 자녀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종교활동은 매주 주일에만 허락된다. 사실상 교리교육 기간은 3일뿐인 셈이다. 일반 본당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사승환 신부는 세례식이 거행되기 직전까지도 감실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기 바빴다. 사 신부는 “시간이 짧아서 훈련병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다”고 아쉬워했다.

박주용 이병은 “1시간 3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게 너무 짧게 느껴진다”며 “두 번 정도 가거나 한 번 가더라도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민철 이병도 “경건하게 기도하고, 교리를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례명을 베네딕토라고 정했는데, 베네딕토 성인이 어떤 분인지 아직 잘 모른다”며 충분한 교리교육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가톨릭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육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마음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하더라도 세례를 통해 신앙의 씨앗을 받은 청년들은 언제든 다시 신앙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수일 주교는 “짧은 시간이지만 적어도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 예수 그리스도만은 알아가길 바란다”며 “교구 사제들에게 이 부분을 특별히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임관한 신임 군종 사제들도 군 복음화를 향한 열정에 힘을 보탰다. 명월본당 주임 정세진(육군 대위) 신부는 “자녀를 군에 보내며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앞으로 훈련소 입소와 퇴소 때는 꼭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성대본당 주임 박성빈(공군 대위) 신부는 “임관 후 장병들의 열정을 많이 느꼈다”며 “더 많은 사랑을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목포해군본당 주임 김훈겸(해군 대위) 신부도 “부임한 곳에서 최선을 다해 주님을 전하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 지금의 각오이고 목표”라고 다짐했다.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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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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