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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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끝) ‘1988 - 2018 복음의 기쁨으로’ 결산

세속화의 격랑 헤치고 새복음화 향해 도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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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손희송 주교와 젊은이들이 8월 15일 서울광장에서 한국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봉헌한 뒤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이날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교가 행사장에 나와 젊은이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신앙을 북돋았다.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는 젊은이 사목 현황을 취재해 사목적 대안도 제시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경제와 종교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창간 30주년 기획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에 담긴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하면 경제 영역에서 회자되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를 경계하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회색 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눈에 잘 띄는 데다 움직이면 진동만으로도 그 위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진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막상 코뿔소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면 대처 방법을 몰라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이 비유는 결과가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인다.

▲ 2017년 주민등록 인구와 천주교 신자의 연령대별 비율. 전체 인구 연령대와 비교하면 한국 가톨릭은 0~19세 청소년이 적고, 60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 ‘초고령 교회’다.

▲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직자·수도자·주일학교 학생·본당 수 변화. 가운데는 주일 미사 참여율 변화다.




한국 교회는 지난 30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성당마다 세례를 받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넘쳐났고, 젊은이들은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투신하겠다며 신학교와 수도원 문을 두드렸다. 성직자만 하더라도 1452명에서 536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교회 몸집도 몰라보게 커졌다. 단순히 본당과 신자 수만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사도직 분야와 사업 규모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한국 가톨릭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 선호도 역시 타 종교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정도로 높았다. 2005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0년 동안 ‘개신교 1.6 감소, 천주교 74.4 증가’라는 결과가 나오자, 개신교 교단들은 충격 속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돌파구를 찾느라 분주했다.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취재진은 청소년사목ㆍ성소 현황ㆍ냉담교우 문제ㆍ사회복지사업 등 각 분야를 들여다보는 동안 ‘진동’(위험 신호)을 여러 차례 감지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큰 진동이 느껴졌다. 특히 수도 성소와 청소년사목, 냉담교우 분야에서는 교회가 이 진동을 습관적으로 간과하면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30년 세월은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교회 안팎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교회 울타리 너머 세상은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세속화와 다원주의 확산 속도는 저지하기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거침이 없다. 세속 사회의 특징은 하느님과 종교를 변두리로 밀어내는 것이다. 개인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 공공 영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구 사회에서 수세기에 걸쳐 진행된 세속화 과정이 한국 사회에서는 불과 한 세기 만에 ‘빨리빨리’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정신적 중심축이었던 종교의 권위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특히 종교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추문들은 종교의 위상에 흠집을 내는 것을 넘어 조롱과 모욕을 불러오고 있다. 종교 기관이나 종교인의 추문을 다룬 뉴스에 달린 조롱성 댓글들이 서글픈 현실을 말해준다. 종교가 순수성과 신뢰를 의심받고 있다는 증거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느낀 진동은 세속 사회의 병리현상이 교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젊은 층의 교회 이탈과 냉담교우 증가, 그리고 성소 급감은 교회 세속화의 한 단면이다. 교회 공동체에 퍼져가는 냉소주의야말로 미세하더라도 가볍게 여기면 결코 안 되는 위험 신호다.

원로 사목자 심상태 몬시뇰은 “교회의 세속화 현상이란 교회가 세상에 쉽사리 순응함으로써 야기된 양자의 동일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구성원들이 그리스도를 뒤따라 ‘땅의 소금’이나 ‘세상의 빛’이 되기보다 세속적 생활양식에 젖은 나머지 세상과 다를 바가 없게 되는 처지가 바로 교회의 세속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는 이런 현실을 딛고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적잖이 고민했다. 가톨릭 교육이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교육 기관을 소개했고, 성소자 양성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 교회의 속병인 냉담교우 문제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는 본당에 찾아가 성공 비결도 들어 전했다.

복음화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이들 속에서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부터 세상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실천 의지다. 이 공통점은 바오로 사도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서간 한 구절과 맞닿아 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 2)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는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에 방점을 찍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1988 - 2018 복음의 기쁨으로’ 담아낸 열쇳말 7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화는 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부딪쳐야 하고,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한다”며 세 가지 열쇳말을 제시했다. “일어나라, 가까이 다가가라,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시작하라.” 교황이 사목자들에게 자주 당부하는 말이 하나 더 있다. “생기 없는 반복적 사고에서 벗어나라.”(1. 한국 교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청소년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는 주된 이유는 주일학교나 신앙이 자신의 삶에 선택적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업 중압감이라는 통념은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2. 교회 미래를 위한 청소년 사목의 새로움을 찾아서)

지난 3월 바티칸에 모인 전 세계 청년 300명이 교황에게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진짜’ 교회를 갈망합니다. 투명한, 환대가 넘치는, 정직한, 흥미로운, 말이 통하는, 닿을 수 있는, 즐거운, 상호작용하는 교회를!”(3. 청년들에게 신앙을 불어넣으려면)

여러 이유로 세상 속에 꼭꼭 숨어버린 냉담교우, 형식적 인사와 소개에 그치고 이내 관계가 끊어지는 새 신자나 전입 신자들을 위해 세심한 ‘신앙 돌봄’을 해야 한다.(5. 한국 교회의 속병, 냉담교우)

한국 교회의 노인사목이 노인 중심의 사목이었다면 이제는 노인 융화 사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노인사목에서 ‘노인’을 따로 떼어 생각한다면 오히려 단절과 고립을 일으킬 수 있다.(7. 피할 수 없는 고령화, 교회 해법은)

사회복지 서비스 공공화는 대세가 됐다. 이제는 가톨릭 사회복지가 완전히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가든지, 아니면 정부가 손대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사회복지 분야를 맡든지 소명감을 갖고 선택해야 할 시점이 됐다. (8. 작고 낮은 곳을 향하여)

생명운동은 단순히 구호와 외침, 이론ㆍ정책적 차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삶의 실천적 차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의 곁을 떠나지 않는 등 생명을 살리는 작은 몸짓이 신자들 일상으로 들어와야 생명운동은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10. 한국 교회의 생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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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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