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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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18) 테오토코스(하느님의 어머니)

모성 가득한 어머니와 근엄한 귀부인, 성모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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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프리실라 카타콤바의 프레스코화. 화려한 옷과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치장하고 입술을 굳게 다문 성모님은 아기 예수를 정면으로 앞세운 근엄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

▲ 로마 프리실라 카타콤바의 프레스코화. 작품 자체가 많이 훼손됐지만 아기 예수의 머리와 엉덩이를 감싸며 따뜻하게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성모님의 모성을 충만하게 살려내고 있다.

▲ 이집트 왕 호루스에게 젖을 먹이는 이시스 여신상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성미술 작품은 200년께 그리스도인들의 무덤이며 예배 장소였던 카타콤바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죽은 이의 부활을 희망해 석관에 그리스도의 생애를 주제로 한 부조를 새기고 무덤 벽화를 그린 것이 그리스도교 도상(圖像)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카타콤바에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착한 목자와 어부, 물고기 등이, 또 부활의 희망을 담은 다니엘과 라자로, 노아의 방주 등이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동방박사의 그림이 빠지지 않고 장식됐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와 구원의 상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상이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 도상

3세기 동방박사의 경배 도상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안고 있으며, 동방박사와 목동들이 성모님의 품에서 축복하고 있는 구세주를 경배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 최초의 도상입니다. 이후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가장 전통적인 도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시기 교회 안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는 마리아를 ‘지극히 거룩하신 분’(Παναγα, 빤아기아)이라 부르며, ‘하느님의 어머니’(Θεοτοκοs, 테오토코스)로 공경하였습니다. 성모 마리아께 대한 신자들의 신심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는 온전한 하느님이자 영혼과 육신을 갖춘 온전한 인간이시다’는 믿을 교리로 선포됩니다. 그래서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도상을 일반적으로 ‘테오토코스’ 즉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3~6세기 초기 그리스도교 도상은 그리스ㆍ로마, 그리고 시리아 일대 소아시아 지역의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테오토코스 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사학자들은 테오토코스 도상이 고대 이집트 ‘호루스에게 젖을 먹이는 이시스 여신’의 도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신상은 헬레니즘 시대를 거쳐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까지 숭배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이를 성모자 상을 표현하는 데 차용했다고 합니다.



로마의 프리실라 카타콤바의 두 가지 양식의 프레스코화

테오토코스 도상은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과 구세주 아기 예수를 정면으로 안고 옥좌에 앉아 있는 유형으로 그려졌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프리실라 카타콤바에서 이 두 가지 양식의 테오토코스 프레스코를 모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성모님 도상은 마리아의 모성을 충만하게 보여줍니다. 붉은색 물감만으로 회벽에 그린 이 도상은 얼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훼손이 심하지만 성모님과 구세주 예수의 사랑이 얼마나 친밀하고 깊은지 가슴이 벅찰 만큼 감동을 줍니다. 성모님은 고개를 약간 숙여 아기 예수와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눈길이 너무나 평안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성모님은 오른손으로 아기 예수의 머리를, 왼손으로는 엉덩이를 감싸고 당신 품 안에 따뜻하게 감싸 안고 계십니다. 성모님의 품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라 인간이 담당했던 특별한 역할을 드러냅니다. 그 품은 동정녀 마리아께서 인류를 대표해 하느님의 뜻을 자유의지로 받아들이고 순종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비로소 현실이 되도록 한 위대한 모성의 자리입니다.

성모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은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젖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그리스도론과 삼위일체론이 교리로 확정되지 않을 때라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드러내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표상하는 그리스도의 손 모양은 분명 아닙니다. 이러한 신학적 의미보다는 오히려 성모님과 예수님이 한 혈육임을 고백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합당하다 여겨집니다.

이와 달리 아기 예수를 정면으로 앞세운 성모님의 모습은 아주 근엄합니다. 왕족이나 귀족들이 입을 만한 화려한 옷과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치장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양손을 펼쳐 기도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자애로운 모성을 느낄 수 없고 권위적인 귀부인의 모습만이 드러날 뿐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인간적인 모든 면을 초월한 지극히 존엄한 자리에 있는 거룩하신 분으로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것입니다.

아기 예수 역시 성모 마리아의 모습처럼 지극히 존엄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로마 황제와 귀족의 머리 모양을 하고, 지혜롭고 영적인 분임을 드러내기 위해 눈을 크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식은 6세기 이후 비잔틴 시대에 들면서 더욱 유행하게 됩니다.

프리실라 카타콤바에서 서로 다른 양식의 테오토코스 상이 그려진 것은 박해를 피해 로마의 여러 지역에 흩어져 숨은 그리스도인들이 이곳에서 신앙 공동체를 이루었다는 증거입니다. 미술사학자들은 성모자의 사랑이 넘치는 테오토코스 도상은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시리아풍에서, 존엄한 성모자 상을 표현한 도상은 그리스풍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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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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