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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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뿌린 복음의 씨앗, 신앙의 날개 달고 세상속으로

SNS로 복음 선포하는 성직·수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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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제가 이 방송 하시는 줄 모르십니다. 충격받으실까 봐. 하하하.”

닭 울음소리 나는 인형을 흔들고, 트로트가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을 춘다. 사제의 권위와는 한참 동떨어진 방송이다. 서울대교구 이영제(사목국 기획실) 신부가 유튜브에 개설한 ‘가톨릭 주유소’ 채널이다. ‘주’님을 ‘유’(You, 당신)에게 ‘소’개합니다의 줄임말이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경과 교리를 쉽고 편안하게 알려주기 위해 기획했다. 구독자 수는 2900여 명, 지금까지 80여 편의 영상을 올렸다.




페이스북에서 ‘겸손기도’로 알려진 마진우(대구대교구 가정복음화국 차장) 신부는 볼리비아 선교 사제였다. 그는 볼리비아의 선교 현장에서 길어올린 단상과 사진을 페이스북(facebook.com/semitoon)에 올려 공유하기 시작했다. 마 신부는 한국에 돌아온 후 최근 영상 장비를 갖춰, ‘복음 풀이’ 강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올린 강의 영상만 1000편이 넘고, 구독자는 4100여 명이다. 영적으로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따끔하고도 깊은 영성 강의로 복음을 전한다.

이용현(서울대교구 정릉동본당 주임)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com/zippaman)에 복음 묵상 글과 직접 작사ㆍ작곡한 악보를 게시한다. 이 신부는 “미사에 나오지 못하는 신자들을 배려하고 스스로 묵상하는 차원에서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진슬기(서울대교구) 신부는 2013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교황의 강론을 번역해 공유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교황 강론을 모아 낸 서적만 벌써 세 권이다. 최영민(예수회) 신부는 ‘돌깨 TV’를 운영하며, 문화와 영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방송 형태의 팟캐스트도 인기다. 팟캐스트는 라디오와 달리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맞춤형 개인 미디어다. 가톨릭 콘텐츠로는 김경희(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와 황인수(성바오로수도회) 신부가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수도원 책방’이 있다. ‘책 읽어주는 수녀, 책 읽어주는 수사’라고 소개하는 이들은 책을 중심으로 음악과 영화, 문화 이야기를 복음적 시각으로 나눈다. 청량감 넘치는 수녀의 목소리에 차분하면서도 정감있는 신부의 목소리가 더해져 세상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을 아느냐’가 ‘어떻게 사느냐’로 직결되는 삶의 물음과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SNS를 활용한 복음 선포는 해외에서도 어색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강론이나 묵상 말씀을 촬영해 올리는 수준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경계가 없고, 제작이 어렵지 않아 다양한 가톨릭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호주의 로버트 갈리 신부는 자신이 작곡한 성가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신부로 유명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버트 배론 주교(instagram.com/bishopbarron)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강연은 물론, 전 세계를 다니며 선교하는 영상을 담은 ‘CATHOLICISM’ 시리즈를 연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가 16만 명이 넘는다.



거리와 시간 제약 초월한 복음의 일꾼

“세상 사람들은 진솔한 소통에 정말 목말라 있습니다. 교회도 위기이지만 제도 교회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고, 세상 사람들도 깊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습니다.”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을 운영하는 황인수 신부는 “SNS의 패러다임이 ‘누가 말하느냐’에서 ‘무엇을 말하느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SNS를 통해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이런 걸 먹었고, 이런 곳을 가봤고’ 하는 식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전시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내적으로 힘이 없어 공허한 현대인들의 마음 상태를 지적했다. 수도원 책방이 그 허기짐을 달래주는 셈이다.

영적으로 메마르고 바쁜 신자들은 출퇴근길, 손에 든 휴대 전화로 복음 말씀을 묵상할 수도 있다. 세상 누구든, 인터넷이라는 도구로 활성화된 SNS 세상에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진 지 오래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SNS가 과시와 소비를 부추기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사목자들이 SNS를 복음선포의 도구로 사용할 기회도 열려 있다.

‘겸손기도’ 마진우 신부는 “복음을 전하려는 사람에게 유일한 제약은 거리와 시간이었다”며 “SNS를 유용하게 잘 쓰면 얼마든지 사람의 영혼을 파고드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 신부는 “영적 혜택을 보는 사람이 내가 사목하는 성당에만 국한되어 있는 게 안타까워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용현 신부는 “사제들은 오히려 SNS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면서 “인터넷 문화가 상업적으로만 흐르는 것을 교회가 복음적 콘텐츠로 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유튜브·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는 로버트 갈리 신부


“선교를 위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곳에 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교회) 바깥에 있고, 우리는 물이 깊은 곳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돼야 합니다. 저는 소셜 미디어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수단, 그들이 교회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로 이용합니다.”

인터뷰를 요청받은 호주의 로버트 갈리 신부에게 육성파일이 포함된 이메일 답장이 왔다. 유튜브 검색창에 ‘Fr Rob Galea’를 검색하면, 신부가 부르는 성가에 뮤직비디오를 입힌 영상이 시선을 끈다. 갈리 신부가 직접 만든 영상이다. 그의 영상을 보러 오는 팔로워는 1만 900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만 7000명이 넘는다. 갈리 신부는 호주에서 청소년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사목에 SNS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셨다”면서 “우리는 교회에 숨어 있을 수 없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변화하고 영향받는 것을 봤다”고 털어놨다.

갈리 신부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사목할 때는 굳이 거룩한 이미지를 꾸미거나, 어떤 교회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며 “절벽에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사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려면 ‘인간성’을 발휘해 다가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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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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