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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들

주교회의 가정생명위원회 세미나다양한 폭력 피해 사례들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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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 ‘씨받이’나 ‘종(노예)’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쉼터에서의 피신 생활은 일시적인 안정일 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관홍(대구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신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정폭력 실태를 전하며, “한국 사회 안에서, 자신의 가정 안에서 이들이 더 이상 약자로 살아가지 않도록 교회가 특별히 배려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가 마련한 2018년 가정생명세미나에서다. 지난 3일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세미나의 주제는 ‘가정폭력의 원인과 현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대응’.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 원인과 실태, 그리고 치유와 예방’을 주제 발표한 이 신부는 “결혼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가정폭력을 낳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편을 비롯한 시댁 가족들이 삶의 ‘동반자’나 ‘반려자’로 여기지 않고 관리, 통제가 가능한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결혼이주여성들의 피해 사례는 다양하고 심각하다. 남편이 흉기로 위협하고 때리는 것은 다반사다. 시부모들이 폭력에 가세하기도 한다.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남편들도 상당수다. 심지어는 낙태와 불임을 강요하고, 시댁 식구들이 ‘씨받이’나 ‘종’과 같은 취급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폭력이 일상화된 가정에서는 자녀들도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다수 결혼이주여성은 의사소통에 서툰 데다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이 늘 부족한 데다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참을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신부의 설명이다.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어 남편의 손에 안 죽어도 스스로 죽을 것 같다는 참담한 심정을 가지게 되는 거죠.”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가정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긴다.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 곧장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한다. 당장 생계 유지를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사랑하는 자녀들을 만날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도망치고 싶어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저 참고 또 참는다.

이 신부는 교회의 사목적 배려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으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 이주여성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교회 내 전문 상담기관을 확충하고, 필요하다면 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가해자인 남편들을 상담과 치료 현장으로 나올 수 있게끔 유인책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피해 이주여성이 자녀와 함께 살면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지난 2009년 서울대교구가 설립해 운영 중인 공동생활 가정(그룹홈) ‘마리공동체’를 그 본보기로 제시했다. 더불어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일반 가정의 가정폭력 원인과 실태, 그리고 치유와 예방’을 주제 발표한 김은랑(로사) 가톨릭여성상담소 소장은 “가정 폭력을 여성 개인의 문제나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집안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은 더 이상 사소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이며, 뿌리 깊은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편견의 결과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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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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