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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시신을 염했던 김진영씨가 서울 명동대성당 앞에 걸려 있는 김 추기경 10주기 기념 현수막을 잡으며 미소 짓고 있다. |
김 추기경 시신 염했던 김진영씨 … 소외된 이들 우선했던 모습 본받아
“김수환 추기경님 손은 부드럽고 온기가 남아 있었어요.”
10년 전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을 염했던 김진영(다니엘, 71, 서울대교구 명동본당)씨는 “아직도 느낌이 생생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월 29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김씨는 “김 추기경님은 돌아가신 분 같지 않게 손발이 부드럽고, 표정도 온화하셨다”고 추억했다.
본당 연령회원으로 20년 넘게 활동한 김씨지만 당시 기억은 특별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몇십 년 동안 100명이 넘는 사제와 신자들을 염해봤지만,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 것은 드문 일이어서 염하고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명동본당에서 신앙생활하며 김 추기경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의 기억 속에 김 추기경은 “모두에게 밥이 돼 주신 분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추기경께선 만나는 사람 모두와 악수해주시고, 가는 길이 바쁘더라도 억울한 이의 사연은 꼭 들어주시고, 몸 가눌 힘조차 없을 때도 애써 웃어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추기경님은 보잘것없는 이의 청을 절대 뿌리치신 일이 없었다”며 “철저하게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사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작고 가난한 본당을 찾아가 연도 교육을 하고 자료도 무료로 나눈다. 또 다리가 불편한데도 한 달에 한 번 시각장애인을 위한 등산 동행 봉사를 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준다. 김씨는 “김 추기경께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셨다”며 “그 정신을 본받아 살아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