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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1922~2009) 선종 10주기 여전히 그립습니다! (하) 추모하며 영성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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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참된 지도자상을 보여준 고(故) 김수환 추기경. 김 추기경은 단순히 종교지도자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시민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섰으며, 각 개인의 양심을 일깨워주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자신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교 영성을 증거한 ‘그리스도인’이자 인간 존중과 사랑 실천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한 김 추기경의 영성을 실천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가 필요하다. 교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적합한 모델인 그의 영성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짚어 봤다.


■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은 ‘큰 바위 얼굴’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그의 삶과 영성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추모사업을 이어 왔다. 스스로를 ‘바보’라 부른 김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 가기 위해 설립된 (재)바보의나눔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꿨던 그의 뜻을 이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김 추기경의 가르침에 따라 생명을 존중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회와 사회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김 추기경이 강조했던 것과 달리 물신주의가 팽배해졌으며, 오히려 경쟁은 심화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며 더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기 위해 부모가 자식에게 수십억 원을 들여 입시 코디를 고용하는 것은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또 지난해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과 언론을 통해 고발된 직장 내 갑질 등은 김 추기경이 강조해 온 인간 존중 문화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비추는 반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대사회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은 하나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 준 사랑의 이중 계명을 실천한 김 추기경의 영성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가 돼야 한다고도 말한다.

영성신학 박사 전영준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는 “현재 한국사회에는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될 만한 ‘큰 바위 얼굴’이 거의 없다”며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과 영성을 조명하고 알리는 것은 한국교회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덕을 실천하는 방법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회가 김 추기경님의 영성을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추기경님의 영성이 구현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가톨릭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따른 영성

그리스도교 영성의 핵심은 애덕(愛德)을 실천하는 데 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할 영적 여정인 셈이다. 김 추기경은 이러한 애덕 실천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몸소 실천했다.

특히 김 추기경의 영적 여정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나아갔다. 그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돌보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독일 유학 시절 그리스도교 사회학을 공부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신앙인의 시각을 형성한 그가 보여준 1970~1980년대의 모습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사회적인 이슈를 접할 때마다 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그리스도인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까지 생각한 김 추기경. 김수환추기경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러한 모습을 ‘사회 영성’이라고 설명하며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연구해 왔다. 연구 주제는 ▲인간 김수환 ▲신학사상 ▲타종교와의 대화 ▲사회 영성 ▲교육관 ▲비교 연구(프란치스코 교황, 안중근 의사 등) 등 다양하다. 그동안 연구소는 주로 김 추기경의 사회 영성을 비롯해 교육관과 타종교와의 대화 등에 연구를 집중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비교적 조명이 덜 된 평화에 대한 가르침과 해외에서의 활동 내용 등에 집중해 연구를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연구소 소장 박승찬(엘리야)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김 추기경님은 생전에 평화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말씀해 주셨다”며 “단순히 한반도의 통일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추기경님이 강조하신 ‘형제로서의 평화’는 앞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라며 “아울러 독일 유학 시절을 비롯해 해외에서의 활동을 내년부터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김수환 추기경 영성 계승,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김 추기경의 영성을 실천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청소년 인성교육과 시민교육 그리고 새로운 방향의 사회복지를 제안한다. 연구소는 죽음의 문화가 팽배한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에서 김 추기경이 강조해 온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학교 밖 기관을 통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위한 인성교육을 지원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있다.

아울러 김 추기경의 영성을 교회 안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시민교육’이 좋은 방법이라고도 강조했다.

연구소 기획위원인 김남희(엘리사벳)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시민사회 안에서는 물질만이 아니라 교육도 하나의 나눔이 될 수 있다”며 “김 추기경님이 말씀하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육은 나눔 영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교육의 바탕이 되는 김 추기경의 영성을 ‘카리스마’와 ‘웃음’으로 설명했다. 자기 비움을 통해 드러나는 웃음, 결국 스스로 바보처럼 낮아지는 그 겸손한 웃음을 통해 김 추기경의 카리스마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결국 김 추기경의 카리스마를 한 개인 차원을 초월해 시민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재현하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는 사회복지 단체들은 단순히 자선이나 시혜적인 형태의 활동이 아니라, 시민권을 보장해 주는 ‘보편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추기경이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민주화 등 사회 정의를 이루는 데 기여한 것처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사회복지와 사회 정의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심현주(율리아나) 책임연구원은 “김 추기경님의 정신을 이 시대에 이어받기 위해 가톨릭 사회복지는 사회사목과 연계해 통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가톨릭교회의 사회복지는 보편 복지를 이루면서 사회 정의를 이루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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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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