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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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신자들 열정으로 지은 은총의 ‘공소 오형제’

44번 국도길의 5개 공소와 춘천교구 성산본당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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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5개 공소를 일제히 신축한 뒤 기쁨의 부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춘천교구 성산본당 고봉연 주임 신부와 신자들이 송정공소에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켤레가 넘는 신발이 성당 신발장에 한가득이다. 성당 안에서는 우렁찬 성가 소리가 퍼져 나왔다. 놀라지 마시라. 평균 연령 70대에 이르는 어르신들의 깊은 신심에서 우러나오는 성가이니 말이다.

작은 성당 안에서는 고운 미사보를 쓰고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어르신들이 한데 어우러져 미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강원 홍천 지역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춘천교구 성산본당(주임 고봉연 신부)의 주일 풍경이다.

어린이가 거의 없는 탓에 5일 어린이날을 어버이날로 기념해 봉헌한 뜻깊은 교중 미사였다. 이날 칠순, 팔순, 구순을 맞은 어르신 10여 명은 성물을 선물로 받았다. 오랜 세월 본당과 공소를 지켜준 데 대한 감사의 선물이었다. 어느 때보다 기쁜 부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홍천 지역 신앙의 뿌리, 성산본당을 찾았다.





5개 공소 일제히 신축한 성산본당

강원도 홍천강을 따라 길게 뻗은 44번 국도. ‘춘천교구 성산성당’을 지도에 검색하면 흥미롭게도 국도를 따라 6곳 성당 표시가 나란히 뜬다. 최근 새로 신축한 5개 공소가 성산 성당과 함께 별자리처럼 빛나고 있다.

지난 3월 성산본당이 관할하는 송정ㆍ두촌ㆍ내촌ㆍ철정ㆍ역내공소가 일제히 교구장 김운회 주교 주례로 축복 미사를 봉헌한 날, 신자들은 마치 ‘내 집’을 새로 마주하듯 얼씨구나 기뻐했다.

공소 신축은 신자들에게 오랜 염원이었다. 1923년 설립된 송정공소를 비롯해 모든 공소가 반세기 넘는 세월을 견뎌온 터였다. 공소 건물들은 모두 천장이 벗겨지고 낡아 곰팡이가 가득했고, 비도 들이쳤다. 겨울철엔 영하 15℃가 넘는 추위 속에 사제와 신자들 모두 덜덜 떨며 미사를 드렸다. 2014년에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고봉연 신부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신자들과 합심했다. 이듬해부터 신자들과 함께 재배한 옥수수와 배추, 무를 한 아름 들고 전국 본당을 찾았다. 그리고 3년 만에 18억 공소 신축 기금을 마련한 본당은 5개 공소를 재탄생시키며 ‘대규모 주님 사업’을 성공리에 마쳤다.

▲ 두촌공소 전경.


신심 깊은 신자들의 사랑으로 일궈온 본당 공동체

춘천에 곰실공소(죽림동주교좌본당 전신)가 있다면, 홍천에는 송정공소(성산본당 관할)가 있다. 두 곳 모두 100년 넘는 전통을 간직한 신앙 못자리들이다. 박해를 피해 1890년을 전후해서 홍천 지역에 이주해온 신앙 선조들은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터를 잡았다. 옹기업을 했던 김교화(프란치스코) 회장이 땅 3700여 평을 봉헌하는 등 신자들의 헌신이 컸다. 1923년부터 11년간 본당 사목구이기도 했던 송정공소는 주일이면 미사 참여자들의 행렬이 길게 대로변에 이어질 정도였다.

6ㆍ25 전쟁 직후 모두가 어렵던 시절, 공소들은 옥수수와 생필품 등 구호물자를 나눠주는 ‘나눔의 공간’이기도 했다. 마을 신자들이 혼인성사도 하고, 주님을 찬양하는 신앙의 뿌리이자 사랑방인 셈이다.

1976년 성산공소가 본당으로 승격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자들은 1956년 지어진 흙벽돌 건물을 확장한 공간을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교적 신자 수는 750여 명. 주일 미사 참여 신자 250여 명 가운데 70대 이상 어르신만 120여 명에 이르는 춘천교구 최고령 본당이기도 하다.

▲ 내촌공소 전경. 쌍둥이처럼 똑 닮은 다섯 공소는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전례공간과 친교공간을 갖추고 있다.


다섯 공소의 새 출발

새 공소가 다섯 쌍둥이처럼 동시에 탄생한 지난 3월 2~3일.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1박 2일간 공소를 다 다니며 축복 미사를 5번 거행했다. 이후 미사 성가와 기도 소리는 마을에 더욱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새 공소 건물들이 친교 공간도 갖춘 덕에 신자들은 미사 때는 물론, 평일에도 삼삼오오 모여 셀기도와 성경통독, 소공동체 모임을 하고 있다.

내촌공소 김태진(펠릭스) 회장은 “‘내 공소를 살리자’ 하는 신부님과 공소 신자들의 열정이 주님께 닿아 멋진 성전을 짓게 됐다”며 “캄캄한 밤에 실내등을 다 켜놓으면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했다.

새 공소 신축 후 내촌공소에는 예비신자 2명이 교리교육을 받고 있으며, 두촌공소에는 최근 냉담했던 신자 2명이 다시 공소에 나오기 시작했다.

31년간 송정공소 회장을 역임한 이현주(시몬, 85) 어르신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밴 본당과 공소에는 주님 사랑이 100년 넘게 은총의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며 “공소 신축으로 우리 본당에 새 역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최종수(토마스) 본당 사목회장은 “신부님의 신자 사랑과 신자들의 주님 사랑이 어우러진 성산본당 공동체에 도시 신자들도 많이 방문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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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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