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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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이라 와서 보니 거룩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네!

수원교구 신봉동본당 새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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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오메트르 성인 동상을 제막한 뒤 박수치고 있다.

▲ 수원교구 신봉동성당 외부 전경.



한 줄기 빛이 성당 회중석 사이를 비춘다. 어둠은 이내 자취를 감춘다. 화선지처럼 유리에 번진 노랑ㆍ파랑ㆍ빨강ㆍ초록…. 성당 안은 어느새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과 빛이 어울린 경연장이다. 유리화 작품들을 투영한 빛들은 이 공간이 천상 영광을 드러내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경기도 용인 광교산 동쪽 자락에 자리한 수원교구 신봉동본당의 새 성당은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겐 종교가 거룩한 예술이다. 묵상과 기도는 거룩한 빛의 예술이 가져다주는 선물이다.



성당 전체가 김인중 신부 작품으로 꾸며져

유럽에서 ‘빛의 화가’로 찬사를 받는 재불 화가 김인중(도미니코수도회) 신부의 작품을 보면 그러하다. 건축면적 2210.07㎡에 4층 규모 성당이 김 신부의 유리화와 도자 회화 작품으로 꾸며졌다. 김 신부의 유리화가 성당 전체에 걸쳐 대규모로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대 뒤편의 9m×6m 규모의 유리화는 성당 안에 들어서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노랑ㆍ파랑ㆍ빨강ㆍ초록의 색조가 유리에 흩뿌려져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노랑은 부활ㆍ기쁨ㆍ환희를, 파랑은 성모님의 순결을, 빨강은 성령ㆍ열정ㆍ순교를, 초록은 창조ㆍ평화를 각각 상징한다. 삼원색으로부터 파생되는 나머지 여러 빛의 색깔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김 신부는 각자 마음을 비우고 믿음의 눈으로 그 의미를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다. 제대 양옆으로 회중석을 둘러싼 나머지 12개 유리화는 1m×6m 크기다. 채색된 바탕 유리 위에 조각 유리가 덧붙어 있어, 마치 빛에 녹아내리는 여러 겹의 빙하처럼 보인다.

신봉동본당 신자 차재분(마리아, 69)씨는 “유리화를 통해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빛은 피조물과 인간을 하나로 아우르며 천상으로 이끄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성당 내부에 도자 회화로 제작된 원형 십자가의 길과 로비의 성모상 위에 자리한 지름 1m가량의 원형 유리화도 김 신부 작품이다. 표면에 예수님 얼굴이 없는 추상화다. 그럼에도 이질적이거나 낯설지 않다.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화법 때문이다. 눈을 감고서 나누는 영적 대화 속에서 주님을 만나도록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성당은 김 신부의 작품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됐다. 김 신부와 교류하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신학자인 베르나르 게일러(69)씨가 밑그림을 그려, 1년 반 공사 끝에 최근에 완공됐다. 둥근 타원형으로 지어진 성당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평화롭다.



오메트르 신부를 수호성인으로

본당 신자들은 2016년 설문조사를 통해 김인중 신부의 작품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성당 건축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8년 11월 프랑스 앙굴렘교구 성 베드로 오메트르본당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신봉동본당 역시 오메트르 신부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오메트르 성인은 프랑스 앙굴렘교구 출신의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 사제로 1863년부터 신봉동 인근 손골성지 등지에서 사목 활동을 하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했다.

신봉동본당(주임 박두선 신부)은 12일 오메트르 성인 동상 제막식과 함께 새 성당 입당 미사를 거행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는 프랑스 앙굴렘교구장 에르베 고슬랭 주교와 김인중 신부, 앙굴렘교구 성 오메트르 베드로 본당 주임 러꽁드 신부와 신자 등 12명도 함께했다.

신자들은 두 성당이 걸출한 작품이 있는 교회 건축물로서만이 아니라 오메트르 성인의 순교 영성을 본받아 친교와 사랑의 공동체로 성장하기를 소망했다.     


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재불화가 김인중 신부


▲ 수원교구 신봉동성당 제대 뒤편과 왼쪽에 설치된 김인중 신부의 유리화. 노랑ㆍ파랑ㆍ빨강ㆍ초록의 색조가 유리에 흩뿌려져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아름다움입니다. 아름다움은 하느님 그 자체이시니까요”
 

재불 화가 김인중(도미니코수도회, 79) 신부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인용하면서 “새 하늘, 새 땅을 창작해내는 게 하느님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유럽 화단에 데뷔한 지 올해로 51년을 맞은 김 신부는 세잔ㆍ마티스ㆍ피카소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성령의 은혜를 7가지 무지개색과 선을 중심으로 시적으로 표현한 추상화가 작품의 특징이다.
 

김 신부는 “우리가 보는 것들 대부분이 허상인 경우가 많다”면서 “작품을 대하는 모든 이가 허상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리화와 도자 회화 등 그의 작품이 최근 완공된 수원교구 용인 신봉동성당에 설치됐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과 기적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30여 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연 때문이다.
 

김 신부의 작품은 1988년 프랑스 앙굴렘교구 성 오메트르 베드로 성당에 설치됐다. 앙굴렘교구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성 오메트르(1837~1866) 신부의 고향이 있는 곳이다. 그로부터 31년이 흘러 성 오메트르 신부를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신봉동성당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신부는 “성 오메트르 신부가 뿌린 순교 영성의 씨앗이 자라나 두 공동체에 은총이 내렸다”면서 자신의 작품이 살아계신 예수님을 더 가까이 만나는 도구가 되기를 소망했다.
 

최근 프랑스에선 김 신부의 작품 활동을 집약한 「시편의 책」이 불어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출간됐다. 6월에는 김 신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프랑스 앙베르시에 문을 열 예정이다.  


윤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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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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