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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과 신앙생활] (4) 동방교회 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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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제1조에, 이 교회법전의 조문들은 라틴교회에만 적용된다고 하는데, 가톨릭교회는 ‘라틴교회’와 구별되는 다른 교회도 있습니까?


가톨릭교회는 로마교회와 친교를 이루고 또한 상호간에도 친교를 이루는 지역 교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로마교회의 교구장이신 교황님이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일치의 원리입니다.

처음부터 그리스도교회는 신앙과 성사와 교계적 친교를 이루는 하나의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었던 교회들이 고유한 다양성을 간직하면서 고유한 전례와 규율과 영적이고 신학적인 자산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리 통치되기 시작하면서, 교회도 마찬가지로 동로마 제국의 동방교회와 서로마 제국의 서방교회로 갈라지게 됐습니다.

서방교회는 로마를 중심으로 한 라틴 전례로 통일을 이루었고, 고유한 규율을 확립하며 로마 가톨릭교회를 건설했습니다. 서방교회는 전례와 법률 용어를 라틴어를 사용하여 라틴교회라고 불리기도 하고, 로마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여 로마 가톨릭교회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동방교회들은 동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에 각각의 중심을 두고 발전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다양성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각자의 전례와 규율과 영성적인 자율권을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했습니다.

1054년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상호 파문 이전에 이미 계속해서 갈등과 반목과 화해가 이뤄졌었고, 1204년 서방교회가 제4차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 점령지가 아닌,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해 약탈하고 그곳에 라틴 총대주교좌를 설립했습니다. 이로써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갈등은 실제적으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공의회(리옹 1274년·피렌체 1439~1441년)를 통한 화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이러한 갈등 중에 동방교회는 정통교리를 지키는 교회라는 뜻에서 스스로 동방정교회라고 지칭하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로마 교회로부터 이교로 단죄됩니다. 즉 로마 주교인 교황의 합법적인 권위에 순종하기를 거부함으로써 교회의 친교에서 이탈하였으므로 이교라고 단죄됐던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동방교회들이 갈라진 것은 아니었고, 또한 갈라진 교회들 중에는 다시 로마 가톨릭교회와의 친교를 회복해 일치하면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전례와 규율과 영성을 유지하는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동로마 지역에서 처음부터 로마 가톨릭교회와 친교를 유지하였던 교회들과 갈라졌다가 다시 돌아와 일치를 이룬 교회들을 모두 ‘동방 가톨릭교회’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동방 가톨릭교회들은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고 로마교회와 완전한 일치를 이룹니다. 그러나 전례 예법이나 성직자들의 규율 등에 관해서는 동방교회의 고유한 전통을 지킵니다.

이 동방 가톨릭교회들은 5개의 자율 예법 교회(알렉산드리아 예법, 안티오키아 예법, 콘스탄티노플 예법, 칼데아 예법, 아르메니아 예법)로 구별합니다. 동방 가톨릭교회들은 자신이 속한 전통에 적합한 방식으로 고유한 전례적, 규율적, 영적 자산을 준수하며 살아갑니다. 동방 가톨릭교회들은 각자의 기원이나 지위나 지리적 여건에 따라 고유한 명칭들이 있는데, 총대교구의 총대주교, 상급대교구의 상급대주교, 수도대교구의 수도대주교로, 그 수장은 자율 예법 교회 내에서 선출되고 교황으로부터 추인을 받고, 자신의 자율 예법의 교회에서 입법권과 사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합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1983년 교회법전(Codex Iuris Canonici, CIC)을 준수해야 합니다. 반면에 동방 가톨릭교회는 1990년 동방 교회법전(Codex Canonicum Ecclesiarum Orientalium, CCEO)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는 교회법전을 준수하는 로마 가톨릭교회 혹은 라틴(서방) 가톨릭교회와 동방 교회법전을 준수하는 동방 가톨릭교회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동 지역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과 IS의 발호로 인해 많은 동방 가톨릭교회들이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박해를 피해서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거나 탈출을 함으로 동방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급격하게 줄고 있고, 결국 동방 가톨릭교회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성금요일의 봉헌금은 예루살렘의 성지 관리와 중동 지역의 그리스도교인들 즉 동방 가톨릭 신자들을 위하여 사용됩니다.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동방 가톨릭교회 신자들이지만 고유한 예법과 영성과 동방 교회법을 준수하면서 신앙의 자유를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박희중 신부(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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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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