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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열렬히 환영하지 않아도 꾸준히 전하라”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창립 31주년 특별 대담 ‘미디어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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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창립 31주년을 맞아 인문학자 최대환 신부(오른쪽)와 김소일 보도위원이 ‘미디어는 선물입니다’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꽃과 신록이 우거진 5월,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올해로 창립 31주년을 맞았다. 서른 살 성년을 넘긴 미디어로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교회 안에서 미디어ㆍ문화 사목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인문학자 최대환(의정부교구, 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신부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김소일(세바스티아노) 보도위원이 만나 ‘미디어는 선물입니다’라는 주제로 교회 미디어의 역할과 소명에 대해 대담했다.



-오늘날 미디어라고 하면 스마트폰이나 SNS를 먼저 떠올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개국이 1995년인데, 당시 정부가 화려하게 내세운 구호가 ‘뉴미디어 시대의 개막’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케이블 TV가 전형적인 올드미디어로 꼽힙니다. 이런 시대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시대 변화는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삶의 조건입니다. 뉴미디어에 대한 가치 평가가 여러 방면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죠. 연세 드신 분들이 뉴미디어를 이용하시면서 적적하지 않게 됐지만, 뉴미디어로 인해 선익이 위협받고 삶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치는 하나로만 평가될 수 없지만, 뉴미디어를 식별하는 능력을 기르는 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도 시대 변화에 둔감할 수 없습니다. 미디어가 복음 전파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죠. ‘교회와 미디어’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욕망과 물질주의 문화를 부추기는 미디어가 영적 삶을 추구하는 교회와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요.

“미디어가 왜곡된 욕망을 비추는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 그런 점은 많은 사람을 병들게 합니다. 그러나 미디어 자체는 우리에게 ‘선물’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욱이 콘텐츠 중심에서 매체 중심으로 바뀐 미디어 환경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미디어를 이해하는 건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미디어가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 이전에 우선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이용이 사목자들에게는 과제가 됐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평화방송을 설립할 당시, 기술과 재미를 내세우는 상업 방송 틈새에서 선교 방송이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 문제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미디어는 복음화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다만, 미디어가 복음화 사명을 저절로 이룰 수는 없습니다. 양질의 콘텐츠와 역량, 시스템이 잘 갖춰졌는가를 고민해봐야 할 문제죠. 당위성 이전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꾸준히 발전해 왔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교회 메시지가 담긴 양질의 콘텐츠는 사회가 열렬히 환영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나아가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공동체 문화보다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청년들은 혼밥ㆍ혼술을 편안해 하고, 중장년은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교회는 참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한편, 교회의 존재 이유가 더 뚜렷해진 시대가 됐습니다.

“사목자로서 개인주의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즐기고자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건 개인의 선택입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지만, 아무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분들에겐 혼자 있는 시간이 비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교회가 할 일이 많아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자캐오가 많아진 겁니다. 미디어가 소외된 이들에게 어떻게 손 내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 미디어의 미래와 미디어 사목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미디어의 미래를 주의 깊게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이가 기술결정론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하지요. 분명 사람은 기술에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는 오랜 기간 늘 혼재된 상태로 변화합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여러 가지가 공존된 사회에 삽니다. 그러므로 좋은 걸 수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답입니다.

저도 최신 미디어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더라도 CD나 라디오가 익숙하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듣는 스트리밍은 익숙하지 않죠. 모든 이가 새로운 미디어를 쫓아가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더 잘하는 세대가 있거든요. 저보다는 당연히 20년 후배 신부가 뉴미디어를 더 잘 다룰 테니,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죠. 교회에도 다양한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북클럽과 유튜브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선교 사명을 지닌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톨릭평화방송이 선교사들을 취재했던 다큐멘터리 ‘미션’이나 여러 드라마는 가톨릭평화방송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교회 안에서 펼칠 수 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금은 예언자적 소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박수 칠 이야기만 하면 미디어 사목은 불가능합니다. 낙태 이슈처럼 교회의 가르침을 이야기할 때는 분명 반대되는 표적이 존재합니다. 그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을 교화시키려고 하기보다 ‘초대하는 언어’로 대화해야 합니다. 그걸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보여주고 계시죠. 진심으로 미디어 수용자와 대화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그 길을 걸어야 합니다.”



정리=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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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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