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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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 25주년 -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③우리농 도시 생활공동체의 오늘은

전국 204개 공동체, 생명농산물 소비 돕는 든든한 동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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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문정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 자매결연한 풍양분회와 타 교구에서 온 쌀과 잡곡을 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지난해 11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풍양분회에서 주관한 배 따기 행사를 통해 농촌 체험을 하는 서울대교구 문정동본당 신자들.



‘생명의 먹을거리를 어떻게 나눌까?’

1990년에 시작된 ‘생명공동체운동’을 통해 가톨릭농민회는 유기순환적 생명농업으로 전환했지만,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나눌지는 두고두고 과제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교회가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찾아낸 답은 ‘직거래’였다. 물론 그간에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를 하나로 잇는 직거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농촌과 도시 본당 간 직거래는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계속됐다. 우리농은 이 직거래에서 생명농산물 나눔에 대한 해답을 찾았고, 그 나눔은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주도하게 됐다.

그렇게 생겨난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지난해 말 현재 10개 교구 204개나 된다. 서울대교구가 45개로 가장 많고 광주 42개, 마산 38개, 부산 32개, 의정부 16개, 전주 12개, 안동 9개, 인천 7개 순이며, 춘천ㆍ수원ㆍ대전교구에도 1개씩 공동체가 조직돼 있다.

이들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그 조직과 운영 전반을 서울대교구 문정동본당(주임 이철호 신부) 우리농 생활공동체를 통해 들여다봤다. 타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와 마찬가지로 문정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회장 황숙자) 역시 일상에서의 ‘살림’을 실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활동은 매주 토요일과 주일에 이뤄지는 물품 나눔으로 구체화하는데, 그 장이 바로 ‘우리농 나눔터’다.

문정동본당의 우리농 나눔터는 두세 평 남짓한 아주 소박한 공간이다. 교구 우리농본부에서 공급하는 쌀과 잡곡, 축산물 등이 3면에 빼곡하게 진열돼 있고, 매주 토요일과 주일에는 신자들로 붐빈다. 초창기에는 평일에도 물품 나눔을 했지만, 지금은 주말에만 매 미사 직후 6차례에 걸쳐 물품 나눔을 하고 있다. 2008년 10월 설립 때만 해도 40여 명에 이르던 활동가가 최근 들어 20여 명으로 줄어 어쩔 수 없이 물품 나눔 일수를 줄여야 했다. 물품 나눔이 두드러지다 보니, 겉보기에는 우리농 활동가들이 마치 판매사원처럼 비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문정동본당 사목회 환경분과장인 이도재(예레미야, 59)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물품 나눔은 단순한 판매가 아닙니다. 생명과 삶을 서로 의탁하는 도ㆍ농 공생의 경제체제를 이뤄낸다는 가치 실현이지요.”

문정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교육’을 우선한다. 단순히 물품을 많이 판매하고 남는 이익을 좋은 목적에 사용하는 데서 벗어나 하느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생태적 활동이라는 점, 농촌 살림과 함께 본당 내 생명 살림에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바르게 이해하고 구체적 생활실천운동으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구 우리농본부에서 개최하는 봄, 가을 연수에 참석하도록 권고하고,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저녁에는 교구 우리농본부 회합지를 교재로 이용해 공부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또한, 물품 나눔을 통해 거둔 이익은 농촌 살림에 30%, 활동가에 대한 교육ㆍ활동 지원에 30%, 본당 내 생명 살림과 기금 마련에 40%를 쓰도록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명농업 실천에의 참여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풍양분회(분회장 안희문)와의 자매결연을 통해 구현한다. 봄이면 자매결연한 풍양분회에 가서 풍년 기원 미사 봉헌하고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며, 여름이면 7월 셋째 주 농민 주일을 전후해 쌀 약정을 받고, 가을에는 다시 풍양분회로 가서 추수 감사 미사를 봉헌한 뒤 고구마 캐기나 배 따기, 두부 만들기 등 농촌 체험을 한다.

문정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특히 ‘쌀 약정’과 ‘소 입식’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자매결연의 취지를 살려낸다. 우선 쌀 약정은 멥쌀 기준으로 80㎏ 한 가마당 4회에 27만 2000원(배송료 포함), 8회에 28만 4000원(배송비 추가)에 약정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누적 약정은 130명, 누적금액은 980만 원에 이른다. 타 본당까지 합치면, 풍양분회의 쌀 약정은 490명, 4880만 원이나 된다.

소 입식 사업은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 설립에 한 해 앞서 2007년에 본당 성모회에서 송아지 1두당 350만 원을 제공하며 시작됐다. 이듬해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설립되면서 3마리를 인계받았는데, 한때는 10마리로 늘어났다가 지금은 7마리를 도축하고 3마리만 남았다. 도축해 받게 되는 쇠고기 맛도 좋지만, 활동가들은 유기순환농법을 위한 퇴비 마련이라는 입식 취지 홍보에 더 주력한다.

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협의회장도 겸하는 이연수(젬마, 56)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가을에 벼를 수확해도 판로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쌀 약정을 통해 모은 기금을 해마다 선수금으로 농민들께 보내드리고 연중 유기농 쌀을 받는 거죠. 어느 해인가 한 번은 미질이 좋지 않았는데, 도정 과정에서 수분 농도나 건조에 문제가 생긴 듯했어요. 그럼에도 10년 넘게 풍양 쌀을 먹다 보니 우리 쌀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많은 분이 양해를 해주셨죠. 그게 10년 넘게 자매결연을 통해 쌓아온 신뢰였지요. 지난해 2월 정월 대보름 때는 풍양분회에서 무청 시래기를 포장해 무료로 보내주셔서 전 공동체와 나누기도 했어요.”

이같은 활동 덕에 문정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지난 3월 말 교구 우리농본부 대의원회의에서 우수 생활공동체로 선정돼 상패를 받기도 했다.

어려움도 없지 않다. 남성 활동가들이 거의 없다는 점, 교구 내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의 평균 연령이 68.9세나 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도 과제다. 보기 드물게 남성 활동가로 활동하는 최병원(라파엘, 56) 문정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 부회장은 “활동해 보니 물품 판매보다 직거래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형제들의 참여가 많지 않다”며 “우리농 활동에 자매들보다 형제들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럼에도 보람은 크다. “농촌 현실과 농민들의 심경을 더 가깝게 느끼고 생명농업 실현에 더 애착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황숙자(안나, 64) 회장은 “10년 넘게 자매결연한 풍양분회를 오가다 보니 요즘에는 풍양 가는 길이 마치 고향 가는 길처럼 푸근해졌다”며 “우리농 활동은 어찌 보면 정말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주님께서는 정말 많은 열매를 맺게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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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6-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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