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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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이야기] 일곱 번째- 청주교구 보천공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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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성령 강림 대축일. 청주교구 음성본당(주임 최문석 신부) 보천공소(회장 구정모)에서는 그야말로 잔치가 벌어졌다. 그것도 주임 최문석 신부가 ‘한턱내는’ 자리였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70명 이상 다섯 번을 넘기면 음식 대접하겠다”는 공약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미사 참례자 수는 어린아이까지 포함해서 78명이었다. 9시 미사를 참례한 신자들은 본당에서 준비한 영화를 본 후, 최 신부와 함께 돼지 불고기, 잡채에 갖은 반찬으로 점심을 즐겼다. 1년여 전만 해도 40여 명에 불과했던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지난해 후반부터 점차 50명, 60명 선을 넘어서다 올해 들어 70명 단위로 바뀌었다. 한 달에 한두 차례는 70명을 넘어 80명 가까운 신자가 미사에 모습을 보인다. 1963년 공소 경당을 마련한 지 반세기를 넘은 시점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 우리 힘으로 해보자

최 신부가 공소 신자들에게 밥을 산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지난 5월 22~26일 열렸던 음성 ‘품바 축제’에 공소 신자들이 먹거리 장터를 운영한 수고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공소는 요즘 신자 수가 늘면서 하나뿐인 화장실을 증축하고 미사 후 차와 담소를 나누는 쉼터 조성에 여력을 쏟고 있다. 지붕 위 십자가를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품바 축제에 나선 것도 여기에 필요한 기금을 자체적으로 모으기 위해서였다. 평균 연령 70대 초반의 신자들은 공소를 더 잘 가꾸기 위해 육개장을 끓이고 도토리 빈대떡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최근 들어 신자 수가 늘어나 가능한 시도였다. 심오주(제노베파·70)씨는 “몸은 고단할지라도 공소 공동체가 더욱 일치된 시간이었다”며 “서로 격려하고 돕는 모습 속에서 고생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뭔가 한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소 신자의 증가는 공동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기는 동인(動因)이 되고 있다. 해체됐던 레지오마리애 활동이 다시 시작되고, ‘모임’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던 처지에서 남성 신자 모임 ‘성심회’까지 만들어졌다. 그 자신감은 무엇보다 발로 뛰어 한 명 한 명씩 신자들을 하느님 앞으로 찾아온 데서 비롯된다.




# 찾아가는 선교

보천공소의 신자 수가 늘어나게 된 것은 공동체가 음성본당의 복음화 운동 노력을 기반으로 ‘찾아가는’ 선교에 지속적으로 맛 들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음성본당은 2016년 전수조사를 해서 실제 거주가 확인된 신자들의 신앙생활 현황을 분석하고 사목 지표를 제작했다. 또 이를 토대로 ‘한마음 복음화 운동’을 벌였다. 새 신자와 예비신자를 동반하는 ‘새벗팀’, 냉담교우와 병자들을 돌보는 ‘한빛팀’, 일반 신자들을 동반하는 ‘일더하기팀’, ‘홍보팀’을 만들어 공동체 회복 운동에 나섰다.

보천공소 역시 이 과정 안에서 냉담교우와 관할 지역으로 귀촌하는 이들에게 더욱 시선을 돌리게 됐다. 이 지역은 귀농보다 귀촌 인구가 많은 편이다. 구정모(베드로·72) 회장은 “이사를 왔다고 해서 먼저 전입 인사를 하고 교회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4개 반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이사 오는 이들이 생기면 반에서 먼저 방문해 전입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살피고 관계 맺기부터 힘썼다”고 말했다.

특히 전수조사를 통한 냉담교우 파악은 신앙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커지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을 교회로 이끄는 데는 본당에서 마련한 ‘신호등 접근법’이 활용됐다. 마음 상태와 준비 정도에 따라 ‘빨간불’(건너가면 안 됨), ‘노란불’(주의 살피고), ‘파란불’(건너감) 등으로 접근 단계를 만들고 회두 활동을 벌였다.

신자들이 신앙과 교회에 대한 관심의 불을 지핀 후에는 수도자와 사제가 순차적으로 찾아가 힘을 보탰다. 예비신자가 생기면 한 명이 될지라도 본당 수녀가 공소에 나와 교리를 가르쳤다. 교리 시간에는 항상 공소 회장과 레지오마리애 단원 등 6~7명이 함께 자리를 지켰다.

2017년 6월 경기도 이천에서 전입한 박정화(노엘·64)·천순화(노엘라·54)씨 부부는 가족과 함께 이사를 왔으나 지역에 아무 연고가 없던 상황에서 앞집 뒷집 공소 신자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됐다. 남편 박씨는 2017년, 천씨는 2018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를 받았다.

천씨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아서인지 이제 공소 분들이 정말 남 같지 않고 모두 집안의 ‘큰 형님’, ‘작은 형님’처럼 느껴진다”며 “낯선 지역에 와서 많이 힘들고 외로울 수 있었는데, 하느님 안에서 또 하나의 가족을 만나 큰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선교 열정은 청년

보천공소는 신자가 늘어나면서 ‘젊어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60~70대 귀촌자들이 유입되며 생긴 모습이다. 공소 측은 “70~80대가 주류를 이뤘던 과거에 비하면 평균 연령이 10년 정도는 낮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교적상 신자 175명 중 55세 이상이 120명이고 그중 65세 이상은 93명이다. ‘공소’를 얘기할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고령화’ 단어가 떠올려진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보천공소 활성화는 한편 ‘선교 현장에서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령화된 작은 공동체라 할지라도 선교의 기쁨을 느끼고 삶 안에서 실천하는 ‘마음’이 있을 때 공동체는 살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자들은 그에 대해 “냉담교우를 찾아가고 새로 온 이들을 만나며 한 명 두 명 공소 좌석이 채워지니까 너무 재미있고,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표현한다.

최문석 신부는 “도시보다 이웃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스스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바를 찾아 선교에 나서고 기쁨을 느꼈다는 점은 공소나 고령화 현상이 심한 본당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천공소는 외면적으로 어르신 공소로 보일지라도 복음화 요청에 능동적으로 응답한 젊은 공동체”라고 밝혔다.

“연말에 전 공동체가 참여하는 신앙교육을 계획하고 있다”는 구 회장은 “앞으로 신자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선교 활동에 계속 힘쓰면서 영적으로도 성숙한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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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6-2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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