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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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의미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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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6월 30일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남북미 세 나라 정상이 사상 최초로 만난 것에 대해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답답한 때에 남북미 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뜻밖에 찾아온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이기헌 주교는 7월 3일 오전 의정부교구청 교구장 집무실에서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만남과 관련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과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에서 함께한 그 자체가 역사적인 큰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기헌 주교는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겨냥해 자신의 업적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판문점 회동이 실무협상을 견인할 획기적인 계기가 돼 예전과는 다른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상반된 입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로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져 있다가 다시 대화 국면으로 바뀌었다는 측면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주교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한 듯 이번 판문점 회동을 통해 바라본 세 정상에 대한 기대와 소회도 진솔하게 드러냈다. “세 정상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한반도에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야망만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엄청나게 큰 일을 할 수 있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되겠다는 야망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포옹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과 평양 방문으로 쌓았던 인간적 신뢰와 서로에 대한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역시 우리 민족끼리 하나된다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커졌습니다.”

이 주교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도 상기시켰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도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그동안의 실패 경험을 거울 삼아 이제부터는 실무자들이 디테일하게 준비해서 두 정상이 더 진전된 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불과 5일 전인 6월 25일 북한을 지척에 둔 파주 임진각에서는 ‘한반도 평화기원미사’가 봉헌됐고 문 대통령은 축사를 보내 “한국교회는 한반도 평화의 길잡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한반도 평화기원미사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하나의 연결선상에 놓고 기도의 힘과 연대의 중요성을 발견했다. “많은 신자들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보고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들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올해 한반도 평화기원미사의 결실은 기도와 미사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연대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 미국 주교회의, 일본 주교회의 등과 연대를 펼쳐 왔는데 아시아 교회 그리고 유럽의 교회들에도 한반도 평화를 호소해야 할 것입니다.”

이 주교는 한동안 뜨겁게 언론을 달궜다가 잠잠해진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문제도 ‘연대’ 차원에서 언급했다. “교황님께서도 이번 판문점 세 정상의 만남을 축하하셨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초청이 있으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언질을 주신 만큼 우리 한국교회가 일치 속에서 교황님 방북이 성사되도록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하고 교회 밖에서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평화의 사도로서 교황님의 역할은 지금 이 시점에서 엄청나게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격적이지만 복잡다기한 준비를 거쳐 성사된 이번 판문점 남북미 세 정상 간 만남이 한국사회와 교회에 던져주는 임무는 무엇일까. 이 주교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와 의지를 다시 확립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는 그 누구의 일도 아닌 우리 민족의 일이기에 남과 북이 형제적인 사랑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대북 지원과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남과 북이 만남과 교류를 통해 식량난과 생필품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형제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인도적인 지원에 힘써야 합니다. 이것은 민족의 일임과 동시에 더 넓은 의미에서 민족을 뛰어넘는 일입니다. 또한 스포츠와 문화예술 교류, 종교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입니다. 개성공단 운영과 금강산관광은 통일을 미리 연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주교는 이번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국내 정치인들이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성사에 조연자임을 자처하며 북미 두 정상이 잘 만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교회 지도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정치인들은 제발 정쟁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라는 민족적 과업에 함께 손잡기를 바랍니다.”

남북 관계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논의 진전이 없던 평양 장충성당 보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UN의 북한 제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등으로 장충성당 보수를 위한 남북 교회 만남이 없었지만 판문점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으로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남북 종교인들이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사진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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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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