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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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사람들과 울고 웃는 선교사의 삶, 행복합니다”

제주교구 성산포본당 우도공소 부부 선교사 한윤교·박태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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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년의 역사를 지닌 우도공소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한윤교ㆍ박태순씨 부부.

▲ 박태순 선교사는 한글을 배우지 못한 김계옥 할머니를 위해 일일 방문교사가 되어주고 있다.




30년 넘게 서울에서 교사 부부로 살았다. 300명이 넘는 학생과 군인들에게 가톨릭 교리를 가르치다 지난해 7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캐리어 2개를 사이좋게 나눠 들고 부부는 단출하게 우도로 들어왔다.

“여보, 우리가 ‘주님의 집’에 산다는 게 너무 기쁘지 않아요?”

부부는 마주 보고 웃었다. 제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두 뺨으로 맞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선물이었다. 제주의 쪽빛 바다, 시원한 바람, 그리고 돌담까지…. 제주교구 성산포본당이 관할하고 있는 우도공소의 부부 선교사 한윤교(에드워드, 65)ㆍ박태순(마리아, 62)씨를 만났다.



119ㆍ주민센터ㆍ약국 같은 공소

부부는 우도의 ‘주민센터 직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응급처치가 필요할 때, 가전제품이 고장 났을 때 젊은 선교사 부부를 찾는다.

“저는 여기서 청년이에요. 하하.”

65살 한씨가 호탕하게 웃는다. 그는 체육교사였다.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공소 신자는 교적상 170명이지만, 실제 40여 명이 미사에 참여한다. 대부분 80~90대 신자들이다 보니 홀몸 어르신이 많다. 그렇다 보니 한밤중에 비상약을 가져다주는 일이 허다하다.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홀로 삶을 마감한 홀몸 어르신을 발견한 적도 있다.

이들은 성사 집전만 빼고 다 한다. 공소 예절을 거행하고,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친다. 성당을 청소하고, 재정 업무도 맡는다. 피정객들이 떠난 방을 청소하고, 이불 빨래도 한다. 본당의 사무장과 관리인, 수도자가 하는 일을 다 하는 셈이다. 미사가 있는 주일에는 승합차를 끌고 다니며 어르신 신자들을 모셔온다. 자는 어르신을 깨워 옷을 입혀 공소까지 오는데 시간은 제법 걸린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잊어버리고 사는 어르신들에게 선교사 부부는 그저 반가운 손님이다. 휴가철에는 육지에서 온 신자 손님들을 위해 ‘우도 관광 가이드’로도 활동한다.

아내 박씨는 일주일에 네 번 9명에게 예비신자 교리를 하고 있다. 성인 6명을 제외한 3명은 1:1 맞춤형 교리다. 임신한 베트남 이주여성에게는 한글도 함께 가르친다. 한글을 가르쳐주고 있는 이는 또 있다. 87살의 김계옥(아녜스) 할머니인데, 우연히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다.

“난 한글을 몰라. 한글을 모르는 게 한이야.”

아내 박씨는 3월부터 매일 할머니 집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를 구하려고 우도초등학교에 찾아갔다. 교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제본해온 국어교과서를 교재로 할머니한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교리 가르칠수록 힘이 나

“기쁘고 즐거워요. 교리를 가르칠수록 힘이 나요.”

아내 박씨는 2015년 2월 교편을 내려놓기 전까지 14년 동안 특별활동 시간에 예비신자 교리반을 만들어 90명이 넘는 학생이 세례를 받도록 도왔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남편도 교내에 가톨릭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해 90명이 넘는 학생을 영세시켰고, 서울대교구 가톨릭중등교육자회 산하 학교복음화위원회 회장도 지냈다. 부부는 또 교직 생활을 하면서 2007년과 2008년에 차례로 가톨릭교리신학원을 졸업했다. 학교에서 퇴근한 후 교리신학원에서 야간 수업을 듣고 집에 오면 밤 11시였다. 또 9년 동안 토요일마다 간식을 싸 다니며 군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쳤다.

“저희는 싸울 시간이 없어요.”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이기도 한 부부는 우리는 아무 데서나 살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편안하게 몇 달을 사는 것보다, 열악하고 불편한 곳에서 하느님과 함께 사는 며칠이 더 값지다고 했다. “하느님과 함께 살면, 내가 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이들이 우도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은 열악했다. 부부가 먹고 자야 할 공간에 벌레가 우글거렸다. 서울 사는 아들이 부모가 사는 모습을 보러 와서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부부가 신자들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안심하고 돌아갔다.

올해 11월이면 신축 공소 축복식이 열린다. 115년 역사를 지닌 우도공소가 넓고 쾌적해졌다. 육지에서 온 신자들이 바다 내음을 맡으며 피정을 하고, 먹고 잘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성무일도와 관상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부부의 꿈은 ‘우도 복음화’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선교도 가능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같이 울고 웃고 나누며 살러 온 거죠.”(박태순씨)

부부에게 선교란 우도 사람들과 함께 웃고 웃는 일이다. 섬사람들 곁에서 이들의 손과 발, 심부름꾼이 되어 주는 일이다. 부부는 틈틈이 관광업을 하는 신자들 가정이나 가게에 들러 인사도 나눈다. 아름다운 관광지에서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이들의 고달픈 삶을 안다. 그래서 하느님이 가장 큰 안식처라는 것을 더 전해주고 싶다.

남편 한씨는 “지금까지 학교와 군부대에서 해온 모든 일이 우도에서 쓰이기 위한 훈련인 것 같다”고 했다. 부부가 꿈꾸는 다음 선교지는 해외다. 가장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곳에 학교를 짓고 싶어 통장을 만들었고, 매달 선교사 생활비를 저금하고 있다. 몸이 못 가면 돈이라도 보낼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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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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