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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 교회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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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모습에 한국인들은 진정한 역사인식이 필요함을 깨닫고 있다.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다. “용서를 청하고 베푸는 것은 뿌리 깊은 폭력과 증오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1997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4항 참조)이라는 가르침처럼, 진정한 역사적 화해 없이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꾸준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달래고 복음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왔다. 과연 교회는 무엇을 해왔고, 또 무엇을 해야 할까?


■ 제7차 기림일 미사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사람들은 이곳을 ‘평화로’라 부른다. 이 자리에서 1992년 1월부터 27년 7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수요시위를 열어왔다.

1400차 수요시위가 열린 8월 14일, 이곳에서는 오후 4시부터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가 봉헌됐다.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가 주례하고, 전국 교구·수도회 사제 35명이 공동 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와 신자 500여 명이 참례했다. 이날 미사는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미래세대에 물려주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소원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자리였다.

박현동 아빠스는 강론에서 독일과 폴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 반인륜적 전쟁범죄의 현장을 보존하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승화시킨 점에 대해 강조했다. 박 아빠스는 “독일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자주 인간성에 반한 전쟁범죄에 대해 잘못을 사죄하고 희생자들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청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부당성을 알리는) 이런 외침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공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를 공동 집전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지금의 한일 관계가 일본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나 신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쟁범죄에 대한 규탄이자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행위가 아니라 대상을 놓고 증오하면 또 다른 죄 속으로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넘어, 모든 이들을 똑같이 사랑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진심으로 화해하고 진리의 길로 함께가기를 원하는 것이 복음적 자세”라고 당부했다.



■ 앞으로 어떻게 할까?

한국교회가 앞으로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은 없을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선실(데레사) 공동대표는 “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본당 단위로 교육을 펼쳐나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교육은 미투, 여성인권, 성폭력과 국가폭력 등 인권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에서다. 김 대표는 주일학교와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이어나간다면 모든 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급처럼 평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피해자 할머니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문제의 근원에 전쟁이 있음을 깨달았다”며 “할머니들의 메시지는 어떤 전쟁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평화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평화를 위해서도 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전쟁반대 평화운동의 맥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사무국장 서광호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서 신부는 “수요시위와 기림일 및 3·1절에 봉헌되는 미사를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며 “특히 어느 특정집단이 아니라 주교와 사제, 평신도들이 모두 함께 연대해 할머니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주교회의와의 교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 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가 부르짖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한국교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하고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해 마음을 모아왔다.

교회가 이들을 돕는 활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맺힌 아픈 삶은 바로 민족의 십자가”라는 신학적 성찰에서 비롯된다. 1992년 12월 27일,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서는 처음으로 서울 아현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 함세웅 신부(원로사목자)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의 주제는 ‘민족의 십자가, 우리의 어머니’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할 때 그 고통에 함께하신 분이 하느님인 것처럼, 생명과도 같은 정조를 빼앗기고 여성성을 짓밟힌 소녀들의 고통스러운 삶에도 하느님이 함께하셨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셨고, 성령께서 모욕을 당하셨다는 이 신학적 인식과 신앙의 깨달음 속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민족의 아픔인 십자가를 껴안고 산 우리 시대의 어머니로 인식할 수 있다.

교회의 활동 근거는 2016년 2월 17일 출범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 출범 성명서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성명서는 “전쟁을 명분으로 여성을 도구로 삼아 그 폭력을 ‘위안’하려 한다면, 사람 대신에 ‘폭력’을 최상의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하느님의 절대주권을 거부하는 죄악”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더 끔찍한 수치스러움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더욱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신념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일본정부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그 생생한 기억을 토대로 ‘다른 이들이 겪는 고통을 공감하고, 진정으로 그 고통의 공감 때문에 행동할 때 비로소 사회적 약자가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야 할 의무를 다 하는 것’(「복음의 기쁨」 193항)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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