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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그들은 왜 죽었을까? - 탈북 모자의 죽음으로 본 교회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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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탈북 여성과 여섯 살짜리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굶주림을 피해 한국에 온 모자(母子)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죽어 갔다.

“타인을 위해 손 내미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가 무색해진 사건이다. 이들의 죽음을 돌아보고 이 땅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 우리 이웃의 죽음

모자의 시신은 아파트 관리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경찰은 한(42)씨와 아들 김군의 사망 시점을 약 2개월 전으로 추정한다. 발견 당시 통장 잔고가 0원이고 월세가 밀려 있었다는 점, 집에 먹을 거라곤 봉지에 든 고춧가루가 전부였던 점 등에 주목해 아사(餓死)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씨는 2009년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창기 약 2년간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1년 동안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았다. 이후 중국동포 남편을 만나 경남 통영시로 터전을 옮겼으나, 조선업 불황이 경남 일대를 덮치면서 한때는 중국에 이사를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지난해 말 이혼한 상태로 아들과 한국에 다시 왔다.

이때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없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과 한부모가정 혜택을 받지 못했다. 생계가 어려운 북한이탈주민에게 긴급 지원금을 지원하는 제도 등도 있지만 주변인들은 “한씨가 이러한 제도를 몰랐던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숨지기 직전 한씨의 정기 수입은 아동수당 월 10만 원이 전부였던 셈이다. 이들 모자는 죽기 전까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삶을 살았던 것이다.


■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모자의 죽음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을 비롯해 공무원의 업무 적극성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모자가 단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숨졌다고 보지 않는다. 남한 사회 부적응에 따른 답답함과 외로움 등 정서적 어려움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2011년 탈북한 김안나(가명)씨를 괴롭힌 것도 ‘북한에서 와서 차별 당한다’는 패배 의식으로 인한 우울감이었다. 하지만 김안나씨는 다행히 지역 남북하나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며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랜다. 김씨는 “한 시간 동안 가서 얘기하고 오면 내 마음 알아주는 것 같아 속이 후련해진다”면서 “한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의 사정을 알았더라면 3만 명 넘는 국내 북한이탈주민들이 힘을 모아 도와줬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극이 어느 한 쪽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8월 14일 북방선교 사제들을 양성하기 위한 옹기장학금 전달식에서 탈북 모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함께 사는 삶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우리 이웃의 죽음’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통 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이웃을 돌보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공동체 의식 회복 필요

이웃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교회 역사를 관통하는 기본 사명이다. 북한이탈주민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사회적 연계망을 촘촘히 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 신부는 교회 차원의 인격적 만남을 강조했다. 강 신부는 “교회는 사회 제도권에서 하지 못하는 인격적 만남을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손길을 뻗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요한 사도) 소장은 교회가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이웃 간 관계가 깨져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정책으로 해결하기보다 가장 옆에 있는 이웃부터 자기 주변에 관심 갖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기댈 언덕이 돼 온 어울림센터장 박신영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수녀회)는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라면서 “교회는 이들이 힘들 때 찾아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박 수녀의 돌봄으로 답답함, 외로움 등을 이겨내고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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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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