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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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영성 바탕으로 성경에 입각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한국 가톨릭 미술 여성 작가들] 남용우 마리아 화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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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반포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남용우 화백의 1970년 대표작으로 추상적 선묘를 반복하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남용우(마리아, 88) 화백은 1970년대부터 국내 교회 건축물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기 시작해 시기별로 다양한 작품 경향을 보여주었다.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추상 작품이 주를 이루었던 1970년대, 한국적인 요소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졌던 1980~1990년대, 그리고 이 모든 작품 경향이 종합되어 표현된 그 이후의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남 화백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스테인드글라스는 1972년에 완성된 서울 초동교회의 작품이다. 개신교회의 특성에 맞게 중앙의 십자가 외에는 구체적인 형상이 생략되었고 빨강, 파랑, 흰색의 강렬한 색 대비가 강조된 추상적 경향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서울 동신교회(1972), 서울 영락교회(1975)의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추상적 경향의 작품이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1970년대 작품에는 반복되고 꿈틀거리는 다이내믹한 원형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역동적인 느낌은 작가 개인의 성향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힘있고 역동적인 초기 작품 경향에 대해서 작가는 대학 재학 시절 여학생으로서 가졌던 욕심과 본래 대담했던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추상 경향의 작품은 개신교회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 제작된 가톨릭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공통으로 나타나 있다.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1975)과 서울 반포성당(1979)의 스테인드글라스가 1970년대의 대표작이다. 이 두 작품은 작가가 독일에 체류하던 시기의 작품으로 독일 데릭스(Derix) 공방에서 제작한 것이다.

1975년에 완성된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현재 모습과는 달리 십자고상 뒤편의 긴 창과 왼편의 원형 창에만 설치되었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스테인드글라스가 추가로 제작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작가는 한센병 환우촌 성당이라는 점과 수호성인이 예수 성심, 성모 성심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이를 추상적으로 풀어 스테인드글라스에 반영하며 한센병 환우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1970년대의 또 다른 대표작인 서울 반포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 입구 창과 성당 내부 창이 모두 추상 패턴으로 완성되었다. 입구 창은 ‘시작이고 끝이다’라는 성경 말씀을 형상화했으며, 성당 내부 창은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추상적 선묘가 반복되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환희의 신비를 형상화한 장미꽃 모티프를 단순화해 표현한 2층 성가대석 스테인드글라스는 직선적인 느낌의 구성에 원형의 리듬감을 더해주고 있다. 마치 회화 작품과 같이 다양한 선묘로 완성된 반포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1970년대 작가의 추상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남용우 화백은 1970년대 추상 시기를 거쳐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양화풍에서 더 나아가 보다 한국적인 조형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1981년 서울 백상기념관에서 개최된 ‘남용우 유리그림 전’에서 강렬한 색채와 표현적인 터치를 특징으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교회 건축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는 이전과 달리 한층 단순하고 정돈된 느낌을 가진 구성과 색감을 보여주었다. 10여 년의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의 색을 넘어서 한국의 상황과 정서에 더 잘 맞는 작품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남 화백은 한국적인 조형 요소를 다름 아닌 ‘선’에서 찾고자 했다. 선에 대한 탐구는 남 화백의 초기 회화 작품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그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꾸준히 동양화를 탐구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 서울 서문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남용우 화백이 1980년대 이후 고민해온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통한 선의 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남 화백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면서 성당 안 공간뿐만 아니라 성당 밖의 풍경을 아우르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즉 바깥에 펼쳐진 자연 풍경에서 포착한 선과 태양 광선의 효과를 스테인드글라스 조형 요소에 직접적으로 포함시키고자 했다. 1995년 작품인 서울 서문교회 스테인드글라스는 작가의 이와 같은 조형 의도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낮을 상징하는 구름과 밤을 상징하는 불길의 인도를 받는다는 시편의 말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으며 개신교회의 요구에 맞게 구체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생략하고 선의 흐름과 색조의 변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두 개가 한 쌍을 이루고 있는 긴 창에는 1980년대부터 등장하는 격자 창살 무늬가 도입됐고 그 위로 유려한 곡선의 흐름이 겹쳐지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작가가 고민해온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통한 선의 미를 잘 보여준다. 서문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면서 남 화백은 교회 바깥으로 내다보이는 풍경과 스테인드글라스에 표현된 선적 요소들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도록 유리의 투명함을 최대한 살렸다. 그리고 이를 위해 페인팅도 생략했다. 구체적인 이미지나 상징을 최대한 제거하고 오로지 선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색조의 변화만을 이용해 작품에 음악적인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1년 뒤에 제작된 서울 오금동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같은 시기 작품임에도 뚜렷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는 데 있어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의 성격에 맞는 차별화된 표현을 보여주고자 했다. 철저하게 성경 내용에 입각한 작품을 고집해온 남용우는 가톨릭교회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관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가장 큰 차이를 성사권의 유무로 보고 그 차이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제시하고자 했다.

▲ 남용우 화백은 스테인드글라스뿐 아니라 유리 모자이크 작품도 남겼다. 사진은 서울 흑석동성당에 설치한 ‘카나의 혼인잔치’ 유리 모자이크화.



남용우 화백은 1990년대 중반에서 현재까지 초기의 표현적인 성향과 1980년대 이후 선적인 요소의 탐구 그리고 가톨릭의 성사를 특징짓는 상징들의 도입이 모두 종합된 양식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흑석동성당, 천진암성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야외 모자이크 작품에서 힘 있는 역동적인 구성과 단순화되고 정돈된 정적인 요소가 적절히 조화된 남 화백의 작품 경향을 잘 느낄 수 있다.

남 화백은 스테인드글라스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곳에 유리 모자이크 작품을 설치했고 그 규모도 상당하다. 남종삼(요한) 성인의 증손녀이기도 한 남용우 화백은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아흔이 다 된 지금도 성경에 입각한 교회 미술 작품을 연구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의 작품에 담긴 신앙과 영성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남 화백의 작품 활동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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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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