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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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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어르신들 마지막까지 부모 모시듯 성심을 다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가 운영하는 ‘평화의 모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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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모후원 수도자들이 어르신이 탄 휠체어를 밀며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 평화의 모후원 성당에 모인 어르신들이 더 나은 세상을 지향으로 기도하고 있다.

▲ 평화의 모후원 어르신과 수도자, 직원, 봉사자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모후원은 많은 이들의 정성으로 어르신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난은 시련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며 가장 먼저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루카 6,20)로 시작하는 참행복을 말씀하셨지만, 가난한 이들이 이 땅에서 스스로 행복해 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난은 은총이 되기도 한다. 가난을 주님께서 주신 시련으로 받아들이는 이들,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들이 있으니. 17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어르신을 모시는 평화의 모후원(수원시 장안구)을 찾았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가난한 노인들을 돕는 사람들

평화의 모후원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르신 소풍이 있는 날이라 할 일이 많다. 봉사자들이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을 차로 모시고, 어르신들이 탈 휠체어를 트럭에 싣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오늘 나들이에 나가는 차량은 10여 대. 주 1회 이곳을 찾아 목욕 봉사를 하는 광역, 시내버스 기사들이 이번에는 차량 봉사자로 나섰다.

이기수(스테파노, 59)씨는 “아들을 군대 보내고 아내 따라 천주교로 개종해 10년째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영(베드로, 57)씨는 “어르신 목욕 봉사를 하다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도 생각나 더 찾게 된다”며 “봉사자가 없으면 수녀님들이 어르신을 씻겨 드려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안 올 수 없다”고 밝혔다.

모후원을 떠나 차로 20여 분 달려 도착한 경기도 의왕의 한 호수공원. “나오니 너무 좋다,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다, 소풍 오니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하는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어르신들에게 조금은 쌀쌀한 날씨지만, 햇살 아래 몸을 맡기자 밀려오는 따뜻함이 한결 편안해진다.

평화의 모후원은 어르신들에게 늦가을 햇살 같은 존재다. 아내가 탄 휠체어를 미는 한재일(102) 할아버지와 아내 소복순(98) 할머니는 평화의 모후원을 찾기 전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산에서 거주하던 부부는 노후를 의탁할 곳이 없어 스스로 모후원을 찾았다. 폐지를 주우며 쪽방에서 홀로 생활하다 이곳에 온 어르신도 있다.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어르신 60명이 평화의 모후원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은 것이다.



가난한 노인들을 주님처럼

오랜만의 나들이에 행여 어르신들이 불편할까 봐 수도자들과 직원, 봉사자들은 가을 정취를 느낄 여유도 없다. 어르신들이 추울세라 작은 담요로 어깨와 무릎을 덮어주고 어르신들 적적할까 봐 곰살맞게 말을 건넨다. 어르신들을 끊임없이 챙기는 모습을 보니 ‘어느 자녀가 부모에게 저렇게 할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시설장 이상옥(헬레나) 수녀는 “이곳의 목표는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까지 행복하게 모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회는 창설 때부터 탁발로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 정부의 보조로 양로원을 운영할 수 있지만 “하느님 섭리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라”는 설립자 쟌 쥬강 복자의 말씀을 지금껏 따르고 있다.

지역이 개발되고 시대가 변하며 탁발도 예전 같지 않다. 번호나 출입 카드가 필요한 사무실은 들어갈 수 없고 전통시장 등에서 채소나 생선, 과일 등을 근근이 기부받는다. 근래는 대형 할인점 앞에서 양로원에 필요한 물품을 적은 목록을 들고 있으면 마트를 찾은 사람이 장을 보며 그 물품을 사 기증하는 새로운 형태의 탁발을 시도 중이다.

이 수녀는 “지역 사회에 하느님의 존재를 알리고 이웃들에게 좋은 일을 할 기회를 드릴 수 있다”며 “어르신을 위해 탁발을 한다면 종교에 상관없이 도움을 주고, 그들이 준 도움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부족한 것은 요셉 성인께 전구하면 은인이 나타나 기적처럼 해결되지만, 소외된 어르신을 향한 편견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평화의 모후원을 방문해 “양로원 어르신들이 이렇게 잘살아도 되느냐, 이렇게 잘사는 곳에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며 말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난한 어르신들이 불편함 없이 1인 1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들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 수녀는 “양로원은 양로원답게 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몸이 불편한 어머니, 아버지를 마지막에 어떻게 모시고 싶으냐 반문하고 싶다”며 “억지로 어려운 모습을 보여 드리기보다 어르신들이 좋은 환경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기도로 세상의 등불 되어

4시간여의 나들이를 마치고 평화의 모후원으로 돌아온 어르신들이 성당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은 오전과 오후, 은인들과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주님의 은총을 청한다.

기도 소리 가득한 1층 성당을 나와 2층 방의 문을 두드렸다. 5단 묵주를 목에 걸고 누워있는 안경예(마리아, 99) 할머니가 “마당에 나가 풀을 뽑고 싶다”고 힘겹게 말한다. 이 수녀가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이제 정원에는 가지 못하지만 여러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이 수녀는 어르신들을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빛’이라고 말했다. 어르신이 있기에 지금의 세대가 있고, 나이가 들어감에 노인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어르신들의 보이지 않는 기도는 이 험한 세상을 지탱하는 버팀목 같다고 했다.

짧게 들여다본 평화의 모후원 일상, 이 수녀는 “오직 어르신만을 모시는 단순한 삶이기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인사를 건넨다. 노인에 대한 공경과 가난한 노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약해지는 시대, 임종까지 부모님 모시듯 노인을 돌보는 수도자들의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1839년 쟌 쥬강 복자<사진>가 프랑스에서 설립한 수도회로 1971년 한국에 진출했다. ‘경로 수도회’로도 알려졌으며 가난한 어르신을 모시는 게 수도회의 유일한 사도직이다. 지난 46년간 무의탁 노인들을 돌봐온 공로로 제31회 아산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한국분원(분원장 이상옥 수녀)은 현재 국내에서 평화의 모후원(수원), 쟌쥬강의 집(서울), 성요셉동산(완주), 예수마음의 집(담양) 등 4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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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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