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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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냉가슴 앓는 불법 체류자들 가냘픈 손 잡아줘야

인권 주일 -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이주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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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건과 상관없이, 인간 그 자체로서 누구나 지니는 보편적이고 침해할 수 없으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 바로 인권이다. 인권을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은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서 이 권리들을 빼앗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은 아직 따뜻하지 못하다.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권뿐만 아니라 특히 의료서비스에 있어서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인권 주일을 맞아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이주노동자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이방인 200만 명 시대의 감춰진 그늘

필리핀에서 18년 전 한국에 온 프레드씨. 여행 비자로 한국에 온 그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지 오래다. 프레드씨는 “한국에서 2년만 더 일하고 필리핀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내딸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여기서 일할 생각”이라며 걱정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까닭으로 읽혔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6만 7607명이다. 전체 인구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2014년 3.50에서 2018년 4.57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자(불법 체류자)는 35만 5126명이다. 불법 체류율은 2017년 11.5였지만 2018년에는 불법 체류자가 증가해 15로 증가했다.

예전과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 뒷면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가운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한국 사람이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존재한다.


▲ 외국인 무료 진료시설을 찾아 진료과에 접수하려고 하는 이들과 이들을 돕는 봉사자들. 불법체류율이 2017년 11.5였지만 2018년에는 15로 증가했다.




미등록 이주자(불법 체류자) 만드는 고용허가제

네팔에서 21년 전 한국에 온 우다야 라이(이주노조 위원장)씨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고용허가제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을 기계로만 보지 말고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봐달라”고 호소했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 시행됐다.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들은 최대 4년 10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업주 동의 없이 회사를 옮기면 비자를 박탈당한다.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견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할 권리를 사업주가 아닌 이주노동자에게 주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림의 떡, 의료서비스 지원사업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서비스 지원사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의료보장제도에 의해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입원부터 퇴원까지 발생한 진료비의 90를 지원하고 1회에 최고 50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혜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국내에 체류한 지 90일이 지나야 한다. 질병이 국내에서 발병했다는 의사의 소견도 받아야 한다. 또 사업장에서 발행한 근로확인서나 사업장에서 근로했거나 근로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한다.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여행자증으로 자신의 신원도 증명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노동자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혜택을 받기는 불가능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물론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막의 오아시스, 외국인 무료 진료시설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에 있는 춘천교구 예리코클리닉에는 한 달 평균 100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이 찾는다. 대부분이 필리핀 이주노동자다. 1일 예리코클리닉을 방문해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서 10년째 생활하고 있는 파잘도씨. 여행 비자로 한국에 온 그는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파잘도씨는 서울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예리코클리닉과의 인연으로 지금은 봉사까지 하고 있다.

파잘도씨에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차별 대우를 받거나 힘들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족처럼 나를 대해줬다”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파잘도씨와 마찬가지로 8년 전 여행 비자로 온 마를린씨 역시 대답은 다르지 않았다. 마를린씨는 “한국에서 일하면서 안 좋은 대우를 받았다거나 한 적은 없다”며 “예전에는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18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프레드씨도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18년 동안 좋지 않은 경험을 했을 법도 하지만 프레드씨의 대답 역시 ‘문제가 없다’였다. 그래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10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 회사가 많이 어려워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 말고는 어려운 점이 없다”며 “한국에서 일하면서 예리코클리닉 같은 곳 덕분에 진료를 받는 데도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말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업주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권 보장을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 31)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교황청 산하에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를 만들었다. 이 부서는 이주민과 궁핍한 이들, 아픈 이들, 배척된 이들, 사회적으로 차별된 이들, 무력 분쟁과 자연재해의 희생자들, 감옥에 갇힌 이들, 실업자들, 노예살이와 고문 희생자들에 관한 문제들을 담당한다. 또한, 지역 교회가 병자와 이주민, 난민 등에게 합당한 물적, 영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은 이주민과 난민들을 위해 주님의 보살핌을 선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9월 29일 제105차 이민의 날을 맞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례한 미사에서다.

교황은 “‘우리’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겪는 고립과 경멸, 차별에 무관심할 수 없다”며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형제·자매들의 고통에 동정심을 느끼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며 주님의 부드러운 사랑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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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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