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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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성가곡 발표음악회 ‘충만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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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기도였다.

시인의 간절한 기도 하나하나가 영롱한 시어가 됐고, 작곡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입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성가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감상하는 은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또 다시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됐다.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가 주최하고 서울대교구가 후원한 연작 성가곡(連作 聖歌曲) 발표음악회 ‘충만한 사랑’은 제목처럼 충만한 사랑과 은총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압구정동성당에서 열린 ‘충만한 사랑’ 공연 1부에서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의 신앙시를 노래로 만든 20곡의 연작 성가곡을 선보였으며, 2부에서는 조욱종 신부(부산교구)가 정리한 구약성경 아가서를 가사로 곡을 붙인 ‘사랑의 고백과 아가서의 여인이여’를 연주했다.

수백 명의 관객들이 성전을 가득 메운 이날 공연에는 김남조 시인은 물론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이근배 시인과 회원 이영자(클라우디아) 작곡가, 김후란(크리스티나) 시인을 비롯해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구중서(베네딕토) 문학평론가, 분도출판사 사장 정학근 신부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서울 방배4동본당 성가대와 순교자의 모후 전교수녀회, 성바오로수도회 등은 단체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19곡의 독창곡과 1곡의 합창곡으로 이뤄진 1부 무대에서는 바리톤 김승유(베드로), 테너 정능화, 소프라노 이윤정(요세피나), 메조 소프라노 최승현 등 4명의 솔리스트가 노래했다. 반주는 전혜전(세레나)씨가 맡았다.

2부 무대의 남자 역은 바리톤 이상열(요한), 여자 역은 소프라노 이하연(엘리사벳)이 맡았으며, 데 안젤리스 합창단, 서울 아차산본당 현성룡 성가대, 그린비 남성 합창단, 단미 여성 합창단이 함께 출연했다. 2부 반주자는 김지연(엘리지아)씨였다.

1부 무대의 성가곡들은 한 명의 작곡가가 만든 곡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함이 느껴졌다. 시의 내용에 맞게 박자와 화성을 선택해 시를 감상하는 것과는 또다른 감동을 줬다. 정상급 연주자의 피아노 반주 또한 마치 피아노 독주회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완성도 높은 연주였다.

2부 무대는 칸타타 형식으로 이뤄졌다. 총 68명에 달하는 합창단원들의 웅장한 노래와 두 독창자의 뛰어난 기량이 어우러진 감동의 무대였다.

한편 이날 공연에서는 시와 성경 구절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에 가사 자막을 함께 띄워 청중들의 이해와 집중도를 높였다. 이에 청중들은 공연자들과 자막을 번갈아 보며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성 작곡가는 공연 중간에 “오늘 이 무대는 김남조 시인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한 것도 아니다. (하늘을 가리키며) 하늘에 계신 저 분을 위한 것”이라고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음악회가 열린 압구정동본당 여성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서(클라라·58)씨는 “우리 본당에서 음악발표회를 하게 되고, 김남조 시인께서 직접 와 주셔서 영광이고 매우 기쁘다”며 “특히 아가서를 남·녀 독창자가 서로 노래를 주고받는 부분이 한 편의 뮤지컬과 같은 느낌이었고, 성경으로 이렇게 곡을 만들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 이모저모

◎… 이날 음악회 최고의 스타는 단연 김남조 시인이었다. 김 시인은 정정한 모습으로 서울 압구정동성당을 찾아 늦은 시간임에도 끝까지 공연을 지켜보고, 공연 후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공연을 본 소감을 묻자 김 시인은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좋았습니다”라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절제된 시어만큼이나 절제된 표현이었지만 그 한 마디에 담긴 의미가 크게 느껴졌다. 관객들은 현장에서 악보집을 구입해 김 시인에게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김 시인은 자신의 이름과 함께 ‘반갑습니다’라는 문구를 또박또박 적어주기도.


◎… 공연 후 연회장에서 만난 이대성 소장은 공연을 마친 소감을 묻자 “우리 가톨릭에서도 전통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새로운 노래들이 나와 보다 넓은 성가의 세계를 펼쳐야 한다”며 “솔리스트들이 열 개를 가르치면 열다섯 개를 보여줘서 흡족하다. 연주회에 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장이 이탈리아 로마 유학 시절 알고 지낸 지인들이 본지에 실린 음악회 예고 기사를 보고 공연장을 찾아 반가운 해후가 이뤄지기도 했다.


◎… 솔리스트 중 네 명은 가톨릭 신자라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성가의 깊이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부 무대의 솔리스트였던 소프라노 이윤정(요세피나)씨는 “가톨릭 신자이다 보니 가사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신앙시를 노래하게 돼 영광이었고 따뜻하게 기도하듯이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2부 무대에서 여자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이하연(엘리사벳)씨는 “이번 공연에 참여하기 전에는 사실 아가서를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며 아가서를 다시 읽으면서 솔로몬과 여인의 사랑으로 표현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객석에서는 ‘브라비(Bravi)!’를 외치는 등 환호 소리가 커져 갔고, 많은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볍게 몸을 흔들며 온몸으로 곡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소화(데레사·33·인천교구 강화본당)씨는 “전에도 이대성 작곡가의 연주회장을 수차례 찾았지만 이번 공연은 특히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진행될수록 깊이 빠져들게 되는 공연이라 더욱 여운이 남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구약성경 아가서를 성가로 표현한 데 대해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데 안젤리스 합창단 지도 신부이자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과 교수인 윤종식 신부는 “자칫 잘못하면 남녀 간의 사랑을 담은 노래로 오인될 수 있는 아가서를 성가로 잘 승화시켰다”고 평가하며 “독창뿐 아니라 합창까지 포함해 앞으로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욱종 신부는 “아가서는 곡으로 만들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여태 작곡하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좋은 시도에 맞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사진 성슬기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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