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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하) 가톨릭과 여성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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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상호보완적입니다. 여성의 지도력과 조언 없이 세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속 교황은 여성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교회는 남성과 여성의 ‘상호 보완성’을 엄청난 보물이자 자산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교회 가르침을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 여성의 권리 존중을 응원해 주세요!

“역사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지나친 가부장주의 문화의 짐을 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 54항에서 과거 남성중심 문화에 대해 이같이 지적한다. 이어 교황은 “일부 문화에서 자행되는 수치스러운 여성 할례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평등의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정책 결정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며 “현대 대중 매체에서 여성의 몸을 착취하고 상업화 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고 적었다.

전 세계적으로 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리가 향상됐다지만, 여성이 여전히 열등한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의 배경에 남성중심문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여성에게 바지 착용을 금지했던 조례가 2013년에야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정받으며 폐지됐다. 당시 이 법은 여성이 남성만의 직업 영역에 넘어오는 걸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후 개정을 거쳐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있는 한’, ‘말고삐를 쥐고 있는 한’ 여성의 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물론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이지만 최근까지 조문상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가부장제를 지나온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보다 여성 혐오로 몰아가는 일부 댓글들, 섹시하되 정숙한 소녀이길 요구하는 대중의 시선을 거부했던 한 연예인의 자살까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는 이러한 우리 사회를 두고 “아직 여성에 대한 권리 존중이 자리 잡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유 주교는 10월 27일 서울가톨릭여성복지협의회 창립 30주년 기념미사 강론에서 이같이 말하며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교회가 해야 할 몫이 크다”고 강조했다.


■ 변두리 여성들의 이웃이 돼 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이중으로 가난한 이들’이라고 말하며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 212항에서 “배척과 부당한 대우와 폭력의 상황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흔히 그들의 권리를 수호하지 못하기에 이중으로 가난한 이들”이라고 표현한다.

교회 내 여성복지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빈곤으로 인해 여러 폭력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청소년이 가출을 하면서 성폭력 위험에 처하고, 생계 수단을 위한 성매매 환경에 노출되며 폭력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이종희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는 “빈곤이 여성들을 폭력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상의 변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의 이웃이 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도 성차별이나 권위적인 문화들을 깨뜨리기 쉽지 않다”면서도 “교회가 먼저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남녀 모두 존중 받으며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교회는 지난 30여 년간 폭력 피해 여성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연대해 왔다. 1989년 6월 15일 설립된 서울가톨릭여성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폭력과 빈곤 등으로 억압 받고 소외당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협의회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싸우며, 여성복지에 대한 포괄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위기에 내몰린 여성들을 돕기 위해 연대해 왔다. 현재 협의회 산하에는 24개 단체가 있으며, 가정폭력을 비롯해 가출청소년, 미혼모, 성매매여성, 이주여성 등 다양한 위기에 내몰린 여성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 사랑은 다른 이와 함께 기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폭력 피해 여성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차갑다. 교회 내 여성복지 종사자들은 “교회적 차원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협의회 우정원(제노베파·미리암 이주여성센터장) 회장은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후원금으로만 센터를 운영한다. 우 회장은 1년에 4~5차례 본당에 모금활동을 나가며 이주 여성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 또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다크 초콜릿,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일주일 만에 다크 초콜릿 800개를 반죽하다 손목 인대가 늘어난 적도 있다.

우 회장은 “미사 중 강론 시간에 이주여성들의 안타까운 상담사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미사 끝나고 한 할머니가 옷 속에 있던 쌈짓돈을 주섬주섬 꺼내주셨다”며 “과부의 전 재산을 받은 듯한 마음에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도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 성매매 등 다양한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약자 중의 약자인 폭력 피해자들이 당당한 여성,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톨릭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본당이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친정집’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주여성쉼터를 운영하는 송혜련 수녀(착한목자수녀회)는 우리 사회의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송 수녀는 “여성 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해 손을 놓고 싶을 때도 있다”면서 “거점본당을 중심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점점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오히려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금 계좌 : 우리은행 1005-801-165688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 기간 : 2019년 11월 27일(수)~12월 21일(토)
기부금 영수증 문의 : 02-727-2242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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