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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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9) 제7장 청년사목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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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이하 권고) 제7장 청년사목(상)에서는 보편교회와 한국교회의 청소년사목 흐름을 살펴보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오늘날 청소년사목을 위기라고 진단하는 것은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세대 간 단절이라는 시대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가정사목과 결합을 통한 통합적 사목을 제시했다. 권고 242항에서도 “가족은 젊은이들 동반의 첫 자리가 돼야 한다”며 “청년사목과 가정사목은 서로 협력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년사목(하)에서는 ‘어린이가족 사목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가정과 주일학교의 통합적 사목에 앞장서고 있는 의정부교구 남양주 별내본당(주임 김성길 신부)을 찾았다.


■ 어린이가족 사목협의회

“높은 곳을 향해 주를 찬양~”

여느 어린이 미사와 같이 아이들의 우렁찬 성가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특별한 모습이 더해진다. 엄마가 지휘하고 아빠가 기타 치고 가족들이 함께 성가를 부른다. 별내본당 ‘어린이가족’ 미사에서다.

‘어린이가족’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어린이 미사가 아니라 부모들이 함께하는 가정 미사 개념이다. 주일학교 교리교사의 역할도 부모들이 담당한다.

“이모~ 삼촌~” 아이들이 교리교사 역할을 하는 부모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선생님이 아닌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며 대가족 같은 모습을 띤다.

별내본당 ‘어린이가족 사목협의회’(이하 어사회)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교사회와 자모회, 어린이복사단과 복사자모회 등이 통합된 어사회는 기존 주일학교 교사 혹은 소수 전문가들이 책임지는 신앙교육 방식에서 부모 모두가 공평하게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이른바 ‘품앗이’ 방식의 아동 신앙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기존 주일학교는 교사 한 명이 열 가지 책임을 혼자 졌다면, 어사회는 부모 열 명이 열 개의 짐을 하나씩 나눠지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모습으로 마을공동체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사회는 회장단을 비롯해 행사기획팀, 어린이교육팀, 가정신앙생활지원팀, 전례팀, 성가팀, 어린이자부모팀, 영유아자부모팀으로 나눠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어사회 회장은 사적인 감정과 이익에 치우치지 못하게 어린이 자녀를 두지 않은 외부인사 교우를 영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해부터는 어사회의 형태를 중고등부 주일학교에도 적용해 ‘청소년가족 사목협의회’(이하 청사회)를 출범했다.

오랜 시간을 통해 굳어진 오늘날 주일학교의 형태에서 탈피해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별내본당은 2013년 별내신도시에 신설된 본당이다. 신도시에 설립된 본당 특성상 기존 신자들이 적고 대부분 새로 전입한 교우들이어서 기존 통념과 방식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울러 본당 주임 김성길 신부는 ‘가정과 함께하는 어린이 신앙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검토했고,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오늘날 어사회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어사회 초창기부터 활동한 황종영(스콜라스티카) 어린이·청소년가족분과장은 “특히 아빠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힘이 됐다”며 “자모회가 아닌 자부모회의 이름으로 많은 부분에서 아빠들이 든든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청사회 김현정(엘리사벳) 회장은 “초창기에는 기존 주일학교의 모습과 자부모회의 역할분담 문제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함께하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체계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사회도 청소년기 특성상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사회와 같이 가족 공동체의 모습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신앙

어사회의 교육은 색종이 접기, 중국어 노래 비우기, 화분 심기 등 자부모들의 온전한 재능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즉 양성이 아닌 함께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면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별내본당 어사회 이채원(클라라·예비 중1)양은 “공부하고 교육 받는 시간이 아니라 이모, 삼촌들과 즐겁게 노는 시간 같다”며 “청사회에서도 이런 시간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지훈(프란치스코·예비 중1)군 역시 “어사회를 통해 친구들은 물론 친구 부모님들에게도 친근함이 생겨서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가족 공동체의 형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씨앗이 심어짐과 동시에 부모들의 신앙심도 함께 고취됐다.

별내본당 어사회를 분석한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자녀 덕분에 본당과 신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모 자신의 인생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며 “신앙이 자신의 삶에서 주변적 가치였는데 점차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에서도 공동체 의식이 더 커지고 있고, 가족이 함께하는 신앙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어사회 시행 초기에는 부모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편부모 가정에 있는 아이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공동 양육의 마음으로 이모, 삼촌들이 더 관심을 가지면서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김성길 신부는 “가족해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대상황이 바뀌었다”며 “최초의 신앙 전수자이자 가장 밀접한 교육자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사회와 같이 세대가 통합된 형태가 오늘날 청소년사목에 적절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목자는 영적인 협력자의 역할을 유지해야 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사목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장이 마련될 때 부모와 자녀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를 맞은 오늘날 청소년사목의 대안으로 통합적 사목을 제시했고,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별내본당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청사회 김 회장은 “하지만 지금의 형태는 아직 과정 중에 있다”며 “가장 큰 이상은 현재 어사회 소속 아이들이 청사회에서 활동하고, 졸업 후에는 청년으로서 어사회와 청사회 학생들의 멘토가 돼 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한 가정은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도 무관심하거나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저마다 집을 짓는 데에 필요한 한 장 한 장의 벽돌이기 때문입니다.”(권고 217항)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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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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