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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로사) 신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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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생명윤리 전문가.’ 1월 6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하 정책원)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김명희(로사·59) 원장을 표현한 말이다. 국가 생명윤리 정책을 제시하는 정책원 사무총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전문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김 원장은 행동하는 그리스도를 따라 열심히 생명의 복음을 전파한 가톨릭 생명윤리계 대모이기도 하다. 정책원 원장으로 이제 막 한 달을 지낸 김 원장을 만나 생명윤리 분야 정책의 주요 문제점과 해법, 포부 등을 들었다.


◎ 대담: 장병일 편집국장
◎ 일시: 2020년 2월 7일
◎ 장소: 서울 중구 다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생명윤리 정책은 국가 존립에 꼭 필요하지 않습니까.

▲김명희 원장(이하 김 원장): 네. 생명윤리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안전망입니다. ‘생명윤리’라 하면 과학 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닙니다. 여럿이 모여 사는 사회가 지속가능하고 발전하려면 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 사이에 당연히 도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결국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장 국장: 그럼에도 생명윤리는 여전히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원장: 참 슬픈 현실입니다. 사실 ‘윤리’라는 말 안에는 이미 생명윤리가 들어 있습니다. 윤리(倫理)라는 말은 무리 윤(倫)에 이치 이(理)자로, 무리를 구성하는 개개인은 모두 소중한 생명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명에 대한 이치를 지키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고, 그 탓에 ‘윤리’에 ‘생명’을 붙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연한데도 따로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장 국장: 생명윤리가 연구나 발전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원장: 개인의 성취에만 치우친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윤리에 기반을 두지 않은 연구나 과학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연구자가 윤리적이지 않고, 연구결과가 윤리적이지 않은 연구들은 실질적으로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장 국장: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생명윤리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고 기준을 세우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원장: 그렇습니다. 정책원은 2012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습니다. 2006년 황우석 사태 발생 당시 생명윤리 정책에 대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줄 기관이 없다는 걸 절감한 정부가 시급히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법정책연구소(현 생명의료법연구소)를 지정해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사업이 시작됐고, 그 사업이 점차 커져 2012년 개별 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초기에는 생명윤리 관련 정책 연구를 했지만, 점차 그 외 업무가 많아지면서 2018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됐습니다.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운영,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기관윤리심의위원회) 평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지원, 연명 의료 결정제도 총괄 운영 등을 하고 있습니다.


-장 국장: 논란이 되는 많은 생명윤리 문제들을 접하실 듯 합니다.

▲김 원장: 그렇습니다. 생명윤리 문제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낙태·안락사·장기이식 문제부터 인체조직 이식 문제, 최근의 인공지능·빅 데이터, 유전자 검사·유전자 편집 문제까지. 기술의 발달로 생명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이 늘어나고, 인간에 대한 기술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상 자체가 생명윤리 문제의 집합체라 생각합니다.


-장 국장: 그러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생명윤리 문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 원장: 배아 유전자 편집이나 보조 생식술에 의한 생명에 대한 개입 아닐까 싶습니다. 정책원이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평가사업도 하는 만큼 ‘연구자의 연구 윤리’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자들이 어떤 윤리의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연구 방향이나 그 과정에서의 투명성·진실성들이 좌우되고, 그게 보장돼야 좋은 연구를 통한 결과를 모두가 누릴 수 있습니다.


-장 국장: 우리나라 생명윤리 관련 정책들은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입니까.

▲김 원장: 황우석 사태 이후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생명윤리 분야 정책은 선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고 나면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에 비해 생명윤리에 대한 투자나 관심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장 국장: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어떤 상황인가요.

▲김 원장: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수준 높습니다. 매년 국가생명윤리심의원회가 국제회의 등에 참석하는데, 아시아권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활동하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생명윤리 정책을 연구하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지원하는 정책원이 있어 부럽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내형적으로는 관련 학자나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시스템,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투자 등 많이 부족합니다.


-장 국장: 정부·사회의 관심·지원이 크지 않은데도 활동하는 학자·학생들에게는 감사할 일이군요.

▲김 원장: 그 자체로 고무적입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생명대학원’을 마련해 관심 있는 이들이 학문적으로 성숙하고, 세상에 나가 많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부도 외형적 발전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채울 수 있는 학자들을 양성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 국장: 우리 사회에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 원장: 물질만능주의 때문이라고 봅니다. 욕심은 끝이 없고, 그 욕심을 제어하는 능력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하는데, 가정·학교·사회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물질 외에도 값어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지 못하니,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그것이 인권·생명윤리 의식이 퍼지는 데에 많은 방해가 됩니다.


-장 국장: 원장님께선 본래 ‘의사’로 ‘기득권’을 누리면서 편히 사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요.

▲김 원장: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의사가 되고 나서 ‘나라는 사람이 굉장히 능력이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공부할 땐 책만 열심히 읽으면 됐는데, 막상 의사가 돼 임상 현장에 나가보니 공부가 다가 아니었습니다. 공부한 대로 최선을 다해도 제가 결과를 좌우할 수 없었고, 매일 제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현장에서 의료 혜택이 불공평하게 제공되는 갈등들을 봤고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국장: 그러한 고민 끝에 가톨릭 생명윤리 분야에서도 등불이 돼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김 원장: 생명윤리에 대한 관점을 의사로서, 여성으로서 갖게 된 데에는 오랜 신앙이 녹아 있습니다. 현장에서 환자를 보고 헌혈·장기이식, 인체조직 은행 등의 일을 하면서 의사로서 생명윤리를 고민했고, 여성으로서 생명과학을 바라보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문제의식 속에 제가 갖고 있던 교회 관점이 투영됐을 수 있습니다. 교회 관점은 늘 약자 입장에서 출발하기에, 근본적으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을 수밖에 없고요. 무엇보다 그리스도가 어떤 글이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처럼, 그리스도 정신은 현장에서 늘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장 국장: 생명윤리 확산과 실천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김 원장: 생명윤리가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걸 널리 알려야 합니다. 생명윤리는 삶 그 자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명 관련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그 교육이 어떻게 구현되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제 첫째 딸이 밥상에 놓인 조기를 보고 ‘물고기 시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것처럼 모든 존재를 생명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생겨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가 아닌 함께 라는 것, 너도 나와 같은 생명이라는 걸 인식하는 데에 생명윤리의 출발점이 있습니다.


-장 국장: 생명윤리 정책과 그 운영에 교회의 생명 수호 활동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 원장: 교회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도 필요합니다. 그 고민하는 사람을 키워주고, 그걸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예를 들면 낙태 문제와 관련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한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 갖고 일할 수 있게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해야 하고, “낙태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낙태할 필요가 없게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교회가 이렇게 읍소하고 함께 하는 것은 정말 큰 힘을 발휘합니다. 과거 황우석 사태 때도 신부·주교님이 만나자고 하면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꼼짝없이 만나줬고, 정부나 국회도 가톨릭교회가 큰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해, 두려워합니다. 교회는 “이 정책 마련 안 하면 다음 선거 때 신자들에게 이런 것 안 했다고 얘기해 줄 거야”라고 말하는 등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합니다.


-장 국장: 특히 교회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생명 수호이지 않습니까.

▲김 원장: 네, 사실 교회가 할 일은 되게 많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교회가 양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얘기해왔는데, 모든 교회에 유치원·놀이방을 만들어 아이를 맡아 기르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성당은 평일엔 다 비어있고 어르신들도 많이 계시고, 자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그 절절함을 피부로 느끼지 않아서인지 그 얘기가 교회에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교회에서 유치원들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장 국장: 교회 유치원이 있어야 젊은 부모들이 찾아오는 등 간접선교 효과도 있을 텐데요. 앞으로 정책원 원장으로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실 텐데 포부를 밝혀주신다면요.

▲김 원장: 전문가들이 모여서 선제적으로 생명윤리 문제를 연구하고, 국민들에게 생명윤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생명윤리 자체가 무엇인지 알리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정리·사진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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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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