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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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적 미사 중단, 우리 사회와 신자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

[긴급 좌담] 코로나19 확산, 지금 교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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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우 신부, 윤재선 기자, 주원준 박사, 최대환 신부(왼쪽부터)가 CPBC 본사 스튜디오에서 코로나19 확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천주교회는 처음으로 모든 교구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잠정 중단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신자는 물론 사제와 수도자들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교회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신천지 신자의 확진 판정을 기점으로 잠잠해지던 코로나19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신천지뿐만 아니라 종교 자체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러한 때에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가톨릭교회는 이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9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코로나19 확산, 지금 교회는?’을 주제로 긴급 좌담을 열었다. 윤재선(레오)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박정우(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ㆍ최대환(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지성교육 담당) 신부,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박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세 패널은 한목소리로 “위기 상황이지만 차분하게 대응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의 삶과 신앙, 환경 문제를 깊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 좌담 내용을 정리했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도재진 기자 djj1223@cpbc.co.kr




▲윤재선 기자(이하 윤 기자)=코로나19 확산 사태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박정우 신부(이하 박 신부)=사스와 메르스 등 감염병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국민 일상에 영향을 끼친 적은 없었다. 가톨릭교회에선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도 중단됐다. 사제로서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해낸 경험이 있기에 이번 사태도 잘 극복해 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최대한 신부(이하 최 신부)=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많은 환자와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방역과 치료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 미사가 중단되면서 신앙의 본질, 교회가 세상에서 존재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힘겹고 어려운 시기지만, 교회가 줄 수 있는 희망이 무엇인지 깨닫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윤 기자=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주원준 박사(이하 주 박사)=전국 교구장님들께선 미사 중단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보여주셨다. 가톨릭교회가 공적인 미사를 중단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인 걸 알기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으론 평신도로서 이런 시국에 일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최 신부=대구대교구를 시작으로 각 교구에서 내린 미사 중단은 고뇌에 찬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속히 이뤄졌다. 언론과 여론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신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신자와 함께하는 미사만 중단된 것이다. 사제들은 매일 미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이례적인 상황임엔 틀림없다.

박 신부=미사 중단은 신자들에겐 충격적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박해시대 때에도 신자들은 순교하는 마음으로 숨어 지내며 미사를 봉헌했다. 하지만 모여서 병을 퍼트리고 공동체에 해가 된다면 힘들더라도 미사를 중단해야 한다. 이것이 공동선을 위해 배려하는 신앙인의 자세다.



▲윤 기자=주일 미사 참여 대신 신자들은 대송(묵주기도 5단 바치기, 해당 주일의 복음과 독서 말씀 읽고 묵상하기, 작은 희생과 봉사활동 하기)을 해야 한다. 가톨릭평화방송에선 TV, 라디오, 유튜브로 매일 미사를 방송하고 있다. 미사 시청이 대송을 대신할 수 있나.

최 신부=미사를 TV로 볼 땐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평소 주일 미사 하듯이 경건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방송 미사를 시청하면 좋겠다. 말씀 봉독과 강론을 잘 듣고 새긴다면 충분히 대송의 요건을 갖춘다고 생각한다. 방송 미사로 주일을 경건하게 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박 신부=방송 미사에 말씀의 전례 부분이 있으니 대송이 충분히 될 수 있다. 다만, 영성체를 직접 할 순 없지만 신령성체라는 것이 있다.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기도하면 영성체 은총을 얻을 수 있다.

주 박사=지난 주일 아이들과 함께 대송을 했다. 유튜브로 중계되는 미사도 시청했다. 미사만 집에서 할 뿐 혼자 미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시간에 하느님 백성과 우리 교회가 같이 미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윤 기자=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병폐도 짚어봐야겠다. 특정 지역과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 불신과 배척의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우려가 크다.

주 박사=전염병 자체보다 전염병과 관련된 공포의 확산이 더 무섭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인종과 국적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 이름 짓기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우한 바이러스, 우한 폐렴, TK(대구, 경북) 폐렴이라는 말을 써선 안 된다. 교회나 언론은 책임감 있게 이번 바이러스 이름을 코로나19로 써야 한다.

박 신부=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존중한다. 타 종교를 비난하지 않고 대화하며 이해하는 가운데 타 종교와 인류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협력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신천지를 우리가 존중해야 할 타 종교로 바라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신천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종교의 자유를 떠나 신천지는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비윤리적 단체로 보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윤 기자= 신천지 사태를 보며 가톨릭교회가 반성하고 성찰할 점은 없는가.

최 신부=종교가 지닌 여러 역할 중 하나가 진리와 선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또 종교가 메시지를 선포할 때 힘을 가지려면 투명성, 사회 공동선을 위한 헌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신천지는 이런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가톨릭교회도 이런 요소들이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한다.

박 신부=교회는 복음의 가치관에 따라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며 구원으로 이끄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자기 교회만을 생각하면 안 되지만 유혹은 늘 있다. 신천지는 그런 유혹에 빠져 지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자들끼리 교회 안에서만 친교를 나누고, 자기의 복만 구하는 기복적 신앙이 돼서는 안 된다.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봉사하고, 공동체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더 큰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교회가 되도록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주 박사=종교 집회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아주 좋은 조건이다. 그렇기에 정부도 종교계가 집회나 미사, 법회를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권고했고 사회적 압력도 높았다. 그럼에도 신천지와 일부 교회는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일들로 교회는 이성이 좀 모자란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현대 사회는 점점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교회가 공동선과 사회 공동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 신천지로 빠지는 청년들이 많은데, 우리 교회가 청년들에게 신앙과 교회를 위해 불타오를 기회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윤 기자=가짜 뉴스 확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최 신부=이 문제야말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이 시대에 기여할 부분이다. 가짜 뉴스는 특히 사람들 사이에 혐오를 부추기고, 신뢰를 깨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런 뉴스가 나돌 때 신자들은 서로를 연대하게 해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신앙인들이 신앙을 증거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박 신부=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나 사람이 믿을만한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그 매체와 사람이 걸어온 길, 보도해온 역사를 보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누구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가짜 뉴스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대형 언론도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경우도 많다. 매체와 정보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며 식별력을 키워야 한다.
 

 

▲윤 기자=4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민심을 호도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현 시국에서 위정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있다면.
 

주 박사=질병은 종교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인과 방역 당국이 제일 앞에 서 있다. 그다음에 국민과 모든 종교인이 합심하고 있다. 이 기회를 틈타 상대를 흔들려 하고, 자기 정치적 이해를 극대화하는 일은 양심에도 맞지 않고, 교회 가르침에도 어긋난다. 우리는 일상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누가 진짜로 노력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나중에 정치적 결과로 나타나, 민주주의가 잘 작동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코로나19 여파로 미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명동대성당을 찾은 몇몇 신자들이 띄엄띄엄 앉아 기도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윤 기자=신자들은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까.
 

최 신부=사랑은 두려움을 이긴다. 공포라는 도전 앞에 하느님 백성인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을 모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얻게 되는 희망의 열매를 체험하면 좋겠다. 어수선하게 시작한 사순 시기지만, 그 어느 해보다 값진 신앙 은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주 박사=가톨릭교회는 피정을 통해 쉬어가는 시간을 제공한다. 일상의 바쁨 속에서 한 번 숨을 멈추고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이번 사태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참다운 사순의 의미를 생각하면 좋겠다.
 

박 신부=하느님께서 우리를 돌봐주실 거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성경에 보면 하느님께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제사는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가 아니었다. 자비이고 정의이고, 공정이었다. 사회적 약자인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지켜주고 돌보는 일이었다. 미사에 참여하지 못해 허전하고 허탈한 마음이 드는 신자가 많을 것이다. 일상 안에서 약자를 돌보고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는 일은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이 시기에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합당한 봉헌이 될 것이다.

 

▲윤 기자=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 시사점은 무엇일까.
 

최 신부=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니 역설적으로 미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또 가톨릭교회가 SNS를 활용해 영적 서비스를 하는 데 적극 나서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중단하는 결정을 통해 교회가 지닌 공공성이 주목받게 됐다. 제도 교회의 역할은 사회적 공공성, 합리성을 교회 신앙의 신비 안에서 소화하고 시대에 적응하며 접점을 찾는 데 있다. 이번에 굉장히 좋은 모범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투명성, 합리성을 고양해 가면서 교회 본질이 가진 신앙의 신비를 잘 살려야 한다.
 

박 신부=코로나19는 생태계 파괴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19의 기원이 박쥐에 있다는데, 박쥐에 있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까지 오게 됐을까. 결국,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고, 자연이 파괴되다 보니 인간과 박쥐 바이러스가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바이러스 전파 원인이 인간의 욕심,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있다는 걸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 기자=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주 박사=성경엔 역병, 나병 등 질병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예수님과 사도들은 질병에 걸린 이들을 많이 고쳐줬다. 역병이 이긴 적은 없었다. 결국, 하느님이 이기시고 역병은 물러갈 뿐이다. 역병을 물리치고 사람을 살리는 편엔 늘 교회가 있고 하느님이 계셨다. 이걸 제일 잘 보여주신 분이 예수님이시다. 결국, 우리 종교는 희망의 종교다. 이런 때일수록 희망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하느님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 열왕기 하권 5장에 아람 사람 나아만의 얘기가 나온다. 이방인에다 나병에 걸렸지만, 이스라엘에서 치유됐다. 그러면서 믿음을 새롭게 고백했다. 우리가 이 시기를 하느님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공포에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최 신부=미사 중단을 사회적 의무에 밀려서 결정하고 신자를 위한 방어적 행위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일종의 애덕의 문제다. 교회 본질을 실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회의 요청에 교회가 응답한 것이다.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더 마음을 열고 투신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사랑을 실천하는 이는 두려움에 져서는 안 된다. 시대마다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사회에 기여할 요소를 찾아야 한다.
 

박 신부=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시고, 그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단련하도록 이끄신다. 어려운 시기지만 여러 좋은 면도 보인다.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한 각계각층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곳곳에서 편견과 차별을 조심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동체성, 연대와 사랑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선으로 이끄신다. 각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마음을 모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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