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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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특집]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영상미사 강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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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모든 교구가 신자들과 함께 봉헌하는 미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에 일부 교구에서는 각 가정에서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 하는 신자들을 위해 유튜브를 통해 영상미사를 중계했다. 이번 호에는 대구·경북(일부) 지역을 관할하는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강론(사순 제1주일)을 싣는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집중되면서 현재 대구·경북은 그 어느 지역보다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조 대주교는 이날 강론에서 “이 전염병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믿고 기도한다”며 생업을 뒤로 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간 의료진들, 자신들이 사용할 마스크를 이주민들을 위해 보낸 이들 등이 보인 아름다운 모습 덕분에 우리 사회가 지탱되고 성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한낱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 앞에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와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며 “사순 시기는 이렇게 인간의 한계성을 깨닫고 오만을 버리고 우리 삶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돌아가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찬미예수님.

교형자매 여러분, 다들 안녕하신지요?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하십니까?’라는 우리 전통의 인사말입니다만, 오늘 미사 강론을 시작하면서 이런 인사말을 교우 여러분들에게 하려고 하니 조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온 나라가 난리이고, 특히 우리 교구가 있는 대구와 경북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우 분들은 오늘이 주일인데도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시고 집에서 지내야 하니 안쓰럽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것이 지난 1월 20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에 첫 번째 확진자(31번 환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 2월 18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 날 19일에 대구에서 갑자기 확진자 10여 명이 발생하였다는 뉴스를 접하고 순간적으로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몇몇 신부님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그날 오후에 코로나19에 대한 교구의 긴급 지침을 발표하였던 것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으로 전염되기에 가능한 한 사람들이 만나지 않고 한 장소에 모이지 않는 것이 상책인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구·경북에서는 31번 환자가 확진을 받고 난 후로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 불과 열흘 만에 1000명(3월 3일 0시 현재 4285명)을 훨씬 넘어서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튼 더 이상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돌아가시는 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이 전염병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믿고 기도드립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으시는 환자분들과, 이분들을 밤낮으로 돌보시는 의료진들, 그리고 방역에 힘쓰시는 수많은 분들에게 이 기회에 특별히 감사를 드리며 기도드립니다. 대구시 의사회에서 도와달라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생업을 뒤로 하고 당장 달려왔다는 의료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사회가 지탱하고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대구가 특별히 어렵다고 하여 여러 교구의 주교님들께서 격려의 전화를 주셨고, 또 실제로 도와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교구 이주사목부장 이관홍 신부님이 관내 이주민들을 위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하여 도움을 청했더니 많은 교구와 단체, 수도회에서 자신들이 사용할 마스크를 보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고 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교우 여러분들은 지난 재의 수요일에도 성당에 가지 못하셨을 것이며, 또한 머리에 재도 받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날 저는 이곳 교구청 사제관 경당에서 교구청에 근무하시는 신부님들과 함께 모두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드렸으며 머리에 재를 받았습니다. 그날 머리에 재를 받으면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씀이 특별히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한낱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 앞에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번 사태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의 한계와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던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이렇게 인간의 한계성을 깨닫고 오만을 버리고 우리 삶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돌아가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를 참회와 보속의 시기이면서 은총의 시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오늘 성경말씀의 주제는 ‘유혹’에 관한 것입니다. 제1독서인 창세기 말씀은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가 어떻게 유혹에 넘어가고 죄를 짓게 되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마태 4,1-11)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신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유혹자는 세상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유혹자는 우리 마음 안에까지 들어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같이 기도합니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하고 말입니다.

유혹자는 서투른 방법으로 유혹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우리가 듣기 좋은 소리로 유혹합니다. 뱀은 하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된다.”(창세 3,4-5) 얼마나 듣기 좋은 말입니까!

하와가 그 나무 열매를 쳐다보니 먹음직하고 탐스럽게 보였습니다. 왕관 모양을 한 ‘코로나’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혹자는 우리를 유혹하는 것입니다.

유혹자는 성경말씀으로도 유혹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유혹했던 악마도 그렇게 하였습니다.

2000여 년 그리스도교 역사에 있어서 수많은 이단들과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수많은 이단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럴듯한 말들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성경말씀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기 생각을 하느님의 뜻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교묘한 말로 주입시킵니다. 그래서 수많은 불쌍한 영혼들이 유혹자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주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어 하느님처럼 행동하는 한 사람의 죄악이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하여 수없이 보아왔던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지금도 이 땅에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깨어있도록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악마의 유혹 앞에 한 치 스스럼없이 단호하였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10)

우리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늘 기도하면서 유혹자 앞에 “아니오!”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이번 사태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희망을 가집시다.

‘사순 시기’는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지금 이 시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참회와 보속의 시간으로 잘 지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이 시기는 바로 은총의 시간이 될 것이며, 머지않아 희망과 기쁨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멘.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기도문
(서울대교구장 인준 2020.2.26.)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과 불안 속에 있는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어려움 속에서도 내적 평화를 잃지 않고
기도하도록 지켜주시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코로나19’ 감염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내려주시고,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과 가족들을 축복하여 주십시오.
또한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을 받아주시고,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십시오.

국가 지도자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더해주시고,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투신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보호해주십시오.
특별히 이런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저희가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저희 모두가
생명과 이웃의 존엄,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하시고
배려와 돌봄으로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은총 내려주시길 간구합니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님과 함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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