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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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특집]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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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회적 불행의 와중에 종교와 종교인들은 항상 사람들의 피난처이자 지지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과정에서는 일부 종교와 종교인들이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앙 속에서, 종교와 종교인들의 의미와 역할을 생각해 본다.


■ 달라진 주일 풍경

주말이면 미사 참례자들로 붐비던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사순 제1주일인 3월 1일 성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시간마다 봉헌되던 미사는 모두 중지됐다. 개별적으로 성당을 찾은 몇 명의 신자들이 그나마 휑한 성당을 지켰다. 3월 13일까지 미사가 중단됐지만 이후에도 어떨지 장담은 할 수 없다. 전국의 모든 성당들도 문이 닫혔다.

다른 종교 시설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일까지 법회를 열지 않는다. 조계사에서는 일요일마다 1000여 명씩 참가하는 법회가 열렸지만, 이날은 소규모 인원만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원불교도 교단 내 전 교당과 기관에서 2월 27일부터 3월 8일까지 대중 법회를 모두 중단했다.

개신교의 경우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중단했다. 하지만 개교회 성격이 강한 개신교 교회들 중에는 여전히 주일 현장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들이 없지 않다. 어쨌든, 토요일 오후부터 주일 저녁까지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종교 활동은 코로나19로 인해 적어도 당분간은 ‘올스톱’이다.


■ 코로나 확산에 기여한 종교 집회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냉정하게 말해서, 종교 활동에 크게 기인한다.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40일 만에 누적 환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섰고, 3월 2일 4212명을 기록했다. 당분간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3월 1일 오후 4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586명, 그 중 대구 지역의 신규 확진자가 469명, 그리고 그 중 73가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다. 전국에 걸친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이미 2000명을 넘었다.

이처럼 신천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확진자 발생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다. 다른 종파보다 긴 예배 시간, 좁은 공간에서의 밀집도, 격렬하고 잦은 찬양, 거기에 비밀스런 모임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종교 활동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이뤄지는 경향과 관련해 정부와 방역 당국은 여러 차례 각 종교와 종교인들의 협조를 당부해 왔다. 이에 공감한 종교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중 집회를 제한하고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 엇나간 종교 자유

개신교계 역시 영락교회, 충현교회, 사랑의 교회, 금란교회, 소망교회 등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이 잠정적으로 현장 예배를 중단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의 경우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3월 1일,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는 체온을 잰 뒤 원하는 신도들을 중심으로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구 임마누엘 교회는 4차례 주일예배를 진행했다.

특히 광화문 집회가 금지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같은 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주일 연합예배를 강행했다. 6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 집회에서는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성결교회 역시 주일예배를 강행했다. 이제는 마스크는 쓰지만, 2월 말까지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수천 명이 모이는 집회를 해 왔다.

이처럼 이미 코로나19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천지 이외에도, 일부 대형 교회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대중 집회가 이어짐에 따라, 이들 집회가 새로운 질병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일었다.


■ 상식을 지키시는 하느님

신천지 이만희 교주는 최근 ‘특별편지’라는 이름으로 신천지 하부 조직과 신도들에게 코로나19 사태를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환난이라며 “참고 견디라”고 말했다. 이러한 신천지 측의 태도와 조치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만희 교주를 ‘살인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했다.

신천지에 대한 비난과 종교 활동 자제 요청은 종교 자유의 억압인가? 적어도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종교 집회 자제와 중지 요청은 상식 차원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믿음의 힘으로 감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상식이 아니며, 하느님의 초월성에 해당하지도 않는, 몰상식에 속한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감염 기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외면하고 신의 계시에 기대며, 의학과 과학의 상식적인 방법을 도외시하는 ‘몰상식’의 태도는 질병 확산 위기를 심화시킨다.

하느님은 초월적이지만 상식을 존중한다. 애당초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존중하기에, 질병에 직면해 기도 중에 예방을 철저히 하고, 현대 의료 기술을 신뢰하며, 공동체적인 방침과 노력을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 상식을 외면하는 이들에 대한 주의와 경계, 공동선을 위한 바른 지적 역시 상식 선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재앙 앞에 선 신앙인의 자세

압도적인 재앙 앞에 선 신앙인이 지양해야 할 태도 중 하나는 그 재앙을 하느님의 분노와 징벌로 여기는 자세다.

중세교회에서 역병을 하느님의 진노와 심판으로 주장한 교회는, 속죄를 위해 사람들을 모은 기도회를 통해서 오히려 병을 더 확산시켰다. 인간은 하느님의 징계를 거역할 수 없었고, 그런 태도는 병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앗아갔다.

더욱이 성경은 하느님의 분노에 직면해 자신의 죄를 회개하라고 설파하지만, 흑사병의 와중에 교회는 이교도와 유다인, 믿지 않는 이들을 원흉으로 지목하곤 했다. 이러한 태도는 질병의 퇴치는커녕 타인에 대한 혐오를 자아냈다.

신앙인이 지양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 태도는 바로 이 혐오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우리는 중국인이나 대구시민들에 대한, 자칫 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태도와 발언을 목격하곤 한다. 전국 각 교구장 주교들의 담화문은 이 점을 심각하게 여기고 지적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남의 잘못을 탓하거나… 확진자와 감염 의심자들에 대한 혐오 대열에 동참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역시 ‘지나친 위기의식과 공포심의 조장’을 경계하면서 ‘타인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과 혐오 바이러스의 심리적 증식’을 우려했다. 강 주교는 “혐오는 차별을 가져오고 차별은 폭력으로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신앙인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이 시기는 특별히 사순 시기다. 질병의 확산을 함부로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대신에,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대신에,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자세, 이웃의 고통과 고난을 나의 것으로 여기는 자선과 긍휼의 자세를 성숙시켜 나아가야 하는 시기다. 특별히, 사회적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곤 하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나눔이 절실하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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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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