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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바이러스, 자연 파괴하는 인간에게 보내는 ‘레드카드’

[코로나19 특별대담] 자연의 역습,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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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역습,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코로나19 특별대담에서 패널들이 신종 감염병 발생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화 신부, 박혜진 아나운서, 이상윤 위원, 신남식 교수.



코로나19 확산에 전 세계가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신종 바이러스는 계속 등장했다. 코로나19 발생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의 원인은 대부분 야생동물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 원인은 기후 변화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 환경 파괴가 불러온 기후 변화가 결국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평화방송은 코로나19 특별대담을 마련하고 ‘자연의 역습, 바이러스’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혜진(안젤라) 아나운서의 사회로 김종화(작은형제회,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신부, 서울대 수의대 신남식(스테파노, 야생동물질병학) 교수, 이상윤(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박혜진 아나운서(이하 사회) : 코로나19 상황이 제2차 세계 대전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상윤 위원(이하 이 위원) :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다. 건강이나 생명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분야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모두를 공포와 불안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힘들다.

신남식 교수(이하 신 교수) :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라 대처하기 힘든 면이 많다.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조속히 종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종화 신부(이하 김 신부) :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선포됐다. 많은 이가 ‘공동의 집’(지구)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 사태가 빨리 종식되고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사회 : 과학자나 전문가들은 감염병의 근본 원인을 기후 변화에서 찾는 목소리가 높다.


김 신부 : 기후와 날씨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날씨는 하루하루의 변화다. 기후는 30년 이상, 장기적인 날씨의 변화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약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1℃ 정도 상승했다. 과거 1만 년간 지구 온도는 1℃ 이상 변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기후 변화보다는 기후 위기, 기후 비상상황이라 부르는 상황이 됐다. 더 나아가 기후 붕괴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회 : 기후 위기가 근본적으로 감염병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김 신부 :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화석 연료다. 석유, 석탄, 가스를 통해 전기를 만들고 일상을 유지한다. 그러나 화석 연료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자원이다. 계속 이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자연 보존 지역까지 들어가 개발을 하고 있다. 동식물 삶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계속 자연을 침범하면 바이러스 사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불편한 진실이기에 알고는 있지만 나서서 말하기 쉽지 않다. 우리 삶의 모든 패턴을 바꿔야 하는 문명의 전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 : 기후 변화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줄어드는 현상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기후 변화와 온난화로 습지가 없어지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선이 침식되고 있다.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해양 생물 생태계도 변화 중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 개발에 의한 서식지 감소보다 더 큰 문제다.



사회 : 개발보다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서식지가 문제라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신 교수 :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얼마큼 소실되는지 수치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줄어드는 것은 야생동물이 사는 삼림이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따진다.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선 벌목이 마구잡이로 이뤄진다. 무분별한 개발로 1년에 축구장 40~50만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사라진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8월 발생한 산불로 아마존 지역 3만㎢가 피해를 봤다. 축구장 400만 개 규모 삼림이 사라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삼림 훼손이 심각한데 기후변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훼손이 더해지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서식지 감소가 이뤄질 것이다.



사회 : 기후 변화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듯하다.

이 위원 :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기후 변화의 확실한 사실은 지구 온도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온도가 상승하면 첫 번째 수온에 변화가 생긴다. 강물 등엔 세균이 많이 사는데 수온이 높아지면 세균도 증가한다. 두 번째로 기후 변화로 가뭄과 홍수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이 증가한다. 홍수가 나면 물속에 증가한 세균이 인간에게 넘어오게 된다. 인간이 수인성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 번째로 바이러스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병을 전파한다. 모기, 진드기, 조류, 야생동물 등이 모두 매개체다. 박쥐와 같은 조류와 야생동물은 그동안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삼림 파괴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났고 그로 인해 감염병이 증가하는 현실이다.



사회 : 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른 종이다. 종간 장벽으로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쉽게 넘나들 수 없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이 생기는 것인가.

이 위원 : 코로나19가 어디서 왔는지 아직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추정하기에는 동물에서 유래해 사람에게 들어왔다가 바이러스가 변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 바이러스는 동물한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들어와도 한 사람만 감염시키면 문제가 안 되는데, 변이가 일어나서 사람과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게 문제다.

신 교수 : 미생물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한다. 변이된 미생물이 새로운 숙주를 찾아 그곳에 적응하면 감염이 일어난다. 변이 과정을 거치기에 종간 장벽을 허물고 넘나들 수 있다.






사회 : 인수공통감염병이 과거와 비교해서 증가했다고 보는지. 일반 감염병보다 인수공통감염병이 더 대응하기 어려운지도 궁금하다.

이 위원 : 신종 감염병 중 60~75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된 사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도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 신종 감염병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모르고,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두려운 대상이다.

신 교수 : 일반 감염병과 비교해 볼 때 인수공통감염병이 더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수공통감염병도 바이러스에 따라 다르다. 병원성이 약해서 사람이 감염되더라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유형이 여러 가지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은 매우 강하지만 병원성은 비교적 약하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신종이라 특성을 모른다는 점이다. 치료나 예방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회 :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해 온 결과를 체감하고 있다.

김 신부 : 그렇기에 기후행동은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통해 우리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 문제에 관해서는 과학자들 의견을 들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신앙과 이성, 과학과 종교적 신념을 함께 가지고 가야 할 것을 가르쳐 왔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온도 1.5℃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강력히 얘기하고 있다. 지금은 지구 평균 기온이 1℃ 상승한 상황이다.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신 교수 : 야생동물 서식지는 인간 개발 욕구로 계속해서 침범당할 것이다. 주택과 상업시설을 세우고, 도로와 철도를 개설하면서 동식물 서식지는 많이 줄어들었다. 살 곳이 없어지니 야생동물은 먹이가 부족해 인간 서식지로 내려온다. 그러면서 경작지와 농경지를 해친다.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이동하던 도중 인간과 충돌하기도 한다. 인간이 동물 서식지를 침범해서 생긴 결과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은 동물 보호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동물과 인간의 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인간 생활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 : 인간의 이기심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건 먹는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이 위원 : 동물과 인간의 접촉면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데, 야생동물의 식용화도 주요 이유다. 또 과도한 육식 문화는 공장식 축산 문화를 가져왔다. 동물, 가축과 인간의 접촉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 교수 : 야생동물 식용은 세계 각국에서 금지 조치를 취하고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그렇지만 여전히 야생동물을 먹는 이들이 있다. 고유 음식이라는 이유로 찾거나 근거 없는 전통 약재로 쓰기도 한다. 일부 오지 여행상품에는 야생동물 식용 체험도 있다고 한다. 식용뿐만 아니라 장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야생동물과 접촉한다.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 호랑이 모피 등이 그 예다.

김 신부 : 육식을 끊을 수 없다면 줄이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1kg 소고기를 얻기 위해선 콩 30kg, 곡물 30kg이 필요하다. 소가 먹는 사료를 키우기 위해 많은 화학비료가 사용된다. 소에서 나오는 분뇨도 문제다. 축산업을 공장식으로 하지 않고 정의롭게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 : 종합적으로 보면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역습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신 교수 :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자연에 무분별하게 접근하고 환경을 훼손한 원인이 가장 크다. 밀림 속 야생동물과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만 있던 감염병이 환경 파괴로 노출됐다. 그런 병원체에 면역이 없는 사람이 감염되고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문제가 됐다. 인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김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키워드는 지구라는 공동의 집이다. 집의 어원은 오이코스(oikos)라는 그리스어다.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도 집이라는 그리스어 오이코스다. 이익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제 현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간은 공동의 집을 잘 관리하고 다스리며 돌보는 청지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 :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까.

김 신부 : 기후행동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로 시작했고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9월 시작했다. 많은 기후과학자가 우리 일상과 생활에 급격한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을 막지 못하면 지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지금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온실가스를 15 정도 줄여야 한다.

이 위원 : 기후 변화로 인한 감염병 증가는 여러 문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 급진적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이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많은 이가 예측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만 보더라도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가 생겨났다. 그 주기가 점점 당겨지고 감염병도 다양해지고 있다. 감염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사회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신 교수 : 기후 변화로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더 확산하고 유행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철새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고, 새로운 신종 매개체가 생겨 동물 이동통로에 묻어 사람에게 들어올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될수록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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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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