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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의정부교구 중산본당 민족화해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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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가명)씨가 이번 달에는 세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 함께 환영해 줘야겠네요!”

“평양에서 교수였던 신동욱(가명) 형제님이 배우자를 만났어요. 옆 본당 구역장 자매님이라고 하네요. 머지않아 혼인성사를 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축하할 일이네요!”

5월 9일 오전 의정부교구 고양 중산본당(주임 신중호 신부) 민족화해분과(분과장 김동춘) 회원들이 회합에서 열띤 토론과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중산본당 민족화해분과는 매달 둘째 토요일 오전 10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회합을 갖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3달여 만에 모인 회원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소식들을 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앞서, 담당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근황을 먼저 공유했다. 중산본당 민족화해분과 회원들은 북한이탈주민 정착도우미로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 내려온 북한이탈주민은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은 후 하나원에서 3개월간 한국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하나원 교육을 수료하면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인 하나센터로 연계되는데 정착도우미의 역할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김동춘(마태오) 민족화해분과장은 “북한이탈주민이 처음 접촉하는 민간인이 바로 정착도우미”라며 “주민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소개받고 전입신고부터 기초생활수급 신청, 핸드폰 개통 등 정착을 위한 기본적인 일들을 함께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정착도우미 활동 의무기간은 6개월이지만 상황에 따라 몇 년씩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중산본당 민족화해분과 회원들은 2018년부터 경기서북부하나센터와 연계해 정착도우미로 활동 중이다. 앞서 2013년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위해 ‘늘품’ 활동가 모임을 시작한 중산본당은 2018년 교구장 이기헌 주교의 원의로 교구 내 본당에 민족화해분과가 생기면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현재는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정착도우미 중 중산본당 민족화해분과 회원들 수가 가장 많다. 10명의 회원이 지금까지 200명 가까운 북한이탈주민들과 동반했다.

하지만 사상과 문화 등 좁혀지기 힘든 여러 환경에서 자란 북한이탈주민들과 소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본당 민족화해분과 위미라(아가타)씨는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갔는데 그분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놓지 않았고 정부에서 붙여 준 감시자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끈을 놓지 않고 봉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희(보나)씨는 “개신교 정착도우미들은 필수적으로 전교를 하지만 우리는 종교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며 “그러던 어느 날 2년 정도 담당한 북한이탈주민이 ‘선생님 성당 나가시죠? 저도 성당 나가고 싶어요’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그때 그동안의 인내가 모두 보상 받을 만큼 기뻤다”고 밝혔다.

선희정(가브리엘라)씨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면서 우리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접목하려고 하면 견디기 힘든 경우들이 많지만, 반면 그분들을 통해 내가 다듬어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기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그분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렇듯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조건 없는 봉사에 곱지 않은 시선들도 있다. 김 분과장은 “세금과 밥만 축내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왜 도와 주냐고 비판하는 교우들도 있는데 북한이탈주민들 역시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고, 또 한국에 빨리 정착할수록 그만큼 자기의 몫을 소화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바라보기만 하면 이들의 자립은 늦어지고 더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당 주임 신중호 신부는 “부임한 지 2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민족화해분과의 활발한 활동을 보고 놀랐다”면서 “지금껏 해오던 것처럼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북한이탈주민을 우리의 가족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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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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