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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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4)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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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라 대학교 신학부 윤리신학 교수인 리사 풀람 교수(Lisa Fullam)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떨쳐나가기 시작하던 4월 1일, 미국의 예수회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교회 공동체는 이미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가 교회에 미친 영향은 일종의 강생의 역설이다. 한편으로 교회 공동체는 덜 물리적으로 변화된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더 물리적이고 더욱 깊이 강생의 신비를 구현했다.”



■ 팬데믹의 영향, 강생의 역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한편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는 “소박한 포옹, 친구와 나누는 차 한 잔, 교회에 모여 친교를 나누는 일은 무한정 연기됐고 사제들은 텅 빈 성당에서 웹으로 신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성사의 깊은 물리적 체험은 결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배우자와 가족, 이웃 등 소규모 공동체 안에서의 물리적 친교와 일치의 수준은 더욱 강화됐다”며 “격리된 친구들과 나누는 가상의 만찬은, 단지 전화 한 통 이상의 의미를 갖는 빵 나눔의 친교가 됐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가져온 강제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를 강화한 반면, 가상공간의 수단을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더 폭넓고 깊은 친교와 일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신도 신학연구소인 우리신학연구소(소장 이미영)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코로나19 시기에 신자들은 “신앙/교회공동체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인식했다”는 응답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본당 공동체의 구성원의 안부가 궁금했고, 위기 극복을 위한 기도를 함께 바쳤으며, 신자들과 자주 연락하며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고, 나눔과 사랑 실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거룩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성당과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신자들은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를 적잖이 그리워하고 목말라했다.

팬데믹 현상은 분명히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것이 반드시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를 근본적이고 결정적으로 위협한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기존의 공동체의 운영, 친교와 일치의 양상과 똑같으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 교회 공동체의 확장

우선, 물리적 ‘거리두기’가 전통적인 교회 공동체의 구성과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한 우려는 아주 명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4월 29일자 서한 ‘코로나 이후 교회는 어디로?’에서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강 주교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공동체’”라며 “사도들이 주님과 함께 맺은 ‘절친’은 항상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의 상징인 식탁에서, 성사와 빵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홍보수단을 통해서 이뤄지는 종교적 소통은 그 자체가 교회는 아니라고 주지시켰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하여 잠시 공동체를 떠나 개인적인 신심생활이나 기도생활로 하느님께 나아갔던 이들도 서둘러 공동체에 복귀할 것”을 당부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과 교수 윤종식 신부는 전례와 성사, 공동체에 대한 전통적인 가르침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윤 신부는 “전통적으로 그 범주가 정해져 있는 ‘신앙인’이라는 개념이 더 확장될 수 있다”며 교회가 과연 전통적 범주에 속하지 않는,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신앙인’에 대해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했다. 윤 신부는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미사가 신앙생활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현상이 대중화될 가능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신자는 누구인가?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6월 1일 우리신학연구소가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워크샵에서 “본당 밖에서의 사회 참여, 봉사를 신앙생활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일상의 신앙실천이 무엇인지 모르게 만들었다”며 “각자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서 복음적 삶을 사는 것”을 강조했다. 이 수녀는 자신의 신앙을 교회 안으로만 한정하고, 성당 밖에서는 세속의 사람처럼 살지 않았는지 반문한 뒤, “미사를 드리고 교무금을 내는 사람만을 가톨릭 신자로 볼 것이 아니라, 가톨릭 정신으로 사는 이가 스스로 신자라고 한다면 그는 가톨릭 신자”라며, 신자의 범위를 넓게 볼 것을 강조했다.

물리적으로 함께하며 전례와 성사에 함께 참여하는 제자들이 교회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은 분명 교회의 전통에 따른 가르침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되풀이될 팬데믹의 영향이 공동체와 공동체 활동에 물리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자아낼 때, 공동체의 범주와 조건이 그대로여서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교회 공동체의 범주와 개념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과 새롭게 대두되는, 확장된 공동체의 범주에 대해서, 교회는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들어섰다.


■ 우리 시대의 갈릴래아는 어디에?

코로나19 시기 이후, 교회는 신앙과 신앙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와 성사 중심의 신앙생활은 가톨릭 신앙의 요체로서 간직되겠으나, 일상적 신앙실천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며, 이와 병행하여 신앙인의 범주 역시 좀 더 확장될 것으로 여겨진다.

병든 세계 속 ‘텅 빈 교회’는 하느님의 표징이며 호소라며, 신앙과 신앙생활의 근본적 쇄신을 설파한 체코 프라하 카를대학의 토마시 할리크 신부는 이와 관련해 단편적 개선이 아닌 근본적 개혁과 쇄신의 길을 제안한다.

할리크 신부는 사회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세계에는 ‘신앙인’이 점점 줄어들고, ‘구도자’가 늘어나며 ‘무신론자’의 수도 늘어난다고 한다. 그는 이제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분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현대의 갈릴레아’가 구도자의 세계라고 확신했다.

그는 개종을 집요하게 권유하는 태도도 버리고, 구도자를 회심시켜 우리 교회의 울타리 안에 가두기 위한 계획을 떠올려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보편성’과 ‘교회일치운동’이 더 넓은 개념, 즉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찾는 시대’에 대한 인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 신앙인, 공동체에 대한 신학적 논의의 시작

할리크 신부의 이러한 성찰은 자신의 표현대로 텅 빈 교회의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적인 그리스도인의 존재’에서 ‘역동적인 그리스도인’이 되는 방향 전환을 요청한다. 교회의 안으로부터 문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길 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교회는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팬데믹의 영향은 총체적이다. 신앙생활과 신앙인 모두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한다. 전례와 성사를 중심으로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교회 안에 폐쇄된 집단으로서의 교회 공동체의 면모를 극복해야 할 과제 역시 주어졌다. 이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문명의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는 오늘날, 새로운 신학과 교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는 깨우침은 할리크 신부의 것만은 아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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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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