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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서울 천호동본당 ‘라파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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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천호동본당(주임 임승철 신부, 이하 본당)에는 조금 특별한 봉사 단체가 있다. 바로 40·50대를 중심으로 35세부터 싱글인 신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문화 영성 사목 단체 ‘라파엘회’(회장 홍정연, 담당 이정훈 부주임 신부)다.

본당 교육분과 소속 라파엘회는 2017년 8월 설립됐다. 청년 단체에 참여하기는 애매하고 중장년 단체에 속하기는 가치관 등이 기혼 신자들과 다소 다른 40·50대 싱글 신자들이 자신들을 주축으로 한 모임 구성을 요청했고, 이에 본당 주임 임승철 신부는 본격적으로 모임 결성을 제안했다. 몇몇 신자들을 중심으로 회원을 모집, 총 16명이 모였다.

이렇게 모인 회원들은 그해 10월 첫 월례회의를 했고, 문화 영성 사목 단체로 활동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자신들이 쉽게 관심을 두고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은 영화 감상 등 문화적인 분야라고 봤고, 당시 본당에서도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현대 사회 콘텐츠들 사이에서 쉽고 재미·깊이 있게 영성을 키워줄 수 있는 사목 단체가 필요하던 터였다.

그렇게 당장 그달부터 매달 넷째 주 토요일 라파엘회는 영성을 키울 수 있는 영화를 한 편씩 성당에서 선정·소개·상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올해 3월 상영을 잠시 멈추기까지 총 25편의 영화를 상영했고, 지난해 8월 25일에는 천호동 주민들과 함께 야외에서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를 시청하기도 했다. 당시 ‘천호동 주민들과 함께하는 야외 영화 상영’ 자리에는 신자·비신자 구분 없이 300여 명이 모였다.

지난해 10월 새 운영진이 꾸려진 라파엘회는 ‘라파엘 영성키움도서관’ 사업을 새롭게 기획했다. 영화를 통해 영성 키움에 이바지해 온 데 더해 앞으로는 도서를 통해서도 신자들이 영성을 키울 수 있도록 성당 내 도서관을 설립·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본당 신자들은 물론 타 본당 신자들, 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책을 기증받았고, 그중 가톨릭 영성 서적 1000권 가량을 성당 1층 복도에 마련된 도서관 책꽂이에 꽂았다. 애초 3월 개관 예정이었던 도서관은 코로나19로 일정이 연기돼 지난 6월 1일 문을 열었다. 본당 신자라면 누구나 열람과 대여를 할 수 있다.

본당 40·50대 싱글인 신자들이 펼치는 문화 영성 사목이 의미 있는 이유는 라파엘회 활동으로 회원들 자신의 영성을 심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친근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본당에서는 사별·이혼 등으로 혼자 지내는 신자들이 냉담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들이 다시 돌아와 라파엘회에서 활동하면서 견진성사를 받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사람들이 영세자가 되기도 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라파엘회 회원 12명 중에도 절반 이상은 냉담 교우였다.

라파엘회 홍정연(아가타) 회장은 “치유의 천사 ‘라파엘’이라는 모임 이름처럼 힘들고 고된 삶의 여정을 걷는 현대인들에게 하느님 말씀으로 치유의 힘을 줄 수 있는 문화를 통한 영성 키움 단체가 되고 싶다”며 “어느 본당이든 성당에서 나 홀로라고 느끼는 40·50대 싱글 신자 분들, 라파엘회 활동으로 소소한 행복도 찾고 하느님의 마음과 자세도 닮아 가자”고 말했다.

라파엘회 담당 이정훈 부주임 신부는 “세속적인 영화나 책은 너무 많지만, 영적 목마름을 채워 주는 것들은 혼자선 찾기 어렵고, 좋은 콘텐츠들이 있어도 청년·어른 모두 시간을 내 보기는 힘들기에 이렇게 영화를 선정해 보여 주고 책도 나눠 읽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이런 콘텐츠들로) 하느님과 나와의 내적인 관계를 키워 나가면 그것이 결국 밖으로도 드러난다”고 밝혔다.

주임 임승철 신부도 “영화 한 편이나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가치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며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함께함으로써 교회 안에서 풍요로운 영적 열매를 맺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임 신부는 “책을 잘 보지 않는 세상이지만, 영적 독서는 꼭 필요하다”며 “추후 우수 독후감 시상, 독서 토론·퀴즈 대회 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02-470-5821 서울 천호동본당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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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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