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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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영성 안에서 ‘건강한 삶’ 찾아가는 아이들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인보자연숲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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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인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와 ‘인보자연숲교육센터(INEC)’신축 건물.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꿈꾼다. 충남 예산에 있는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와 ‘인보자연숲교육센터’다. 19세기 비스마르크, 빌헬름 2세와 더불어 독일에서 가장 유명했다는 세바스티안 크나이프(Sebastian Kneipp, 1821∼1897) 신부의 자연치유운동 영성을 받아들인 대안학교로, 가정 해체의 영향으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치유하고자 자연과 숲을 활용하는 교육공동체다. 새감마을 내 프로그램동 일부 공간을 빌려 운영되다가 최근 새로운 교육 터전을 마련, 22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봉운로 81-159 신축 건물에서 축복식을 거행했다. 새 터전에서 새로운 치유 공동체로 나아가는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와 인보자연숲교육센터를 찾았다.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가면 유명한 사회복지법인 천주교성체회 ‘새감마을’이 있다. ‘새가 물가를 감돌듯’ 하느님 안에 머물고 싶어 했던 인보성체수도회 설립자 새감 윤을수(라우렌시오, 1907∼1971) 신부가 1962년에 인수한 사회복지 공동체로, 19만 8347㎡에 이르는 넓은 대지에 들어서 있다.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와 인보자연숲교육센터는 이 새감마을 프로그램동과 생활 홈, 별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신축한 전체 건축 면적 452.89㎡의 지상 1층짜리 아담한 교육 공간이다. 학교 안에 들어서면 ‘열린 교실’ 역할을 하는 로비가 나오고, 안쪽에 강당과 수치료실, 교사실, 요리실 겸 식당, 교실 등이 하나씩 들어서 있다.
 

학생 정원 20명의 미니 대안학교다. 그것도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이다. 교사진도 수도자 2명에 시간제 유급 강사 7명, 봉사자들로 꾸려간다. 원래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시작하려고 했다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2018년 초 충청남도 교육청에서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고 일반 중ㆍ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원적 학교에 적을 둔 채 일시적으로 위탁교육을 받는 중ㆍ고교 통합과정 대안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숙사가 없어 통학할 수 있는 학생들만 위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려움이다.
 

그런데도 이 건물을 세우는 데 7억여 원이나 들었다. 2018년 11월, 새감마을을 운영하는 인보성체수도회가 총회를 통해 시대 징표에 따른 사도직 방향과 삶의 방식을 식별하면서 예언적 사도직으로 ‘대안교육’을 선택, 수도회 예산의 20를 쓰기로 하면서 그 기금으로 건립할 수 있었다.
 

학교가 작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작은 건 아니다. 가정 해체로 정서적 장애와 학습 부진, 학교 부적응 등을 겪는 새감마을 아동들, 나아가 일반 청소년들이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품고 성장하도록 자연 속에서 정서 교육과 함께 인성교육에 치중한다. 특히 자연과 숲에서 이뤄지는 치유 커리큘럼이 특별한데, 특성화 교육은 삶의 질서와 수치료(물요법), 약초, 섭생, 움직임 등 다섯 영역으로 나눠 이뤄진다.
 

▲ 꽃차를 만들기 위해 한 학생이 숲에서 야생 금계국을 따고 있다.

 

날마다 아침이면 숲속 아지트로 가서 명상과 함께 복음 나누기로 하루를 열고, 허브와 꽃을 키워 차를 만들기도 하고, 노작(勞作)을 통해 농작물 재배를 체험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키우고 수확하고 섭생한다. 크나이프 신부의 수치료 요법을 시도하고, 줄넘기나 축구, 배드민턴, 자전거 등을 통해 움직임에 관심을 쏟는다. 매주 현장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도록 돕는다. 물론 교과 학습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올해는 개학을 늦춰야 했고, 축복식 뒤에야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는 2명의 새 지원자를 받게 됐다. 마침 2018년 4월부터 10개월간 위탁 교육을 받은 김 크리스티나(17)양이 새감마을에 돌아와 있었다. 대안학교에서 한창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던 그는 “3년 전 일반 중학교에 다녔는데, 진로를 잡지 못해 학교 선생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에 들어와 진로 탐색을 하면서 농업, 그중에서 축산 쪽으로 진로를 찾았고, 그래서 인근 지역의 생명과학고 축산경영과에 진학했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한 뒤 공직에 들어가 축산농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곁에 있던 전주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1학년 이 세라피나(19)씨도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 출신이다. “원래 고교에 다니며 유아교사를 할지, 아니면 사회복지사가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대안학교 위탁 교육을 반대하는 선생님을 설득해 여기에 와서 공부한 뒤 진로를 찾았어요. 엑셀이나 PPT 등을 배워 정보기술자격을 딴 것도 여기였어요. 자연을 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아침에 산에 올라 새 소리를 들으며 명상하고, 자연색이 뭔지 느끼고, 꽃잎을 따다가 말려 꽃차를 만들고, 매주 현장 체험을 나가 사회를 느끼고 배우고 경험한 게 제 삶에 큰 도움이 됐어요.”

 
▲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다.

 

인보자연숲교육센터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는 이처럼 대안교육 위탁 과정의 공교육과 특성화 교육을 시도하고있다. 반면 인보자연숲교육센터는 일반 학생들이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숲교육을 받는 교육기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보자연숲교육센터는 특히 교육과 치유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대안학교 프로그램과 함께 자연 속 건강 증진 프로그램, 방과 후 교실, 지역 사회와 연계한 숲 활동으로서 가족 힐링 캠프, 자연을 통한 영성 활동, 자연 숲 교육 전문가 양성, 한방 꽃차 교육, 제과제빵ㆍ바리스타 교육 같은 자립지원을 위한 직업교육 등을 하고 있다.
 

새감크나이프자연숲학교와 인보자연숲교육센터 책임자 김현미(이냐시아) 수녀는 “크나이프 아카데미 교육의 핵심은 자신이 갖춘 능력을 살려 육체적, 정신적, 영성적으로 건강한 삶을 이끌어가도록 돕는 데 있다”며 “삶의 질서와 수치료, 약초, 섭생, 움직임 등 다섯 가지 특성화 교육을 통해 위기를 겪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 삶에 자신을 붙이고 진로를 찾고 건강하게 살아주는 게 정말 고맙다”고 말한다.
 

김 수녀는 “아이들에게 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 또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반복교육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며 “때로 저의 나약함 때문에 쓰러질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제게 왔다는 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니까 그 섭리를 기억하며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고 자신의 교육관을 내비쳤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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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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